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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아덜, 우짜믄 좋아요.

주책바가지 조회수 : 1,330
작성일 : 2004-11-15 18:25:07
하나 있는 제 아들놈 이야기 좀 하려구요.
9살 이거든요. 요즘 아이 답지않게 남다르게 잘 노는 아이랍니다.
한 번 밖에 나가면 파트너 바꿔 가면서 놀고 깜깜 해져야 들어오는 아이...
요즘 날씨에 맨발로 나가 놀아서 인지 감기도 잘 안걸리네요.

두 달쯤 전 제가 병원에 가는데 데리고 갔거든요.
가는길에 아파트 상가가 있는데 상가에 휴지파는 장애아저씨가 오셨더라구요.
핸드카에 두루말이 휴지를 쌓아 놓고 빵집에 들어가 사달라고 하시는데 빵집 아주머니가
나가라고 소리지르고 있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아들놈이 그걸 보고 서 있길래 병원 예약시간이 다되서 이따가 오면서 사자 그러고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아들녀석은 병원에 있는 내내 안절부절 못하더니 처방전 가지고 약도 못짓게 절 잡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가 딴데로 갔을까봐요.
상가에 도착했지만, 아저씨가 없는 건 당연했죠.
저는 속으로 잘됐다 하면서 집으로 가자고 했더니 요녀석, 근처를 막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저 ~ 쪽, 길가에서 다리쉼을 하고 있는 아저씨를 찾아내고선 우리엄마가 휴지 살거니까
여기계세요 해놓고 저한테 달려 왔답니다.

결국 10개에 5000 원 하는 휴지를 사가지고 직접 안고 오면서 좋아하던 모습이란....

그 후에 휴지를 쓸 때마다 항상 그러데요.
" 엄마, 그 아저씨 휴지 많이 팔았을까?"

세월이 흘러흘러 휴지가 다 떨어져 살때가 되자 아저씨가 또 올거라며 휴지를 못사게 하는 겁니다.
밖에 나가 놀때마다 아저씨를 찾아 봤지만 아저씨는 보이지 않고....
달랑달랑한 휴지가 불안해서 오늘 휴지를 사가지고 왔는데 그걸 본 아이가 혼자서 중얼 중얼 합니다.
뭐라하는지 들어봤더니,
"그때 2 개쯤 사주지. 우리 엄마는 구두쇠..."

허이구, 키만 멀대처럼 커가지고 속은 저렇게 여린 놈을 우짜면 좋을까요 ?

오늘  속상하신 분들 많으신 것 같아 한번 웃자고 써봤습니다.
  
IP : 210.206.xxx.24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생크림요구르트
    '04.11.15 6:29 PM (218.145.xxx.174)

    우와, 너무너무 착하고 기특한 아드님이시네요.
    그런 인정머리있는(^^;)아이로 키우는 게 저의 지상목표인뎅...

  • 2. 우와~~
    '04.11.15 6:53 PM (61.255.xxx.205)

    전 그 어떤 아이보다도 저렇게 가슴이 따뜻한 아이가 젤~~!! 부럽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줬으면 좋겠는데....
    원글님이 그리 가슴 따시게 사시니 아드님이 보고 배운거겠지요.
    저도 그런 부모가 되렵니다.
    간만에 가슴이 뜨셔옵니다. 기특하네요 정말. ^^

  • 3. Ellie
    '04.11.15 6:55 PM (24.162.xxx.174)

    딴건 모르겠는데... 자기 밥그릇(?) 은 좀 챙겼으면 하는... ^^;;

    제동생... 주머니에 딱 천원 한장있는데, 동냥하는 아저씨 바구니에 넣고...
    2시간을 그 추운 겨울에 걸어 들어와선... 감기로 일주일 앓아 누웠었다는...
    ^^

    그나저나 참.. 착한 아드님입니다. 아마 나중에 사회의 소금같은 존재가 될거에요. ^^

  • 4. 달래언니
    '04.11.15 7:30 PM (221.156.xxx.108)

    너무 너무 착하고 예쁜 아드님이에요.
    한번 안아주고 싶어요.
    엄마를 원망하는 대목에서 그만 제 코끝이 찌~ㅇ

  • 5. 산나
    '04.11.15 7:31 PM (222.97.xxx.38)

    직업상 매일 수십쌍의 모자 내지는 모녀를 대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건 부모의 심성과 아이의 심성이 똑같다는겁니다.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진리가 인간사에도 고대로 적용이 되더란거죠.

    처음부터 너무 이뻐 보였던 주책바가지님.
    아마도 아드님 모습이 그대로 님의 모습인 듯 싶으네요...^^

  • 6. 초이
    '04.11.15 7:36 PM (220.118.xxx.40)

    정말 기특한 아드님이네요...
    따뜻한 맘이 여기까지 전해지는거 같아요...^^*

  • 7. 김혜경
    '04.11.15 7:42 PM (211.201.xxx.143)

    정말 착한 아드님입니다...콩심은데 콩난다더니...주책바가지님 아드님 맞네요..근데요..필명 좀 이쁜 걸로 바꾸심이 어떨지..주책바가지님..하고 부르려니까 이상하네요..

  • 8. 강아지똥
    '04.11.15 8:19 PM (61.255.xxx.23)

    넘 착한아드님인데여...ㅋㅋ 저두 나중에 우리아이가 저런 이쁜마음씨를 갖었으면 좋겠어여~

  • 9. 토스트
    '04.11.16 3:10 AM (129.128.xxx.157)

    눈물 한방울이 콕 떨어졌어요, 아이고...이쁜것!!!

  • 10. 원두커피
    '04.11.16 9:36 AM (61.74.xxx.24)

    에궁,, 저도 아들키우는데,,, 잘 키우셨네요^^

  • 11. Happy
    '04.11.16 12:09 PM (218.159.xxx.66)

    넘 예뻐요.
    맘이 이쁜 아드님의 이쁜 마음 앞으로도 계속계속 유지되기를~~

  • 12. 봄나물
    '04.11.16 5:52 PM (218.48.xxx.219)

    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것 같아요.
    너~무 이쁜 아드님 두셨네요.
    옆에 있으면 마구마구 뽀뽀해주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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