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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국에 넋두리 한바탕..

개똥어멈 조회수 : 1,163
작성일 : 2008-06-13 14:49:30
저는 원래 태생부터가 느려 터진..25%정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태어나기는  오뉴월 한복판 이른아침 시간이고 띠는 소띠입니다.
제가 태어날 당시에 소들은 그시간이면 이른아침밥 먹고
언감생심 되새김질 할 시간도 없이  논에 써레질을 하고
모판을 끌고 다녀야할 때라 엄청 바쁜..
시골에선 아주 아주 큰 일꾼이었지요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제가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지지바라.. 팔자?가 쎌것이다! 했는데요
시집을 오기 전에는 언니들도 많고 새언니들도 많은데다가
저는 뒤퉁맞아 잘 넘어지고 고꾸라지고 해서
집안을 치우는 일조차도 마뜩치 않다고 어른들이 암것도 안시켰어요
해서 밥이 어케 되는건지.. 걸레는 어케 빠는건지도 모르고
엄벙덤벙 살다가...시집이라고 간집이 대종갓댁!
저는 그집 맞며눌이 되었답니다.
하이고... 내팔자야!!
다행히 시어머님이 젊으셔서(49세)옆에서 하는시늉만 했는데도
죽을맛이었어요 맨날 도망갈 생각만 하고 살다가 아이낳고..
일년에 스므번에 가까운 제사를 지내고 시제에.. 어르신들 생신에
시동생 둘.. 모두 집에서 음식해서 장가 보내고.. 헉헉!!
줄줄이 태어나는 시조카들 돌 백일상도 차려주고
시동생, 동서들 생일까지 우리집에서 복다구니를 하며 차려 멕였답니다.
이걸.. 왜 했냐구요?
시부모님이 그리 하라.. 하셔서 그랬어요
그짓? 하면서 힘들어 울고 서러워 울고 억울해서 울고...
참 많이도 울면서 살았어요
아이를 둘을 낳아 키우면서 그애들 재롱조차도 제대로 볼시간이 없었어요

그러고 묵묵히 살다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디집어 엎었습니다.
이혼할 결심으로(진짜진짜!!!)
동서들에게 각자 남편생일은 알아서 챙기던지 말던지 하고 난 이제 안한다!
시부모님 생신이나 제사때 동서들도 와서 일해라..
직장다녀 못하겠음 도우미 쓸 비용을 내놔라..
나는 여태 할만큼.. 아니 안해도 될일까지도 해왔다..
고개 바짝 쳐들고 눈물 한방울 안흘리고
시부모님과 시동생들 내외 불러다 놓고 선언? 했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그랬어요^^
아주 편하고 좋더군요
그것도 잠깐..제게 큰병이 있다는걸 알았어요ㅠ ㅠ
대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고.. 지금도 투병중입니다.
시부모님들...
니가 그동안 얼마나 맘고생이 심했으면 그딴 몹쓸병에 걸렸겠냐시며
제앞에서 눈물을 뚝뚝.. 지금은 아주 잘해주십니다.
이제와 그러심 모하나요..
저는 이미 병들었는데.. ㅠ ㅠ


근데요..
그 젊으셨던 시부모님들께서 이제 연세가 있으시니
제가 일을 안할순 없네요
우리 어머님.. 제가 담은 장은 기생년?? 맛이 난다시며
구지비 당신들 드실꺼 따로 담아 드셨는데
올해는 저보고 다 하라고 그러시네요..
이제 힘들고 구찮아 못하시겠다.. 하시는데
가슴이 싸아~ 하게 아팠어요
우리 어머님이 늙어 가신다는거 믿고싶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요..

전에는 고추장 담는데 하루면 족했는데...
아프고 나서는 저도 기운이 없어서(느려터진건여전하구요^^)
몇날며칠이 걸리네요..
며칠전부터 마늘을 까고 매실절임을 건지고..
햇보리로 가루를 내어 엿기름물로 개떡을 만들어 크다란 옹기 자박지에 담아
이불을 디집어 씌워 발효를 시켜.. 자루에 걸러 대여섯시간을 졸여 놓고..
아직도 준비할게 태산이구만..
너무너무 힘들어 이렇게 털푸덕 주저앉아 넋두리를 하고 있습니다.

시국도 어수선하고 어디 마음둘데 없지만은..
그래도 이 주책녀를.. 위로해주세요^^

촛불집회는... 다섯번 갔어요..
힘들어서요..
부끄럽습니다..









IP : 222.234.xxx.98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08.6.13 2:55 PM (118.45.xxx.153)

    맘한쪽이..싸하게..저려옵니다..님..너무...기특하시고.대단하세요..소띠라 하면..혹시..저랑 같으신가..30대..중반..암튼...대단하십니다.

  • 2. ...
    '08.6.13 2:56 PM (118.32.xxx.154)

    존경스럽습니다. 저같은 사람은 신발 벗고 뛰어도 못따라갈겁니다..

  • 3. 저두
    '08.6.13 2:57 PM (220.120.xxx.193)

    소띠..인데..저보다는 한배 더 위 소띠님이신 같으시네요. 근데 넘..대단하세요..종가집 살림을 하시는게 쉽지 않을텐데... 흑. 저는 정말 원글님에 비하면 구제불능이네요.. ㅠㅠ 반성 많이 해야겠어요

  • 4. 아프지마셔요.
    '08.6.13 2:57 PM (207.216.xxx.194)

    아프지 마셔요.
    아프지 마셔요.

    아름다운 사람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5. 에구...
    '08.6.13 2:57 PM (210.115.xxx.210)

    정말 장하십니다. 그 많은 세월 억울해서 어찌 견디셨습니다.
    부디 아픈것 다 나으시고, 남은 평생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룰루랄라하는 세월 사시길 간절히 기도 드릴께요.. 홧팅~!!!!

  • 6. 몸이
    '08.6.13 3:00 PM (125.179.xxx.16)

    안 좋으시면 어쩌신데요.

    맘이라도 편하게 지내시면 좋겠네요.

    저도 종가집 맏며느리이지만 이름뿐이지 님처럼은 못하는데....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길...

  • 7. 우리집
    '08.6.13 3:08 PM (59.187.xxx.140)

    제가 다눈물이 나네요.
    우는아이 젖 준다고 말 안하면 몰라요.
    관심이 없어서겠죠
    내 몸 아프면 나만 고생이니
    이제부터라도 본인 몸 본인이 챙기세요
    가슴 아프네요
    항상 궂은날만 있는건 아니니까
    이제부터는 아마도 해뜰날만 있을거에요

  • 8. 세상에
    '08.6.13 3:18 PM (125.178.xxx.12)

    그와중에 촛불집회까지....어떻게 그세월을 다 이겨내셨는지 참 장하고 대단하십니다.
    애기핑계 멀단핑계로...성금몇푼내고 면피하면서 집회한번 안간 제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앞으로의 삶이 편안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9. 어쩐대요
    '08.6.13 3:23 PM (121.148.xxx.87)

    아프지 마세요
    오래 오래 사세요...
    애들이 더 아파해요 저도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힘내시고요 여유되시면 도우미 쓰셔도 될것 같은데요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만 하시고..

  • 10. 어쩐대요
    '08.6.13 3:25 PM (121.148.xxx.87)

    그리고 빼먹은거.. 그와중에 촛불집회까지....
    정말 의지의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그거 한가지만 으로도 존경 받으실만 하네요

  • 11. #
    '08.6.13 3:25 PM (69.157.xxx.48)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 12. 위대...
    '08.6.13 4:10 PM (122.32.xxx.8)

    몸도 편찮으시고, 종가집 며눌로 (아직 시부모님도 살아계신 상황) 내 일, 내 집안 일로도 벅차실텐데, 촛불집회도 5번이나 참석해주시구...고맙습니다.
    님때문에 촛불도 더 빛나게 타오릅니다.

  • 13. 제가...
    '08.6.13 4:10 PM (84.73.xxx.49)

    부끄럽네요.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장하신 며느님이자 아내, 어머니시네요.
    무엇보다도 장한 대한국민이시구요.
    건강하셔요... 꼭.

  • 14. 너무
    '08.6.13 4:27 PM (124.54.xxx.70)

    고생을 많이 하셨네요..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려옵니다.
    저희 언니가 소띠인데...
    남 같지가 않네요.
    무엇보다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15. 꾸완사랑
    '08.6.13 4:55 PM (210.99.xxx.18)

    꼭 건강해지시길..

    진심으로 고맙고 부끄럽습니다

  • 16. ^^
    '08.6.13 5:03 PM (211.216.xxx.143)

    힘내세요~~~!!!

  • 17. ..
    '08.6.13 5:18 PM (122.32.xxx.149)

    제 동생도 오월 소띠 아침생이예요.
    제동생.. 어디가서 뭘 하던 어찌나 일복이 터져 나가는지..
    오죽하면 저희 엄마, 저 아이 가질때도 오월 소띠 낳을까봐 노심초사 하셨어요. ㅠㅠ
    원글님 글 보니 남의일 같지가 않아 마음이 아프네요.
    원글님. 일은 대충대충 설렁설렁 하세요.
    제 맘 같으면 사드시라고 하고 싶은데 노인네들 모시고 그러기는 어려울까요?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죠. 몸 상해가면서 먹거리 아무리 좋은거 먹으면 뭐하나요.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기운 내세요.

  • 18. 놀랬어요
    '08.6.13 5:28 PM (222.235.xxx.235)

    직업적인 작가하셔도 되겠어요.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글로 어디 응모하셔도 되겠어요. 진심입니다.

  • 19. ㅠㅠ
    '08.6.13 11:16 PM (125.180.xxx.25)

    원글님의 힘든 인생 어찌하나요.
    눈물이 펑펑 납니다.
    몸에 든 병마 뿌리치시고 건강하고 즐겁게 인생 즐기시기를 바래요...
    훌륭하세요.

  • 20. ㅜㅜ
    '08.6.14 9:49 AM (24.64.xxx.203)

    정말 글발 대단하세요
    가만보면 일복 많은분들 은근히 글도 잘쓰시고 말씀도 재미나게 하시더라구요.
    아프지 마시구요
    그냥 쉬엄쉬엄 글도 써가며 지내셨음 좋겠어오
    저같음 시어머니 나이들어가시는거보다 내몸 축나는게 더 서러울텐데...
    고추장은 그냥 사드셨음 좋겠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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