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아까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우연히 같은 학교에서 강의를 들었던 사람을 봤습니다.
시각장애자인 청년이 부평도서관에서 노트북을 도난당했는데 도시바측에서 그 소식을 전해듣고
새 노트북을 선물했다는 기사가 실렸더군요.
대학 졸업한지가 꽤 되서...기억은 잘 안 나지만...이름이 제 실명과 끝자리만 달라서..
늘 교정에서 마주치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수업을 몇번 같이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정말 열심히 공부만 하던 친구였습니다.
나이도 저보다 어리고 늘 수수한 옷차림에 친구들이 따라다니며 헬퍼노릇을 해야 하루를 보낼 수 있을
만큼 중증이었는데 언제나 밝은 웃음이 떠나질 않았었죠.
솔직히 전 장애우 중에서 시각장애가 제일 고달프고 괴로운 것이라 생각했었어요.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거...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겠어요? 전 그 친구가 대학을 다니는 것도 신기했고
또 공부를 쉬지 않고 그렇게 한다는 것 또한 대단해보였어요.
혹시라도 제 근처에서 뭘 찾는다거나 곤란을 겪으면 가끔 도와주곤 했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사를 듣는 게 고작이었고 말을 해보거나...그런 적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졸업을 했고 전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이렇게 주부가 되었지요.
그런데 아까 문득 기사를 읽어보니...그때 수업시간 생각이 나는 겁니다.
교수님의 강의를 놓칠세라 한자라도 노트북으로 필기하고 녹음하고...
아마 그 친구에겐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목표가 공부였을 겁니다.
지금은 GRE시험을 치르기 위해 어학원을 다니며 유학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공을 들였을 겁니다. 몸이 성한 사람도 힘든 공부를 그렇게 오랫동안 했다니...
전 그동안 뭘하고 살았나...반문을 하게되었어요.
그 친구가 그렇게 공부할 동안...힘들게 들어간 직장을 다니다가...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고
벌인 일이 IMF로 하루아침에 빈털털이가 되고, 그러다 결혼하고 벤처기업에 취직하고...임신되서
유산기 때문에 그만두고 첫아이 낳고 지금까지...제대로 된 목표를 이뤘는가...이루어가고 있는가...
싶네요. 둘째가 곧 태어나는데...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건지..어떤 인생을 만들어갈건지...
참 계획없이 되는대로 살아가고 있구나...하는 걱정과 지나온 날에 대한 후회말입니다.
이 밤에 그 기사를 보고 나니...잠이 달아나고 마네요.
그 친구는 눈빛은 볼 수 없었지만...늘 마음의 한구석에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그렇게...하나만 바라보고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야심한 밤에 불현듯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라...주저리 주저리 적어봤습니다.
언제...제대로 된 인간이 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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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정말 알 수 없는 여정이다
승연맘 조회수 : 1,270
작성일 : 2004-12-18 01:21:01
IP : 211.204.xxx.7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4.12.18 3:43 AM (61.84.xxx.28)공부보다 오히려 가정이 더 가치있고 소중한걸요.^^.
승연맘님 이미 하나만 바라보고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신걸요.2. 야난
'04.12.18 9:45 AM (221.155.xxx.147)승연맘님 심정... 이해 할 수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어떤 인생을 만들어갈 건지...
저두 불현 듯 이런 생각에 사로 잡히면,
몸과 마음이 차~악 가라 앉으면서....
님, 힘내세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요.3. 김혜경
'04.12.18 9:36 PM (218.237.xxx.203)승연맘님...지금은 이런저런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일단 둘째 낳아놓고요...
힘내세요...4. 승연맘
'04.12.18 11:37 PM (211.204.xxx.159)여러분들...용기주셔서 고맙습니다. 힘내서(?) 애 낳고 몸 추스린다음...나중을 생각하려고 합니다.
리플 달아주신 분들, 혜경샘님...다 감사드려요. 다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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