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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착하게 살아야 겠습니다..

심심주부 조회수 : 1,678
작성일 : 2007-04-16 14:10:02
별 얘기는 아니고 저랑 크게 상관 있는 일도 아니지만 날씨도 꿉꿉하고 그래서 그러지 생각이 많아 글을 씁니다.

최근에 막내 작은 엄마가 올해 환갑이신데 뇌종양 판정을 받으셨어요.
수술하면 4개월 안하면 두달 사신댑니다.
큰집 딸로 자라면서 솔직히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 두분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막상 돌아가신다는 얘기를 들으니 왠지 안된 생각도 들고, 그집 딸들-사촌여동생이 둘이 있는데 큰애가 28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촌동생도 좀 불쌍하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은집 식구들과는 사실 정이 없어요.
자라면서 큰집 딸로서 명절과 제사때면 공부고 뭐고 열일 제끼고 꼬박꼬박 집에 들어가 엄마 옆에서 한나절 부엌일을 거들면서 자라야 했던 저는, 번번히 다 늦은 시간에 일을 저랑 엄마랑 거진 다 해놓고 나면 그제서야 나타나 말로만 때우리고(저더러, **가 수고가 많았구나... 뭐 이런) 뒷설겆이나 하고 가는 작은 엄마가 얄미웠지요.
그나마 한두해 걸러 한번씩은 아프다는 핑계로 아예 안 오시기도 했구요..그럴때면 다 차려진 제사상 앞에두고 작은 아버지라도 좀 일찍 오던가...하루종일 일을 하다가 밥도 못먹고 기다리고 있는데 9시나 10시가 되어서야 나타나 제사 지내고 늦은 밥 먹고 자정까지 설겆이 하는 일이 어린 제게는 참으로 죽도록 싫은 기억이었습니다.

제 기억에 작은 아빠는 게다가 인색하기도 엄청 인색했지요. 조카들 새뱃돈 한번 넉넉히 주셔본적 없고, 명절이고 제사고 오면서 큰집에 덜렁 봉투에 단 돈 5천원 넣어가지고 주셨던 분이세요. (그러다 최근 한 7-8년 전부터 그게 만원으로 인상되었다고 합디다.)

그리고..사촌 동생들은..초등학교 입학한 이후로 걔들 얼굴을 전 본적이 없어요. 성인이 된 지금은 길에서 만나도 얼굴 서로 못알아보고 지나칠 정도죠.
엄마가 명절떄마다 왜 애들 안데리고 오냐고..여기서 우리랑 같이 놀고 맛있는거 먹고 새뱃돈 많이 받고 그러면 얼마나 좋냐고..(우리집이 큰집이라 명절때 온 대소가가 다 모입니다. 그래서 어른들께 돌아가면서 받는 세뱃돈 재미가 아주 쏠쏠했지요.) 그러면 작은 엄마는 대충 이런저런 핑계를 대곤 했었어요.

어렸을때는 뭘 몰랐지만 철이 든 후에 결혼 전에는 이런 작은 엄마가 단순히 고생만 하는 큰며느리의 딸로서 참으로 얄밉고 미웠었고,(그리고 다 큰후에야 알게된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에 오래 계셨습니다. 그때에도 맏아들인 아버지만이 책임을 다하느라...금전적으로나 다른 모든 면에서 작은집에서는 별로 한게 없었습니다.)
결혼 후 저도 한 집의 며느리 입장이 되고보니 작은 엄마는 그냥 시댁에는 최소한의 의무만 다하며 되도록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산 사람이더군요.
그 책임은 아마도 생전에 좀 인색하셨던 시어머니(=저의 할머니)탓도 좀 있었을거고, 그리고 제가 봤을적에 작은 아버지는 우리에게 하는것으로 봐서 당신 마누라한테도 결코 살가운 존재는 아니었을 것이 분명하고 뭐 그런저런 이유가 있었겠지요.
어쨌거나 당신 입장에서는 소외 '시'자 들어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별로 좋은 감정이 없었을테고 그런 입장은 울 엄마도 마찬가지였던거 같습니다.
다만 우리 엄마는 맏며느리나까..좋으나 싫으나 책임을 다하고 한 평생을 사신거고...

하여간에 그렇게 별로 좋지 않던 감정을 갖고 있던 작은 어머니가 이젠 죽을 병에 걸리셨다고 하니..
뭐랄까...그래도 저는 이상하게 불쌍한 감정이 먼저 생겨서 한동안 좀 우울했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같은 여자로서 작은 엄마의 그 인생 자체도 뭐 별로 썩 좋았던 적 없었던 거 같고,
남편이 다정하길 한가, 시부모 사랑을 받아 봤나, 돈이 많아 떵떵거리고 살아 봤나...등등...
그리고 작은 아버지 입장도..요새 추세로 따지자면 아직 한창 나이에 혼자 되실거고, 마누라 없으면 남자 초라해지긴 일순간일테니 것도 안되었고...울 작은 아빠가 솔직히 좀 생각 없이 행동하는거 있고 여자 위할줄은 모르시고, 게다가 인색하기 까지 한 양반이지만 그렇다고 계집질에 노름 따위 등등 결혼 생활에 결정적으로 지장을 줄 만큼 사고를 치신 적도 없는 분이시니까요.
그리고 또 사촌 동생들..걔들 시집도 안간 젊은 나이에 엄마 없을거 생각하니 너무 불쌍하고..

그랬는데 말입니다.
최근에 새로 알게된 사실. 작은 집에서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재산이 강남에 30년 넘게 살았던 집이 재건축 대상이 된건데, 그게 싯가로 얼마래나..하여간 몇십억은 가겠지요?
근데 그걸 놓고 요새 작은 엄마의 엄마..사촌동생들의 외할머니가 펄펄 뛰면서 재산을 내놓으라고 사위 멱살잡이를 하고...
이유인즉, 니들 결혼할때 돈 한푼 없는 보잘것없는 모자란 사위때문에 그 집 사는데 내 돈이 얼마가 들어가..그 돈으로 산거다, 그러니까 그 집 소유권은 따지고 보면 나다..그리고 사위란 놈이 분명 내 딸 죽고 나면 무덤자리 풀도 나기 전에 새장가를 들어 그 재산을 탕진할것이 분명하니 내 그꼴을 못보겠다..등등..
하면서 작은 아버지 처남까지 한몫해서 완전 아직 죽지도 않은 산 사람 옆에두고 별 지*을 다 하고 있댑니다.
여기에 한술 더떠서..아직은 정신은 멀쩡한 작은 엄마는 당신 인생이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서 큰집에 대해서(=우리 엄마가 바로 그 대상이죠)차마 입에도 못담을 욕들을 구구절절 하고 있다 하고,
그 집 딸들은 또 엄마 편에 서서 '친가란 것들은' .. 하면서...큰아빠 큰엄마가 지들 자랄때 용돈을 한번 줘봤나 대학 들어갔다고 구두표라도 한장 줘봤나...하면서 갖은 욕을 다 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재산을 싹 몰수하고 덜렁 작은 아버지만 내쫒겠다는 거죠, 딸들과 외할머니, 외삼촌이 합세해서..
그래서 하다하다 딸들이 아빠 인감 도장 훔쳐내고 주민등록증 훔쳐가고 뭐 그런 일까지 벌어 지고 있다고...등등

그 소리들이 중계 방송으로 멀리 시집와 살고 있는 저한테까지 들려 오네요.
솔직히 좀 어이 상실이지요.
따지고 보면 그 딸들 그렇게 만든건 작은엄마 책임 아닙니까?
명절이고 뭐고간에 애들을 데리고 다닌적이 없으니 걔들이 용돈 쪼가리도 못받아 본거고,
그리고 지들 사촌 오빠들, 언니들 줄줄이 결혼하고, 그 사이 지 큰아빠 돌아가시고  어쩌구 할때 단 한차레도 걔들 얼굴을 내민적이 없게 만든것도 알고보면 작은 엄마가 그리 키운거죠.
그러고도 이제와서 지들 억울한 입장만 얘기한다니, 그런 사고방식을 갖게 만든것 또한 누구겠습니까?

그리고 그 철딱서니 없는 사촌 동생들...
죽으나 사나 지 아빠가 뭐라고...앞서 말씀드렸듯이 울 작은 아빠가 결코 좋은 남편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결정적으로 나쁜 놈은 또 아니란 말씀입니다.
그렇게 엄마 죽고...아빠 왠수 만들고...팔순도 넘은 지 외할머니랑 외삼촌이랑 뭐 그리 행복하게 살겠다고..참...

그런데..뭐랄까, 기가 좀 막히고 정이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엄마랑 전화를 하면서, 말은 안해도 느낌으로 전해져 오는 엄마의 억울한 그런 기분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또 하나는 저도 애들 키우는 엄마 입장이 되놔서 다른 생각보다도 애들을 참으로 잘 키워야 겠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엄마랑 전화를 하는데, 난생 처음으로 딱 한마디 속얘기를 하시더군요.
"에구~~ 착하게 산 뒤끝은 있다더니...내 죽기전에 그꼴을 보는구나...")

다 그런거 아닙니까, 내 애들이 커서 지들 사촌들이랑 또 지 삼촌들이랑 어떤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게 될지는 결국 제가 하기 나름 아닙니까?
그리고, 애들이 죽으나 사나 지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또한 저의 몫 아니겠습니까?
뭔지 생각이 정리가 안되지만, 그냥 앞으로 참으로 잘 살아야 겠다, 그냥 착하게 살아야 겠다, 뭐 그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거 참...
IP : 122.34.xxx.19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7.4.16 3:56 PM (64.59.xxx.87)

    님은 님 입장에서 본 작은어머니에 대한 시각 일것이고,
    님 어머님도 여태 큰며느리 역할 잘하셨다는데,
    뒤늦게 얼마 살지 못할 동서한테"착하게 산 뒤긑은 있다더니,내 죽기전에 그 꼴을 보는구나,,"라니,
    결국 착하게 살면,평소 얄미웠던 사람들이 잘 안되는거 본다는걸 말하는지..
    님어머님도 심하시네요.

    사람 목숨은 누구라도 한치앞도 내다 볼수 없지요.
    조금전까지만 해도 건강하던 이가 몇시간뒤 불청객이 될수도 있다는.
    자식 키우면서는 남의 자식 절대 막말 하지 말라는 옛어른들 말씀 생각나네요...씁쓸.

  • 2. 음님
    '07.4.16 5:00 PM (218.39.xxx.76)

    다시 한번 원글님의 이야기를 읽어 보세요

    이해를 반대로 하신듯 ...??
    참 까칠...

  • 3. 윗분
    '07.4.16 5:12 PM (64.59.xxx.87)

    다시 읽어 봤는데,
    말을 해 주세요,뭘 반대로 이해했는지.

  • 4. 윗사람은 아니지만
    '07.4.16 5:35 PM (211.116.xxx.130)

    착하게 산 뒤끝으란, 제가 보기엔 그저 참고 사셨는데요, 작은엄마가 원글님 어머니에 대해 입에 담지못할 욕하신다잖아요.
    어머니의 자조섞인 한숨이신거지요.

  • 5. 제게도..
    '07.4.16 5:41 PM (210.101.xxx.2)

    저도 윗분은 아니지만..

    착하게 산 뒤끝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입에 담지못할 욕을 먹게 되다니 착하게 산 뒤끝이 어디 있단 말인지...하는 한숨이신 것 같아요.

    이미 위에서 설명해주셨지만 제게도 그렇게 들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 6. 저역시
    '07.4.16 5:46 PM (152.99.xxx.14)

    원글님과 아주똑같은 상황은 아니나
    젊었을적 두부부가 자기 부모를 업신여기고 그렇게 못되게 굴더니
    자기 자식에게 그 화가 돌아가 자식이 거의 식물인간이 된걸 보았어요
    그 소식 접하고...아 정말 벌받나보다....착하게 살아야겠다였습니다.

  • 7. 까칠한글
    '07.4.17 11:12 AM (210.124.xxx.188)

    원글님의 글을 보니 제마음이 안좋군요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겠다
    원글님은 이제까지 착하게 사셨는지요 살다보면 마음속이야기 다하지 못하고 삽니다
    작은엄마도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다보니 오해가 오해를 낳고 이야기 안하게 되고
    작은엄마의 마음속에 많은 흉터가 남아있을거예요
    원글님은 원글님의 입장에서 생각하시는것같네요 작은엄마가 원글님의 어머니에게 그러시는것
    이유가 있을것같아요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겠다 라고 생각하시면 우리가 그분의 마음을 상하게 한것은 없었을까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연못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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