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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를 이리 만들었습니까?...어제 촛불시위참가후기

4살 아들 맘 조회수 : 723
작성일 : 2008-06-26 10:03:53
"엄마 나쁜 소고기 먹으면 어떻게 돼?"
"대통령 할아버지는 왜 못됐어?"
"고기 먹으면 많이 아파??"

4살 아들 둔 직장맘입니다.
뉴스를 보면서 촛불시위가 나올때마다 근심어린 표정으로 몇가지 설명을 해주었더니
그제밤 잠들기전 근심어린 표정으로 저리 묻더군요.
아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엄마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 그 나쁜 고기 안먹게 해줄게. 엄마 믿지?"

그 다음날인 어제, 기습적인 고시가 있었고
경복궁역에서 시위를 하다가 초등학생까지 연행되는 사건이 있었음을 알게됐습니다.
사실 다음날 중요한 미팅도 있고...
저녁에는 무조건 칼퇴근해서 빨리 아이를 데려와서 씻기고 재워야하는 숨가쁜 일상을 살고 있는 직장맘이기에
저녁에 촛불시위 한번 나가기로 결심하는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날밤 아이와의 약속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무엇보다,,정말 이제 광우병 소고기를 먹고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는 ,
우리 아이들이 평생 그런 고기를 먹어야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감이 저를 도저히 그냥 퇴근할수 없게 만들더군요.

82쿡에서 혼자오는 분들은 청계천 모전교에서 모이자는 글이 게시판에 있었더랬지요.
그리로 나갈까 하다가..
낮에 외롭게 경복궁에서 시위하던 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경복궁역으로 향했습니다.
7시쯤 경복궁역에 가보니
전경버스로 청와대 올라가는 차선은 모두 꽉 막혀있고
전경들이 쫙 깔려있는 약간 살벌한 상황이었습니다.
몇백명 정도의 시민들이 있었는데
저같은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아이와 함께 무작정 뛰쳐나온듯한 엄마들도 많았습니다.

전경들이 시위대를 쫙 포위하는 듯해서 무서운 마음에 우리은행 현금인출기 코너로 들어갔는데
한 아이 엄마가 5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를 들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저처럼 아무 준비없이 그냥 나온 듯,
시위구호가 적힌 피켓이나 뭐도 없이 그냥
정말 집에서 급한 마음에 뛰쳐나온 모양새였습니다.

얼마나 다급한 마음이었으면 아이와 함께 나왔을까.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고 걱정이 될까.

울고 있는 아이 엄마를 보니 저도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그 순간 시위대와 진압대가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지
고함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우 하며 몰려들었습니다.
아이 엄마는 한 힘이라도 보태주려는 듯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습니다만
제가 말렸습니다. 아이가 있으시니 안전한 여기에 계세요..

그리고 나서 저는 대로 건너편 서울지방경찰청 앞 건물로 가보았습니다.
여기는 길이 훨씬 넓어서 더 많은 시위대가 인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더군요.
여기서도 저는 아이 엄마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용감하신 분들 정말 많더군요.

전경들이 인도 바로 아래에 쫙 포진해있는데
전경 바로 코앞에서 왠 아이엄마들이 피켓을 두팔높이  들고 서 있었습니다.
유모차에는 아이들이 타 있었구요.
저는 그 뒷편에 있던지라 뭐라고 쓰여있는지는 자세히 못보았습니다만,
꿋꿋이 두팔 들어 들고 있는 종이가 무엇인지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아...그것은....우리 아들도 그렇게 좋아하는,..
파워레인저 스케치북이었습니다.
급한 맘에
아이가 쓰는 스케치북에 구호를 적어들고
아이와 함께 출동한 엄마들이었습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에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나는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습니다.

쿡쿡 대며 웃다가...또 꺽꺽대며 울기도 하다가....생각했습니다.

누가 우리를 이리 만들었습까?

모두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소박하지만 작은 일상에서 지지고 볶고 하면서도
그냥저냥 내 가족, 내 앞자리만 걱정하면서 살면 되는
시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우리가 매일 먹는 먹거리에서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하는
지옥의 시대를 코앞에두고
거리로 뛰쳐나온 전사들이 됐습니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멉니다.
제 주위에서 촛불시위 한번이라도 참가한 사람은 저가 유일합니다.
제 직장사람들,,,제 가족들....모두 생각은 저와 비슷합니다만
거리로 한번 나서는게 그리도 힘든지
제가 아무리 꼬시고 설득하고 해봐도
촛불에 동참할 생각들은 안하더군요.

그런걸 생각하면 힘이 쭉 빠지고 더 암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제 길거리에서 창피한줄도 모르고 혼자 울고불고 한것도
이렇게 몇명이서 이러면 뭐하나...이제 정말 끝 아닌가 하는 암담함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수는 없지요.
아이 앞에서 부끄럽지않게
몇십년후,,,우리 아이들이 "부모님들이 그때 안막아주고 뭐했길래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하느냐"는
원망을 듣지 않기위해서라도
저는 계속 촛불을 들겠습니다.





  
IP : 218.152.xxx.85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읽다보니.
    '08.6.26 10:06 AM (118.130.xxx.74)

    눈물이 다 나네요.
    아이 데리고 집회 두번 정도 가봤는데..
    이젠 아이 두고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네요.

    저도 원글님처럼 제 아이 입에 광우병 쇠고기 절대 먹이고 싶지 않습니다.

    심히 공감가는 글이네요.

  • 2. 저도
    '08.6.26 10:08 AM (211.212.xxx.8)

    지금 울고 있어요.
    아이들이 불쌍해서...

    촛불을 많이 들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들려고 다짐다짐하고 있습니다.

  • 3. 님은 용감한 엄마
    '08.6.26 10:09 AM (211.226.xxx.191)

    님은 용감한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실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서 물려주자구요.
    이런 말도안되는 세상 말구요.

  • 4. 님 같은사람때문에
    '08.6.26 10:15 AM (124.49.xxx.163)

    이나라가 살만한 가치가 느껴집니다.
    제가 아는 사람중에 이명박 뽑은 한심한 된장녀 메신저 오늘 대화명은 "놀러가고 싶따 네요.. 쯧.."

  • 5. 웃음소리
    '08.6.26 10:18 AM (203.250.xxx.43)

    눈물납니다...ㅠ.ㅠ
    퍼갈께요...

  • 6. 정말..
    '08.6.26 10:19 AM (218.237.xxx.252)

    눈물이 납니다...정말.....

    님.. 그리고 다른 모든 어머니들.. 용감한 분들이십니다....

  • 7. 저도
    '08.6.26 10:27 AM (222.239.xxx.220)

    눈물이 납니다..
    두아이엄마이기에 더욱 가슴아프고..

  • 8. 가슴이먹먹함
    '08.6.26 10:28 AM (59.7.xxx.186)

    애안고 뛰어나갔을 그 상황이 훤히 보여서 눈물이 ...

  • 9. 눈물
    '08.6.26 10:31 AM (203.244.xxx.8)

    사무실에서 모니터 보며 눈물 흘리고 있어요. 정말 잊지말아요. 용감한 엄마이시네요. 촛불 같이 들어요~~

  • 10. 키보드
    '08.6.26 10:48 AM (211.35.xxx.146)

    치는 손이 덜덜 떨려요
    정말 이나라가 왜 이리 됐을까요....

  • 11. 저도
    '08.6.26 10:53 AM (221.138.xxx.52)

    계속 촛불을 들 겁니다.

  • 12. 감사해요
    '08.6.26 12:14 PM (211.237.xxx.181)

    못나갔어요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

  • 13. 저도
    '08.6.26 10:48 PM (222.232.xxx.222)

    그 자리에 있었는데..유모차 어머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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