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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이 텐트를 샀습니다.

-0- 조회수 : 991
작성일 : 2008-06-25 14:32:19
저번주 토요일에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갔는데
20대 후반의 젊은 엄마가
일민 미술관쪽 도로옆에서
두세살쯤 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와있었습니다.

새벽 한두시가 넘도록
너무 힘들게 앉아있어서
한번은 제가 가서 애기 아빠랑 같이오셨냐고 물었는데
처음엔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알아듣기 힘들더군요.

진압한다는 경고방송이 나오는데
돋자리도 아니고 박스뜯은걸 깔고앉아서
포대기하나 깔아놓고 아이랑 있었습니다..

여차하면 짐이라도 들어주고 달려야 겠다 싶어서
뒤에 앉아있었는데
저보고 자리를 권하더군요.

애기 아빠는 일도 해야하고 공부도 해야해서
혼자나왔다했습니다.

토요일날 뒤쪽에 많은 유모차들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늦은 시간에도
좀처럼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니까
유모차에 들어가서 다들 자는데
젊은 엄마 애기는 놀다가
엄마한테 업혀서 잠이 들더군요.

상황이 긴박해져서
도로로 나와있다가
그쪽을 보니
앉아서 아이를 업고 거의 고꾸라지는 자세로
바닥에 엎드려있더군요.

너무 마음이 아파 차라리 들어가셨음 했는데
진압이 들어와도 인도로 올라가면 되고
사람이 빠지면 진압이 들어오니
가지 않겠다더군요.

솔직히 좀 답답할정도로
안타깝더군요.

저희는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나와서
유모차가 차에 있었기에
유모차를 가져다 주었지만
애기엄마가 언제 진압을 할지 모른다면서
거절하는 바람에
그냥 다시 가져왔네요.

그뒤로 저는 비몽사몽하다가
집에 왔는데 그 아기엄마가 맘에 많이 남더군요

그런데 오늘 보니까
저희 남편이 간이텐트를 주문해서 배달이 되었어요.

참 기가 막힙니다.

자기 딴에는 길에서 밤새기도 힘들고
그런 애기엄마들은 텐트라도 있으면 좀 낫지 않겠냐며
주문을 했답니다.

-_- 제가 이건 좀 지나치다 말리긴 했는데
그 마음이 ㅠㅠ 저를 감동시키네요.

진짜 짠돌이 남편인데
남편이 요즘 다시 보입니다.

(-_- 진짜 텐트를 들고가진 않겠습니다.
지나치다 생각되시는분들 악플은 죄송하지만 사절이에용
마음만 봐주세요)




IP : 218.238.xxx.141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6.25 2:35 PM (121.139.xxx.27)

    남편분 멋지십니다!!!!!! 부러워요~~

  • 2. 호빵
    '08.6.25 2:35 PM (124.5.xxx.18)

    그저 부럽습니다...ㅠㅠ

  • 3. 알루
    '08.6.25 2:38 PM (122.46.xxx.124)

    남편분, 정말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감동의 눈물이 츄르륵~

  • 4. ^^
    '08.6.25 2:39 PM (211.49.xxx.113)

    잘했다고 궁뎅이 좀 쳐주세요.
    당신이 너무 멋져보여~
    멘트도 날리시고.^^

  • 5. 흑흑
    '08.6.25 2:42 PM (211.253.xxx.18)

    눈물납니다...왜 이런 나라가 됐는지...

  • 6. ㅜㅜ
    '08.6.25 2:48 PM (58.120.xxx.217)

    들고 가셔도 될 것 같은데요^^
    전 어제 집회에 나온 아가들 위해서 모기장 가져갈까 여쭤봤던 사람인데요.
    1박2일예정인 집회에는 텐트 가져오시는 분들이 몇 분 보이세요.
    어떤 분은 세종로 한복판에 간이텐트 친 분도 계셨어요 허허.
    사람들이 웃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저도 남편과 어젯밤에 이참에 텐트를 하나 구입해서 집회에 가져가
    아기들 안에서 쉬라고 할까 얘기했었답니다.
    도로 말고 광화문엔 높은 빌딩이 많고 빌딩 현관엔 인도보다 넓고 높은 입구가
    있으니 그쪽에 텐트를 두면 도로에서 거리가 있으니 위험하지 않고 괜찮겠다 싶었거든요.
    아니면 도로에서 보이는 바로 뒤쪽 큰 골목입구같은곳이나요.
    원글님 말씀대로 밤에 현장에 남아있는 아가들이 많아서 텐트 가져가는게
    그리 오버일거라고 생각들지 않습니다.
    밤샘 주말마다 하고 평일에도 거의 매일 나가는 저희가 보기에는요.
    사실 몸이 너무 힘들거든요 ㅜㅜ 지난 주말에도 어지러워서 주저앉을뻔했어요.
    저희는 가져갈까봐요.

  • 7. 세상이
    '08.6.25 3:09 PM (211.45.xxx.253)

    저두 눈물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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