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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제 제발 그만하세요.

나도익명 조회수 : 1,792
작성일 : 2005-02-26 22:01:45
제가 자유게시판에 익명으로 뭔가를 쓰게 될 날이 있을줄 몰랐네요.

좀전에 친정엄마와 통화를 했어요.
그냥 안부전화였는데 엄마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길래 무슨일 있냐고 계속 물어보니 친정아버지와 다투셨대네요.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죠. 그런데 들을때마다 힘들어요.
저희 아버지.. 남들에게는 아주 인상좋고 성격좋은 분으로 알려져있어요.
그런데 저와 동생들 그리고 엄마에게는....
기분 좋을때는 정말 잘해주세요. 그런데 아주 작은 꼬투리가 잡히면 그때부터 조금씩 꼬이기 시작해서 그야말로 폭발을 하세요. 저는 지금도 혼자 다짐을 하곤하죠. 나는 내 자식이 생기면 절대 그때 기분따라서 혼내거나 용서하거나 하진 않겠다. 라구요. 어렸을때.. 어떤 잘못은 그냥 넘어가시다가 아주 작은 잘못으로 저희를 그야말로 잡으셨어요. 판단기준이 모호한거 그게 남모르게 아이들 상처받고 주눅들게 하는 방법이더군요. 저와 동생들.. 일찍 철이 들어서 그런지 표시안내고 살지만.. 저부터도 아주 깊은 곳에 그 상처가 그대로 있어요.
그런데 더 힘든건 그렇게 한번 마음에 상처주고 나서 얼마 지나면 편지나 사과의 말로 저희를 달래세요.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향한 미움과 안타까움이 켜켜이 쌓였네요. 차라리 계속 미워만 할수있다면 좋겠는데 아버지의 사과를 받고 아버지를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씩 자랄때마다 그 싹을 싹둑싹둑 자르시더군요.
결혼을 하고 나서 친정에서 세시간 거리에 떨어져 사니 아버지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과 죄스런 마음, 고마운 마음만 그리움으로 쌓이는데
며칠전에 또 일이 났네요.
조그만 일을 맘에 담아뒀다가 그게 또 꼬이기 시작해서 아버지가 엄마에게 별별 상스런 욕을 다하고 죽이겠다며 부엌칼까지 들었대네요. 동생들이 그걸 말렸구요.
한두번이 아니죠. 울엄마 그런 폭력 계속 당하셨는데 대학 졸업할때되어서야 그걸 알았네요.
그동안의 언어 폭력도 말못할 지경이었겠지만 저와 동생들은 그정도인줄은 몰랐어요.
십여년전 어느날 수업받고 집에오니 엄마의 다리가 온통 검붉은 피멍이 들어있었어요. 그때도 부엌칼을 들었었대요. 그전까진 엄마가 철저하게 숨겼던 거예요.
결혼을 해 보니 엄마가 너무너무 불쌍해요.
60평생을 남편에게 사랑한번 못받아보고 시댁에서 괄시받으며 그저 자식들 키우는 것에 온몸 다 바치신 분이예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지만 아버지가 저희곁은 떠나주셨으면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물론 나쁜거 알아요. 그런데 더 그러시면 아버지에 대해 어떤 정도 이젠 남지 않을거 같아요. 정말 너무 슬프네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저같은 딸이 있네요.
엄마가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 단 몇년만이라도 편하게 살다 돌아가셨음 좋겠어요. 이젠 정말 사실날도 얼마 안남았는데 언제까지 그런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아버지는 며칠 후면 또 엄마께 꽃바구니를 가져다 주실거예요.
너무 밝은 웃음과 함께요.

아무곳에도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여기에 씁니다.
남편에게도 친구에게도 너무 창피해서 한번도 말하지 못했어요.
해결책은 아무것도 없는듯해요. 그냥 아버지가 더이상 나쁜모습을 우리에게 안보여주셨으면 하는 마음뿐이예요.
아버지가 사과하실때 너무 순수한 얼굴이예요. 가식적이지 않으시니 가족들이 더 미칩니다.
당신께선 자신이 잘못이라고 한번도 생각안하세요. 도리어 상처받고 화낸 가족들이 이해안된다는 얼굴이세요.
남편이 지금 집에 없어서 너무 다행입니다. 실컷 울수나 있으니 말이예요.
IP : 218.53.xxx.2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2.26 10:09 PM (211.212.xxx.85)

    어떡해요..정말 마음아프시겠어요 . 짐작컨대 님의 아버지께서도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낸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줄 안다고 또 상처는 상처 많이 받고 자란 사람들이 또 주로 남에게 그대로 주곤 하잖아요.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가슴속이 온통 멍투성이여서요
    그렇지 않으려고 해도 상처밖에 남에게 줄게 없어서요
    안타까운 일이네요
    어머님도 너무 안되셨구요
    모르는 분이지만 기도할게요..

  • 2. 마당
    '05.2.26 10:19 PM (219.241.xxx.141)

    아버님께서 자식들이 알고 있다는건 알고 계신가요?
    아무리 심한 아버지들이라도..나이들어가면서 조금씩 기운 빠지시면서 자식들 말은 듣는 경우가 있네요.. 손주가 있다면 손주가 알고 있다는걸 넌지시 암시하면 어떨까도 싶고...
    할아버지 할머니 때린다면서요? 안되지요. 이런식으로 말하고 다니게 한다거나
    어쨌든 가정폭력은 소문을 내면 당사자가 못하게 된다는 말도 있거든요.
    아버님이 빨리 고치시길 바래봅니다.

  • 3. 원글쓴이
    '05.2.26 10:32 PM (218.53.xxx.28)

    ....님 덧글보고 또 눈물이 수도꼭지처럼 흐르네요. 기도해주세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지금 34개월된 조카 엄마가 돌봐주시는데 저번에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나쁘게 하는걸 봤나봐요.
    그러구 몇달간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미운소리했다고 할아버지를 할머니 근처에 못오게 했대요. (얼마전 잊어버렸는데 그 어린 아이에게도 또 상처가 됐겠죠.)
    제어가 안되시나봐요.
    모든 방법 다 안통하는 상태구요.

  • 4. 원글쓴이
    '05.2.26 10:39 PM (218.53.xxx.28)

    아버지가 순수한 분이라는건 어쩔수없이 인정해야되요.
    얼마전 저 몸이 아파 수술한 적이 있을때는 자신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동생앞에서 우셨대네요.
    근데 그러면 뭐하나요. 곧 또 그러시는걸요.......
    부모자식 인연이 질기네요.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하고 있는 나...

    아버지는 엄마가 돌아가시면 그때서야 엄마를 아껴주실거예요. 슬픈얼굴로 안타까워 하면서요.
    그럼 또 전 그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모습 보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나요...
    엄마보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실 바라는게 제 딱 하나의 소망이예요.

  • 5. 빨리빨리
    '05.2.26 11:33 PM (211.171.xxx.131)

    신경정신과 가셔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세요. 아버님의 상태에 대해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아버님을 입원시키시든가 아님 도저히 안된다 싶으면 이혼을 하게 하시고 어머님을 돌봐 드리세요. 계속 이런 상태로 두신다면 어머님한테 넘 큰 고통이다 싶어요.

  • 6. ..
    '05.2.27 1:14 AM (221.157.xxx.28)

    어머니께서 계속 용서해 주시고 넘어가 주시고 참고 사시니까 계속 그런식인것 같습니다..정신과 가셔서 상담을(부부간의 불화도 정신과 상담 많이 한답니다.) 받으시는것이 좋을듯..본인의 문제를 전문가에게 진단받고 제대로 인식하실 필요가 있는듯 해요...

  • 7. ..........
    '05.2.27 4:56 PM (61.84.xxx.24)

    파란잎부분 다 떼어버리고 속잎만 먹어요.

    농약도 많이친다하고.....

    늘 베란다에 사다놓고 그냥 방치해두면 겉부분 파란잎부터 시들어가니 자연스럽게 버리고 먹는결과...

  • 8. 원글쓴이
    '05.3.2 10:46 PM (211.44.xxx.11)

    .......... 님
    아버지를 영원히 미워하고 냉정하게 못본척 할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네요.
    엄마도 자식들에게 해가 될까봐 이혼은 안하려하시고
    저도 자식된 입장에서 아버지를 버릴순 없어요.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거예요.

    원글 쓰고 며칠이 지났네요.
    우울증에 걸리려는지 며칠동안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남편은 이유도 모르고, 제가 무기력해하니 안절부절 못하네요.
    제가 신랑에게 사랑받고 사니 엄마에게 더더욱 미안해요. 같은 여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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