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내 남편은 이런사람 이었음 좋겠다...(펀글)

맘이 따뜻해져요! 조회수 : 1,436
작성일 : 2008-08-21 18:10:31
월급은 많지 않아도 너무 늦지않게 퇴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퇴근 길에 동네 슈퍼 야채코너에서
우연히 마주쳐 '핫~' 하고 웃으며
저녁거리와 수박 한 통을 사들고 집까지
같이 손잡고 걸어갈 수 있었음 좋겠다.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그 날 있었던
열받는 사건이나 신나는 일 들부터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 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들어와서 같이 후다닥 옷 갈아입고 손만 씻고,
한사람은 아침에 먹고 난 설겆이를 덜그럭덜그럭 하고
또한사람은 쌀을 씻고 양파를 까고
"배고파~" 해가며 찌게 간도 보는
싱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 먹고나선 둘 다 퍼져서 서로 설겆이를 미루며
왜 니가 오늘은 설겆이를 해야하는지...
서로 따지다가 결판이 안 나면 가위바위보로
가끔은 일부러, 그러나 내가 모르게 져주는...
너그러운 남자였으면 좋겠다.

주말 저녁이면 늦게까지 티브이 채널 싸움을 하다가
오 밤중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약간은 서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같이 비디오 빌리러 가다가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가
떡볶이에 오뎅국물을 후룩후룩~
"너 더 먹어~" "나 배불러~" 해가며 게걸스레 먹고나서는
비디오 빌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 채
도로 집으로 들어가는
가끔은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땐 귀찮게 부지런하기도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아침잠에 쥐약인 나를 깨워 반바지 입혀서
눈도 안 떠지는 나를 끌고 공원으로 조깅하러가는
자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오는 길에 베스킨라빈스에 들러
블루베리치즈케익이나...그린티나...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콘을 두 개 사들고
"두 개 중에 너 뭐 먹을래?"
묻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약간은 구식이거나 촌스러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어머님의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친 엄마한테하듯 농담도 하고,
장난쳐도 버릇없다 안 하시고,
당신 아들때문에 속상해하면 흉을 봐도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그런 시원시원한 어머니를 가진 사람.
피붙이같이 느껴져 내가 살갑게 정 붙일 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

나 처럼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를 닮은 듯 나를 닮고 날 닮은 듯 그를 닮은 아이를
같이 기다리고픈 그럼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의견을 끝까지 참고 들어주는
인내심많은 아빠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어른이 보기엔 분명 잘 못된 선택이어도
미리 단정지어 말하기 보다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

가끔씩 약해지기도 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아직껏 품고있는 자기의 꿈 얘기라든지
그리움 담김 어릴적 이야기라든지
십 몇년을 같이 살면서도 몰랐던
저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이젠 눈가에 주름잡힌 아내와 두런두런 나누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던져버리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이었음 좋겠다.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지켜나가는 사람.
술 자리가 이어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줄 아는 사람.

내가 그의 아내임을 의식하며 살 듯,
그도 나의 남편임을 항상 마음에 세기며 사는 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결혼한 지 올해로 19년...
     위 글의 남편과 아주 흡사한 사람과 살고 있네요...
    술마시느라 늦는 날도 많기는 하지만요..
    심성좋으신 우리어머니도 그렇고...
    그래도 잘 살아왔다 싶네요.
    행복 그거 별거아니거든요.
    맘 속에 있지요
IP : 218.234.xxx.49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8.21 6:14 PM (219.93.xxx.162)

    사람마다 다른가봐요. 살아보니
    늦게 퇴근해도 좋으니 직업좋고 억대연봉 받는 사람이 좋아요.

  • 2. 한번보세요
    '08.8.21 6:16 PM (121.151.xxx.149)

    저도 저런남자랑 사네요 18년동안 변함없이 언제나요
    그런데 저도 조금만더 능력있는사람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자기자신을 가꿀줄알아서 외모도 능력도 잇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너무 안일한것같아 답답하네요
    내가 너무 많은것을 바라는것 아닌가싶기도하네요

  • 3. 흐미~
    '08.8.21 6:17 PM (211.236.xxx.26)

    내 염장을 지르네 ㅋㅋ

  • 4. 결혼
    '08.8.21 6:19 PM (220.75.xxx.143)

    글속과 비슷한 남편분과 살고계시다는 분...
    그저 부럽네요. 올해 결혼 20년차,,이혼을 계획하고 있는지라,,,

  • 5. 허니걸
    '08.8.21 6:23 PM (211.186.xxx.102)

    우리신랑인줄 알았네요...ㅎㅎㅎ

  • 6.
    '08.8.21 6:37 PM (125.186.xxx.143)

    저런면과 거리가 아주 먼 저희 아빠......생각 건전하고,책임감있기 때문에, 결혼 잘했다고 생각하시..우리 엄마ㅋㅋ.일종의 자기암시인진 모르겠지만, 자잘한 면은 포기 하신듯..ㅋㅋ

  • 7. 원글이
    '08.8.21 6:50 PM (218.234.xxx.49)

    늦게 퇴근해도 좋으니 직업좋고 억대연봉 받는 사람이 좋아요....라는 댓글..
    그렇죠..사람마다 다를거예요..

  • 8. 하바넬라
    '08.8.21 8:48 PM (218.50.xxx.39)

    비슷한사람이랑 사네요 저는 무엇보다 저와 대화를 많이 하는 울옆지기가 좋아요
    생각도 비슷해서 가령, 촛불문화제 다녀오면서 불만 많이 쌓일때 맥주 한잔하면서 불만 말할 수
    있는 옆지기라서 좋아요

  • 9.
    '08.8.21 9:09 PM (116.123.xxx.170)

    이렇게 사시는분들 진짜 많아요..?
    난 뭐야................

  • 10. ...
    '08.8.21 9:42 PM (219.255.xxx.197)

    옆집남자일 확률이 100%

  • 11. 정말...
    '08.8.21 10:07 PM (121.135.xxx.84)

    제가 복이 많은가봐요.
    정말 윗글과 비슷한 남편과 살거든요.
    다른 점은 한달에 천만원 넘게 갖다주는 능력까지 갖췄다는 점...
    정말 좋은 시어머니의 아들이고
    촛불집회에 본인이 앞장 서서 나가는 의식도 갖췄고
    술담배까지 일체 하지 않는 남편이에요.
    애들 재워놓고 둘이서 동네 별다방 가서 커피 한잔씩 사먹고 들어올때
    이런게 행복인가보다 합니다.

  • 12. .
    '08.8.21 10:28 PM (122.32.xxx.149)

    우리 남편도 비슷해요. 월급 많지않은것까지도 비슷하네요. ㅋ

  • 13. 내친구
    '08.8.21 10:52 PM (125.178.xxx.15)

    부부얘기네요
    거기다 남편분은 그일대에서 젤 인기많은 치과의사예요
    주말에 외출하고 저녁 먹을데가 마땅찮아서 집에 그냥오면 남편이 밥해준데요
    아이들에게는 더 없는 아빠구......
    금테두른*들이 있긴합디다ㅠㅠㅠㅠㅠㅠ말이 거칠다 말아주세요^^!!

  • 14. 아하하..
    '08.8.21 11:14 PM (119.149.xxx.248)

    울신랑이네요~

  • 15. rosti
    '08.8.22 2:03 AM (218.237.xxx.160)

    그냥 보통사람들 얘기 아닌가요?

  • 16. ..........
    '08.8.22 8:36 AM (121.147.xxx.151)

    결혼 30년이 넘어가는데 비슷한 사람과 살고 있네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케리어보다 조금은 아니 훨씬 무능한듯 답답한듯한 남편...
    그러나 생각해보니 내겐 한없이 도량이 넓은 사람이었네요.
    헤프게 나보다 남생각하는 그 점이 가끔 뒷통수 댕기게하는 사람이지만
    그렇기에 이렇게 한결같이 내게도 따뜻할 수 있단 생각도 드는군요^^
    허나 다음생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네요

  • 17.
    '08.8.22 12:23 PM (211.40.xxx.58)

    비슷해요
    저 성질 다 받아주고 한없이 따뜻하고

    그런데 나한테만 이런게 아니고 남한테도 이러니
    돈이 안되네요.

  • 18. 아~
    '08.8.22 11:44 PM (118.45.xxx.29)

    답답하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5992 스토어 에스..따로 가입해야하나요? 3 2008/08/21 212
405991 [펌] 이순신장군이 사탄이라는 여의도 순복음 교회 신도들이 작성한 글 11 무서운 기독.. 2008/08/21 583
405990 (펌) 공영방송을 둘러싼 영국,미국,한국의 다른점 / 강인규 1 ... 2008/08/21 175
405989 가지고있는 달러 어떻게 할까여? 성현... 2008/08/21 193
405988 [잡담] 제가 생각하는 십일조.. .... 2008/08/21 323
405987 [펌]우리 교육은 ‘변태’다 1 경향사랑 2008/08/21 225
405986 비상금 100만원 주식투자 할까요? 11 아직 학생 2008/08/21 1,258
405985 요즘 올림픽을 보며 중국에 느끼는거.... 3 에버그린 2008/08/21 649
405984 산부인과 조언좀...(수원) 2 점이 2008/08/21 362
405983 시댁에 돈드리는 문제로 남편과 싸웠어요.. 휴~ 33 가슴이답답 2008/08/21 4,064
405982 다이어트중.. 5 지금은 2008/08/21 737
405981 내 남편은 이런사람 이었음 좋겠다...(펀글) 19 맘이 따뜻해.. 2008/08/21 1,436
405980 내인생 10년을 되돌린다면... 6 돌리도 2008/08/21 743
405979 성격차이로 이혼소송하면 소송가능하나요? 7 남편이.. 2008/08/21 845
405978 체격 좋으신 분들 옷 어디서 사세요??(온라인) 8 궁금이 2008/08/21 682
405977 신랑호칭 12 휴.. 2008/08/21 768
405976 마이너스 통장 갖고 계신 분들 또는 잘 아시는 분들께 질문드려요. 14 딸기우유 2008/08/21 3,039
405975 라면이 넘 좋아요 9 내사랑라면 2008/08/21 879
405974 새로운전세 계약금 기존 세입자에게 먼저 주나요? 5 긍정의 힘1.. 2008/08/21 289
405973 급질)학습지 선생님께 부조하세요? 3 어리버리 2008/08/21 479
405972 이거 저렴한가요? 휘슬러 2008/08/21 198
405971 일본여행에서 느낀건... 19 일본 2008/08/21 2,033
405970 진중권교수님이 성균관강의한 내용입니다 4 한번보세요 2008/08/21 523
405969 제가 싫어요 8 중독자 2008/08/21 1,008
405968 진짜 잘넘어가요. 7 구독신청 2008/08/21 419
405967 할께요가 맞아요? 할게요가 맞아요? 4 맞춤법 2008/08/21 822
405966 친정엄마의 두통 6 익명으로할래.. 2008/08/21 521
405965 [명박퇴진] 촛불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 ...펌>>> 1 홍이 2008/08/21 215
405964 경춘선타고..강이랑 가장 가까운 역은 어디인지 아시는분? 3 경춘선 2008/08/21 286
405963 전산회계원과정 1 재취업가능할.. 2008/08/21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