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1
미대에 합격했다고 천사같이 웃던 그 선배는
대학생활을 채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비명횡사했다.
87년 봄, 내게 고3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 선배는 우리 화실에 와서
이상한 노래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민중가요라 했다.
그 선배가 시위중 닭장차에 끌려가 끝모를 폭행을 당하고
집으로 귀가한후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후 6.29선언이라는 것이 나왔다.
그렇게 내게 87년은 입시에 지치고 그 선배의 납득하지 못할 죽음으로 뒤죽박죽 지나갔다.
기억2
대학 1학년때 그 친구는 흥사단이라는 동아리에 들어가 있었다.
그는 내게 매일 집회에 나오라고 종용 했다.
누구 보다 부지런하게 일하시는 내 아버지는 늘 가난했다.
농협빚에 시달려 농협직원이 우리집에 찾아 온날 부엌에 숨어 계시던 내 아비의
참담한 모습을 지켜본 내 가슴속에도 무언가 뜨거운 불덩이가 있었는지
그 친구를 따라 집회에 나갔고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졌다.
어느날 백골단과 뒤엉켜 린치를 당할때 그 선배의 얼굴이 떠올랐다.
경찰서로 면회오신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자식 앞에서 한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던 당신의 여위신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기만 했다.
그 뒤로 집회에는 나가지 않았다.
기억3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한 사립고등학교에 기간제로 임용되었다.
기간제로 있는 동안 재단측 인사가 나에게 기부금을 내고 정식으로 임용되라고 종용했다.
몇년째 기간제로 있었고
나에겐 처자식이 생겼다.
나는 적지않은 기부금을 내고 그 학교에 정식으로 임용되었다.
기억4
정식으로 임용되고 몇년이 지났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고 시대는 바뀌어가는듯 했다.
그 때 어떤 선생님 한분이 전교조에 가입하자고 권유했다.
거의 1년을 고민했다.
하지만 고3시절 그 선배와 대학시절 그 친구와 기부금을 내고 차지한 이 자리에 대한
단상이 하루로 날 가만두지 않았었다.
결국 전교조에 가입했고
학교 눈치를 보면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
촛불을 들어야 했다.
그 어린 제자들이 촛불을 들기 전에
내가 먼저 들어야 했다.
여기 아고라에 숨어 자위하지 말고
거리로 나갔어야 했다.
내가 대신 방패에 찍히고 내가 대신 물대포를 막아섰어야 했다.
내가 대신 곤봉에 맞아야 했고 내가 대신 소화기를 맞아야 했다.
미안하다.
이제 들으련다.
꽃보다 아름다운 너희들 대신 내가 촛불을 들고
그 들의 폭력을 막아내련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고라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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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흐르는눈물 주체할수없네여.
빨간문어 조회수 : 430
작성일 : 2008-06-26 09:52:09
IP : 59.5.xxx.10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우리는
'08.6.26 9:58 AM (218.52.xxx.104)우리는.... 울면 안됩니다. 이 나라를 위해 애쓰신 분들은 모두
답답함에, 억울함에 못 견디셔 일찍 돌아 가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백수를 누리고 힘을 가지고 삽니다.
밥 열심히 먹읍시다!!! 저들보다 오래 삽시다....2. 예전 전교조
'08.6.26 10:14 AM (118.40.xxx.69)제 신랑도 전교조 초창기 멤버였어요. 그래서 너무 심적 육체적 고통이 심하여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결국 사표내고 교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후 몇몇 사립학교에 면접을 보았는데 기부금을 거론하여 남편의 자존심상
당당하게 임용고시봐서 자격을 획득했는데 기부금은 말도 안된다며 모든 교사직을
고사했더랬습니다....3. 저도
'08.6.26 10:52 AM (58.236.xxx.241)전교조 합법화 되기 전에 후원회원이었습니다.
당시 전교조 힘들었던 것 이루 말할 수 없지요.
김영삼 정부 들어서고나서 합법화 되었어요.4. 글썽
'08.6.26 10:59 AM (58.236.xxx.241)글 읽으면서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선생님이십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지금의 민주화.. 이명박에게 넘겨줄 수 없습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이명박의 작태를, 우리 용서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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