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비가 오는데

[니두리]

나갈 계획도 없었는데 갑자기 좀 따분한 생각이 들어 이마트에 갔다.
플라스틱 그릇들이 오래 되었는데 개비나 혀야쥐 하면서...

양산을 들까 하다가 젤 작은 우산을 챙겨들고 버스를 탔다.
다 사고 나오는데 비바람이 무섭게 몰아쳤다.

흐미, 우리 딸 5~6교시에 탄천에 나가 물놀이 한다꼬 했는데
우산도 안 가져갔자나!

4학년이나 되었으니 친구들이랑 어찌어찌 오겠지 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아이는 우산을 빌려서 집에 돌아왔는데 가방이 다 젖어 버렸다.
탄천에서 놀기 시작한 지 10분만에 비가 왔으니 거의 못 논 셈이다.

엄마들이 와서 차로 학교에 데려다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밖에 두고 온 애들 가방은 여지 없이 비를 맞아 버렸다.

2학기에 받은 새 책이 걸레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내가 누구인가?
좀 많이 젖었다고 버릴 인간이 아니다.
다리미를 들고 책을 다렸다.

30분 동안 한 장, 한 장 들쳐 가며 수건을 대고 다렸다.
우굴우굴 쭈굴쭈굴 난리가 났지만
그래도 그냥 마르면 붙어 버릴 것 같아서 다린 것이다.

책들이 빨래 건조대에 널려 있다....

새 책 사는 것이 전기료보다 덜 나올지도 모르는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