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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죄일까?

고단한 삶 조회수 : 2,158
작성일 : 2006-06-15 15:46:06
세상이 내게 자꾸만 등을 돌린다.  힘이 없다.  살아나갈 힘이….
어떻게 해야하지?  답을 모르겠다.  지난해 8월 이후 생활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  
어제 보내온 30만원이 전부다.  자신의 뱃속에 집어 넣은 쌀값, 라면값도
되지 못하는 금액.  언제까지 기다려야 옳은가.
지쳤다.  자존심도 없고, 너무도 뻔뻔스런 그 얼굴을  
언제까지 참고 봐주어야 하나.  미칠 것만 같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힘들고 어렵게 살았다.
동동거리며 밥벌이를 해야 했고, 아이를 키워야 했고, 살림을 살아야 했다.
그 긴 세월동안 너무도 힘들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뻔뻔스레 지켜보며
최소한의 양심도 보여주지 못한 사람이다.  
내 수고로 밥을 먹었고, 내 수고로 옷을 입었고, 오로지 나만의 수고로 깨끗이
정돈된 집에서 잠을 잤다.  경제적인 면에서 도움을 줄 수 없었다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내게 미안한 마음이었다면 최소한 다른 부분에서는
내 어려움을 헤아려야 하지 않았을까.

늘 누워 TV를 보는 것이 일과였고, 단 한번도 집안일 도우려 한 적 없었다.
힘들어 지쳐 쓰러져도 나는 당연히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조금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 무엇으로도 내게 의미를 주지 못한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무슨 사고가 생긴다면 내게 아쉬울게 무엇인지,
그 사람이 없이 부족하고, 섭섭하고, 그리울 것이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아무것도…

긴 세월을 함께 하는 동안 사랑은 식었다 해도 동정심은 있어야 옳지 않은가.  
사람이라면, 최소한 인간이라면 가장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어야 옳은 것이 아닌가 말이다.  

견디기 힘들 만큼 참담한 과정을 겪으며 여기까지 온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 아이를 곧게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요즘은 이렇게 살고 있는 내 모습에 대해
너무도 깊은 회의가 든다. 늙어서 지난 일을 돌이키며 후회스럽고 괴로울때마다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살았노라고 아이를 탓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무엇이 진정 나를 위한 길이며, 무엇이 진정 나와 아이 그리고  
이 가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지….

진정 따뜻한 마음으로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이라 믿었었는데
내 몸과 마음을 모두 만신창이로 만들고 말았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였다면 이리 참담하지는 않았을 거다.  
결혼한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온갖 만행을 일삼은 반면 그 모든 남자들이 하고 있는
가족부양은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희망이 없는 거겠지… 여적지 이렇게 살고 있는 내가 어리석은 것이겠지.
가슴이 답답하다.  너무나 우울하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세상은 내게서 문을 닫는다.
이승에선 평화를 얻을 수 없는걸까.  
IP : 211.227.xxx.107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맘이
    '06.6.15 3:53 PM (210.221.xxx.45)

    아픕니다.. 너무 힘드신 것이 보이는군요..
    개인적으로 너무나 유사한 경우로 고통받는 여성을 알고 있기에..
    남의 일같지 않습니다..

    특히 -----결혼한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온갖 만행을 일삼은 반면 그 모든 남자들이 하고 있는
    가족부양은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
    똑같습니다..
    그러면서
    7-800은 벌어야 살만하다고.. 보험도 들고 평수넓혀 이사가자고
    뼈빠지게 일하는 부인한테 나불대는 놈입니다. 그 남편놈이..

    뭐라 드릴말씀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결방법이 있었다면.. 긴세월 그러고 살지 않았을 거란 걸 알기 때문에.. 원글님도 제 지인도..ㅜㅜ

  • 2.
    '06.6.15 4:04 PM (211.212.xxx.64)

    인생 사는데 정답이 없고 누군가 이렇게 이렇게 살아라 하고 방법을 알려줬으면 하는 때가 있지요
    원글님의 글만 봐도 힘든데 얘기못한 마음은 얼마나 더 아플까요?
    그래도 희망으로 살지요 ....언젠가는 좋아지겠지...언젠가는 하면서....그러다 보면 아이들 커가고......
    힘내시고 아이들과 함께하다보면 좋은날 올거예요

  • 3. ,,
    '06.6.15 4:24 PM (221.165.xxx.238)

    어떡하면 좋아요..
    저도 어제는 넘 힘들어서 팍 고만 살고 싶더군요
    아마 예수를 믿지 않았다면 그랬을지도 몰라요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고 하는데
    언제 볕들런지

    철없던 시절에 우리집은 왜 이렇게 가난하냐며
    부모에게 투정한 벌을 지금 받는 것인지
    (그래도 우리 부모는 저보다 훨씬 나았네요
    지금의 전 아이 회비, 급식비도 잘 못 주는데
    그 당시 저는 왜 좋은 옷, 용돈 많이 안 주느냐며 늘 불만 투성이였거던요)
    저도 너무 힘들어요

  • 4. 힘내세요
    '06.6.15 4:28 PM (58.238.xxx.123)

    남편은 포기하시고, 아이들 때문에 엄마 책임 다하시려고 사신모습 아이들 성장하면 우리엄마 힘드셨지 할거랍니다..
    자식 없스면 무슨 낙이 있어시겠어요..
    힘내셔서 이땅의 어머니 모습 보이시면 노후에 자식들 알거라고 믿으시고 힘차게 생활하셔요...*^^*
    마음의병까지 나면 안되시고,항상 건강지키면서요...

  • 5. 주변에
    '06.6.15 4:45 PM (58.143.xxx.29)

    원글님 같은 상황에 처한 한사람을 알고 있는데, 볼때마다 생각 하는건 ...
    저라면 그꼴 안 볼거 같다 ......입니다
    그런데 그 아짐은 남편 원망에 저주까지 하면서도 갈라서진 못하더군요
    남자 하나 잘못 만나 그리 된거지만 .....
    원글님 남편은 어떤지 몰라도 그 남편은 자기가 만나는 사람마다 아내 험담을 해대면서 각본을 써요
    그러니 그 아짐을 모르는 사람들은 와이프가 천하에 못된 사람인줄 알죠
    게다가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잘못 된건 모두 아내탓 ....
    죄다 나열 하기도 피곤하지만 , 결론은 기본적으로 뭔가가 잘못 되 있는 사람이라
    사랑 ? 동정심 ? 양심 ? ........이런거는 처음부터 어디다 팔아먹은 모양입디다

  • 6. 원글이
    '06.6.15 4:45 PM (211.227.xxx.107)

    감사합니다. 위로의 말씀들....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후회하거나 그 누구를 탓하는 일 없도록.
    따뜻한 위로의 말들에 힘을 얻어갑니다.
    고맙습니다.

  • 7. ......
    '06.6.15 4:49 PM (220.88.xxx.45)

    지금 보고 왔어요.
    와우~ 멋진데요.
    약간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은 드는데 그런 과장된 연출도 멋스럽네요.
    의상과 머리의 꽃 김윤아의 표정 조명 이 모든 게 잘 어우러져
    듣는 맛 뿐 아니라 보는 맛도 있는 재미난 무대였어요.

  • 8. ...
    '06.6.15 4:50 PM (203.231.xxx.58)

    또다른 나를 보는것 같네요. 아이들 커가는것 보고 힘내시고 기도하세요.
    지금의 내속마음을 어떻게 이리도 잘 표현하셨는지 몇번이나 읽었습니다.
    우리 같이 힘내요

  • 9. 일단
    '06.6.15 5:21 PM (221.138.xxx.103)

    원글님이 사실 궁리를 하셔야죠
    죽기아니면 살기각오로 열심히 사세요
    그런 나약한 마음이면 세상살기가 더
    힘듭니다 .힘내세요

  • 10. 다들,,
    '06.6.15 5:23 PM (221.138.xxx.167)

    힘든순간이 있는거같아요,,
    원글님이 힘내시도록 좋은 기운 보내드립니다,
    기도 드릴께요,

  • 11. /
    '06.6.15 7:24 PM (222.106.xxx.91)

    지나님...진심 부럽습니다. 오디..미용실인지...^^

  • 12. 정말..저도
    '06.6.15 8:14 PM (61.104.xxx.10)

    아이보고 살았어요..
    엄마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어찌나 살갑게 구는지.
    아이 얼굴보고,껴안고,만지며 마음 달랜 날들.
    다 지난 얘기지만
    항상 그렇게만 살아지진 않는 거 같아요..
    내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
    힘내실거죠?

  • 13. 고진감래
    '06.6.15 8:41 PM (222.109.xxx.76)

    마음이 아프네요.
    그 미칠것 같은 마음
    남모르게 벼개 적시며 울던
    내 젊은 날이 생각 나네요.
    아이 때문에 내 책임은
    내가 하리라
    오기로 버티던 힘든 나날들
    직장 가서도 힘들면
    저절로 눈물이 나면
    남이 눈치 챌까봐
    비상구 환기구 밑에서
    눈물 말리던 일
    닦으면 눈이 빨갛고 부을까봐
    퇴근길 지하철에서
    저절로 떨어 지던 눈물 방울들
    미칠 것 같은 하루 하루를
    남에게 손 안 벌리고
    내 스스로 벌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나 자신에 용기 주고
    힘내라고 격려 하고 그랬어요.
    살다 보면 차차 좋은 일 생겨요.
    그 사람은 빼고 생각 하고
    스트레스로 병까지 생기면
    본인이 더 억울해요.
    그 사람을 위해 참는 것이 아니고
    나자신이 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
    참는다 생각 하시고요.
    제 사정 모르는 주위 동료들은
    얼굴이 밝지 못하다고 그랬어요
    힘 내시구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세월이 흐르다 보니 좋은 날도 있네요.

  • 14. 힘내십시요.
    '06.6.15 11:02 PM (125.129.xxx.173)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세상은 내게서 문을 닫는다."는 말이 가슴을 울리네요.
    하지만 어디 남편분 하나가 세상의 전부이겠습니까.
    진짜 세상은 님 안에 있겠지요.
    '모든 일은 지나간다'고 합니다.
    정말 힘 내십시오.

  • 15. 저도 그랬던 적이
    '06.6.16 1:14 AM (218.146.xxx.164)

    저도 몇년을 고진감래님이 쓰신 글 같은 상황에 있었어요.
    자존심에 누구에게도 이야기 못하고
    정말 눈물이 절로 흘러내릴 것 같은 것 참고
    누구에게도 손벌리지 않고 참고
    그래도 친정식구들이 도와주었지만 몇년을 도울 수 없으니
    제 책임이었어요.

    고진감래님 말씀이 지나간 제 심정입니다.
    지금도 그닥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극한상황은 아니니까요.

  • 16. 저는
    '06.6.16 1:07 PM (222.111.xxx.226)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 아주 냉정하게 판단해 보라고 하고 싶어요.
    아이는 부부사이가 나쁘거나 (게다가 인격에 문제있는 부모가 있을 경우) 더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답니다. 한마디로 부모의 삶을 아이가 답습하는 경향이 있어요.. 여자아이라면 결혼해서도 너무 참고 산다던지 남자아이라면 나쁜 아빠의 모습을 본받는다던지요... 차라리 인격이 문제없는 한 부모가 돌보는 것이 낮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다고 강력히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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