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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한 일들- 가장이란....

애플민트 조회수 : 1,818
작성일 : 2005-03-03 12:10:32
  어제 수요예배를 드리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바람도 불고 무척 춥고 해서 신랑과 저는 빨리 집에 들어갈 생각에 차에서 내리자 마자 5개월된 딸아이를 끌어 안고 뛰려고 하는 찰나, 어떤 아저씨가 저희를 막아섰습니다.
밤중에, 요즈음 주차장 강도 이야기도 있고 해서 깜짝놀라 쳐다보니 왠 점잖게 생기신 분이 추운데 죄송하다며, 신문좀 봐 달라고 했습니다.  
9시도 넘은 시각. 뜬금없이 신문을 보라고.. 저희는 안봐요 하는 한마디를 남기고 우리집쪽으로 뛰었죠.
아저씨는 그런 저희를 따라오며, 서울 본사에서 내려와 구독 모집을 하고 있는데 하루종일 얼마 못했다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아저씨 , 저희는 신문 보고 있어요. 내년1월에 끝나니까 그때 봐드릴께요."
" 그러지 말고  1년만 봐주세요. 다른 신문도 하나더 넣어 드릴께요.  오늘 정원을 못채우면 참 힘들어 지거든요. 도와주는 셈 치고 봐주세요."
"죄송해요."
끈질긴 아저씨의 설득. 끝내 저희를 따라 집까지 들어 오셨어요. 처음엔 무척 화가 났지요.
저희집 아파트 현관에서 그제서야 사정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감원 바람이 불어 자기가 일하는 부서에까지 오게 되었다구요. 고 3인 딸 , 대학생 아들이 있는데 회사에서 자기의 실적이 좋질 않아 힘들다구요. 젊은 후배들 치고 올라오지, 위에서는 눈치 주지해서 목포(제가 사는 곳이 목포입니다.)하당까지 왔다구요.  
저는 원래 신문 모집하는 아저씨들을 많이 봐왔는데, 이 아저씨는 말하는 것이 좀 달랐습니다.  어눌하기도 하고, 미안해 하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밤 늦은 시각까지 주차장에서 사람들을 기다린 모양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문도 안열어 준다면서요.
사실 지금 고3인딸 독서실에 데려다 주어야 할 시간인데, 여기서 이러고 있네요, 하면서 쓴웃음을 짓고 서계셨습니다.
신랑은 제 눈치, 저는 신랑눈치를 보고 있었죠. 요즈음 살기 넉넉한 사람이 몇 안되잖아요?
신랑이 간곡히 말하면서 아저씨를 보냈지요.
현관문을 닫는 신랑에게 혜원아빠, 한마디를 하니까 그래,신문 보자...하더군요.
다시 얼른 나가 아저씨를 불러 따뜻한  차 한잔을  드리고 구독 요청서를 쓰는데, 아저씨가 90도로 절을 하며 너무 감사합니다. 하네요.  저희는 너무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지요. 50대 가장이 넘 힘들다고, 1년만 보고 신문을 끊으시라고,끊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가시는 아저씨...

신랑이 밤에 그러더군요. 아버지께서 사업에 실패하시고 8년을 수입없이 살았었는데 우리 아버지가 아까 그 아저씨같은 모습만 보였어도 아버지를 용서하고 이해하면서 살았을텐데.. 하더군요.
우리신랑은  아버지를 굉장히 싫어해요. 아마도 아버님이 여러가지 사업실패 후에 가장으로서의 노력을 안 하신 모양이에요. 택시 운전은 아는 사람 만날까 싫다. 아파트 경비원은 자존심 떄문에 굽신 굽신 못한다. 하시면서요
아까 그 아저씨모습을 그집딸, 아들이 보면 굉장히 창피했을 거지만 우리신랑은 아버지가 그런 모습이라도 보이는 것을 좀 봤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하더군요.
요즘 정말 힘들어요... 아버지라는 이름을 가진 분들...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분들 힘내세요...
IP : 211.194.xxx.140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애플민트
    '05.3.3 12:25 PM (211.211.xxx.13)

    어...저랑 닉네임이 같으네요...^^

  • 2. 애플민트
    '05.3.3 12:30 PM (211.194.xxx.140)

    그럼 제가 애플민트 꽃잎으로 할까요? 호호호

  • 3. 그래서
    '05.3.3 12:34 PM (203.230.xxx.110)

    늙으신 아버지 생각하면 눈물납니다.
    남편도 나가서 어떨까 걱정도 되고
    또 동생들도,
    우리 아들도....

  • 4. 오!수정
    '05.3.3 12:59 PM (220.87.xxx.231)

    어.. 제가 왜 눈물이 날까요?

  • 5. 이파리
    '05.3.3 1:09 PM (211.59.xxx.219)

    에익! 이 철딱서니..저 신세한탄 중이었어요.
    우리 모두 힘내요^^

  • 6. 짜장
    '05.3.3 1:10 PM (222.234.xxx.164)

    잘하셨어요,,두분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 7. 직장여성
    '05.3.3 1:13 PM (222.107.xxx.249)

    가장인 남자, 참 힘들어요... 저는 직장에서 함께 일하기 때문에 그들의 안쓰러움을
    많이 보았기에, 남편에게 바깥일로 바가지 긁은 적은 거의 없답니다.

    가끔 직장동료의 부인(전업주부) 얘기를 듣고, 다받할 때가 있습니다. 자기남편이
    얼마나 일터에서 힘드는지를 너무 모르는 것 같아,,,,

    그래서 절대 며느리는,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지요.

  • 8. 김혜경
    '05.3.3 1:53 PM (218.237.xxx.234)

    마음이 짠해지네요... 신문구독, 잘 하셨어요...

  • 9. ㅠ.ㅠ
    '05.3.3 3:12 PM (61.255.xxx.208)

    맘이 찡하네요.
    가족을 위해 추운 밤까지 애를 쓰시는 아저씨고, 그리고 애플민트님 댁도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세요.
    마음은 한가득이지만 선뜻 그렇게 하기 힘든데....
    그 아저씨도 일 잘풀리시고, 애플민트님댁도 좋은 일 가득하시길...

  • 10. 헤스티아
    '05.3.3 4:04 PM (220.117.xxx.79)

    아으.. 정말 눈물나려구 해요.. 안타깝다.. 정말..-.-;;

  • 11. 커피와케익
    '05.3.3 4:16 PM (210.183.xxx.202)

    저번에 집에 양념통닭을 배달시켰는데,
    배달하시는 아저씨가 글쎄
    서너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배달다니시더라구요..
    여자아이 볼이 정말 빠알갛던데..ㅠㅠ (추운 날이었지요..)
    같이 통닭을 먹던 친구랑 정말 가슴 짠하다고
    둘이서 한참동안 암말도 못했어요..
    (그러는 사이에 두집 아가들은 마루에 방치되어;;엉켜서 놀고 있구..^^)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신문;;; 보라고 상품권 드린다고 문두드리시면
    참 싫다고 생각했었는데....휴.......

  • 12. mayoll
    '05.3.3 4:23 PM (211.44.xxx.134)

    붕어빵 먹다가 눈물나서 목이 메었어요.
    아, 참 세상살기 힘들죠. 하지만 우리모두 화이팅.

  • 13. 몬나니
    '05.3.3 5:24 PM (61.78.xxx.145)

    눈물 나네요...

  • 14. 핑키
    '05.3.3 8:10 PM (221.151.xxx.168)

    사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옛날보다 발전했다는데도 이상하게... ㅠ.ㅠ

  • 15. 행복이가득한집
    '05.3.3 9:24 PM (220.64.xxx.241)

    굳세어라 금순아를보고 울고 <금순이 불쌍해서>
    이글을 읽고 또울어요

  • 16. 민이맘
    '05.3.3 10:06 PM (211.212.xxx.250)

    우체국은..집배원한테 보험 외판 해오라고 난리구..
    신문사는..직원한테 신문구독 받아오라고 난리구..
    정말..힘들어서 회사 생활 어찌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울남편..회사에 오시는 집배원아저씨는..너무너무 성격이 좋으신데..
    어느날부터..보험좀 들어달라고 사정하더래요..
    할당 받은게 있는데..그거 채워야한다구..
    하루종일 배달하는것도 힘든데..그런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주다니..
    속상해서 남편이랑..한참 열받아했던 기억이 있네요..
    아..또 화나네..ㅠ.ㅠ;

  • 17. 정말
    '05.3.3 10:20 PM (211.224.xxx.191)

    감동적이네요...
    방송국에도 한번 보내보셔요...

  • 18. 첨밀밀
    '05.3.4 1:17 AM (81.71.xxx.198)

    정말 잘 하셨어요...
    눈물 나요...

  • 19. 미스마플
    '05.3.4 6:24 AM (67.100.xxx.137)

    저도 한참 울었습니다...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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