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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지도 않은 아이가 머리를 맞았다고 했다네요..

윤샘.. 조회수 : 761
작성일 : 2008-05-07 00:00:49

힘든 하루를 보내고 왔답니다.
저는 이름그대로 윤선생 영어교실 관리샘이에요.
이제 한 5년차 되어가나요..

그동안 이런 저런 아이들, 엄마들 만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도 쌓이고,
지금까지 그닥 싫은 소리는 듣지 않고 열심히 관리해 왔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오늘 오후에 수업한 아이의 엄마전화를 받고는 그동안의 시간과
제 일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들이 모두 와르르 쏟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힘든 하루였어요.

5시쯤 관리한 회원은 6학년 남학생이에요. 평소에도 숙제를 잘 안해놓거나 거짓말을 종종해서
숙제검사를 하다가 못한부분, 거짓말한 부분이 나오면 엄마의 동의하에 손바닥을 자주 맞았었지요.
오늘도 가보니 새 책을 지난주에 시작해서 대충 대충 딱 아침 전화관리 때 혼나지 않을만큼만 해 놨더라구요.
엄마가 안 계신 상황에서 매를 든게 잘못이었을까요.. 손바닥 몇 대 때리고 계획표 다시 잡아주고
잔소리를 하는 중에 외출했던 엄마가 돌아오셨고 이차저차 해서 매를 들었습니다.. 말씀드렸고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다음 수업을 가서 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의 엄마가 전화를 하셨더군요.
약간 격앙된 목소리에 혹시 매를 잘못 맞아 손을 다친건가.. 싶어서 수업을 마치고 전화를 드렸더니..

그동안 믿고 맡겼고 매를 드는 것도 괜찮았다, 그런데 왜 머리를 쥐어 흔들고 때렸느냐.. 하시네요.
그래서 아닙니다 머리는 물론 손바닥 이외의 어느 부분도 손 대지 않았다 말씀드리니,
아이가 선생님이 무척 화를 내다가 자기 머리채를 잡고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했다고..
아들 말도 100% 못 믿겠지만 선생님 말도 100% 못 믿겠다. 너무 화가나서 순간적으로
저지른 짓을 생각하지도 못하는거 아니냐.. 그러시네요. 저야.. 계속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이, 그렇지, 내가 아무리 애쓰고, 공부 습관 바로 잡아주고,
동생처럼 조카처럼 신경써서 공부시켜준다 한들 그래봤자 나는 학습지 선생일 뿐이지.. 싶더라구요.
계속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잘 생각해봐라 때려놓고 기억 못하는거 아니냐 하시고,
저는 달리 할 말이 없으니 아닙니다 아닙니다만 되뇌이고.. 그러다 제가 너무 감정이 복받혀서
눈물이나고 목이 메어서 말을 제대로 못하니까 그제서야 그 엄마도 좀 당황되시는지
이 상황이 이해가 안간다고, 다음 수업도 있을텐데 진정하고 일 하시라고 그렇게 끊었네요.

정말 저는 아닌데, 아이가 얼마나 싫었으면 그렇게 말했을까도 싶고,
설령 아이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치더라도 엄마는 그래도 배아파 낳은 자식 편을 들고 싶으실테고..
지난 3년간 맡아온 시간도 참 허무하고 다음주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되고 보니 이 일에 대한 정도 떨어지고.. 이래저래 생각도 많고 힘든 밤 시간이 지나가네요.

당장 내일 아침 전화관리도 해야하고.. 이렇게 지나간다 한들 제 성심성의껏 관리해 왔던게
어느면에서 엄마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학습을 진행해 가는 과정이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어느 기준에 맞춰 나아가야 할지도 고민이구요..
차라리 엄마가 불편한 마음에 다른 선생님으로 교체해 달라 하시면 좋을것도 같고..
어휴.. 너무 서운하고 슬프고 답답한 마음에 혼자 저녁 때 꺽꺽 울었네요..
IP : 220.71.xxx.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5.7 12:13 AM (211.108.xxx.239)

    6학년 남자 애들이 보면 짖궃고 교사를 놀려먹는 면도 많더군요.
    애랑 엄마가 있는 자리에서 애한테 다시 한 번 물어보세요.
    언제,어떻게 내가 때렸냐고 구체적으로 물어봐서
    애가 스스로 거짓말 한 걸 시인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생각에도 그렇게 애가 거짓말을 할 정도면 선생님과의 수업은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 2. .
    '08.5.7 12:58 AM (218.153.xxx.174)

    그 아이 어머니에겐 자신의 행동을 확실하게 이야기 해 두고
    아이가 더 이상 나에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이미 아니니
    (가르치는 선생님이 하지도 않은 행동을 했다고 하는 아이이니)
    가르치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이야기 하시고
    그만 두는 것이 순리인 것 같습니다.

    자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한 태도가 그러할진대
    무슨 교육이라는 것이 학습이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큰 공부 하셨다 생각하시고
    좀 더 영악해지는 기회로 삼으시길 바래요.

    맞춤교육
    내 진심을 알아주는 알아줄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면
    오늘같은 시린 일은 겪지 않으실 거예요.

  • 3. 그냥
    '08.5.7 11:58 AM (211.225.xxx.64)

    포기하세요.
    그런 아이 아니라도 님의 열정을 알아줄 아이들과 학부모들 널려 있습니다.
    거짓말 하는 아이나, 무조건 아이 말을 믿는 부모나, 님과 인연은 아닌듯 합니다.

  • 4. 속상하겠다
    '08.5.7 12:20 PM (61.105.xxx.12)

    제 조카도(6살) 밥,빵 ,과일 먹고서도
    아빠가 퇴근후에 밥먹었냐고 물어보면
    밥 안 먹었다고 하던걸요.

    반찬뭐하고 먹었냐고 하면 김치하고 먹었다고 할 때도 있구요.
    김치볶음밥을 해줬거든요.

    님 속상하시겠어요.
    그집 엄마는 자기 애 말만 듣고 (다 믿진 않더라도)
    감정이 격해진 거 같은데..

    수업날 가서 아이,엄마하고 셋이서 얘기해서
    푸는 게 나을 거 같애요.

  • 5. 저도
    '08.5.8 2:06 AM (118.37.xxx.228)

    엄마와 아이 앞에서 삼자대면으로 확실히 이야기를 해서 아이의 자백을 받으시면 좋겠구요.
    뭐 끝까지 우기겠죠? 맞았다고..
    괜히 쩔쩔매는 듯한 태도 보이지 마시구요.
    이런 아이 가르칠수 없다고 확실히 얘기하세요.
    내 직업에 대한 회의마저 느낄만큼 충격받고 어이없다는 것도 알리시구요.
    잘못한 게 없는데 억울하고 열받는건 선생님 이잖아요.
    괜히 저자세로 나가실 필요 없어요. 못된 녀석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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