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온 사람치고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정확하게 알고 살았던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란 말은 들어봤을지 몰라도 성탄이라는 말은 아마도 전혀 못 들어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저에게는 생소한 명절입니다.
한국의 분위기에 취해서 함께 하기는 하지만 한국인들이 즐기는 만큼 즐겁지는 아니합니다.
아니, 오히려 주변에서 즐거워 하는 모습,
웃고 떠드는 모습에 기가 죽어 어쩌면 더 외롭고 고달픈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더 외로울 것 같았습니다.
가까이 지내는 언니는 형부와 함께 중국에 나가있고 또 한 사람인 동생은 남자친구가 있어 함께 즐기고 저는 외토리어서 그들 속에 끼어 들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혼자 보낼 명절을 생각하니 며칠 전부터 무섭고 걱정스러웠습니다.
명절이 오면 괜스레 짜증이 납니다.
함께 하고싶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즐겁게 웃고 떠드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기가 싫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즐겁게 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우리 “애뜰”의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림니다.
많은 분들이 오신다고 하기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한국에서 손님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몰라 음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집주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인지,
괜히 찾아온 사람들에게 부족함만 남겨놓지 않을 가,
안해도 될 걱정까지 움켜안 고 걱정,걱정, 걱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속 마음을 미리 다 아시고 와주신 많은 분들!
손수 빚으신 만두에 손수 담그신 김치,
손수 야채들을 썰어 넣어 만드신 버섯전골, 갈비찜,
가스불에 올려 놓고 끓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게 정성껏 준비하여오신 안순자님,
세간난 딸 집에 찾아오신 친정어머님 같았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나 자신을 알고 삶을 귀중히 여기라고 생의 지침이 될 수 있는 좋은 책을 선물하신 이미자님, 저 보고 왜 눈물을 흘리며 울려하냐고 하셨죠?
여러분들의 지극함과 배려에 감동,감동이어서 눈물이 나더군요.
제가 뭔데…
저를 위해 이렇게 먼 곳까지 오시여 애써주시는가?
좋은 사람들, 훌륭한 사람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의 인연이 너무도 고맙고 마음이 벅차 눈물이 나왔습니다.
동생의 살림살이 챙기듯 이것 저것 물으시며 부족한 것을 체크하시던 황인희님,
저의 언니도 있었으면 그런 모습을 보여줬겠지요. 친
언니를 대하는 것 같아 한없이 마음이 편했고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저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커피심부름에 설거지에 자질구레하고 질펀한 일로 허리펼사이 없었던 이서린님, 한민정님 어린 친구들까지 와주어서 넘 기뻣습니다.
괜스레 일만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해요.
다음 기회에는 제가 대신할게요.
마지막까지 남아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주인장님, 표준언니(더 편해서 이렇게 부름니다) 그리고 원유욱님 헤어지기 아쉬워 했던 저의 마음 아시죠?
암튼 제가 받았던 감동과 느낌을 몇 마디의 글로 대신하기에는 저의 능력의 부족함을 한탄합니다.
그 크고 벅찬 심정을 어찌 몇 마디의 글줄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며칠동안을 이 감동의 도가니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2003년 12월 25일은 저의 일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님들로 하여 받은 감동이 큽니다.
참으로 복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뜰”이라는 곳에서 님들과 같은 좋은 이웃을 만난 것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정말로 큰 행운입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을 저 또한 다른 이웃에 나누어 주겠습니다.
받은 만큼, 받은 것 보다 더 많이 베푸는 삶을 살겠습니다.
심장속에 영원할 여러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추억속에 영원할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봉사클럽회원이 쓰신글을 퍼 왔습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북한에서 온 사람치고 크리스마스가 .....
멋진머슴 조회수 : 974
작성일 : 2003-12-26 11:18:22
IP : 218.145.xxx.9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깜찌기 펭
'03.12.26 2:11 PM (220.81.xxx.141)멋진 머슴님의 따뜻한 글, 유용한 글 늘 기다립니다.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682288 | 자유게시판은... 146 | 82cook.. | 2005/04/11 | 155,591 |
682287 |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 82cook.. | 2009/12/09 | 62,926 |
682286 |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 82cook.. | 2006/01/05 | 93,222 |
682285 |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 ᆢ.. | 2011/08/21 | 20,712 |
682284 |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 애니 | 2011/08/21 | 22,528 |
682283 |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 사랑이여 | 2011/08/21 | 22,379 |
682282 | 꼬꼬면 1 | /// | 2011/08/21 | 28,218 |
682281 |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 애셋맘 | 2011/08/21 | 35,547 |
682280 |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 명언 | 2011/08/21 | 35,900 |
682279 |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 애엄마 | 2011/08/21 | 15,567 |
682278 |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 차칸귀염둥이.. | 2011/08/21 | 17,780 |
682277 |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 너무 어렵네.. | 2011/08/21 | 24,067 |
682276 |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 해남 사는 .. | 2011/08/21 | 37,239 |
682275 |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 조이씨 | 2011/08/21 | 28,317 |
682274 |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 -_-; | 2011/08/21 | 19,073 |
682273 |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 | 2011/08/21 | 27,556 |
682272 |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 짜증섞인목소.. | 2011/08/21 | 75,512 |
682271 |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 이건뭐 | 2011/08/21 | 15,222 |
682270 |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 도어락 얘기.. | 2011/08/21 | 12,254 |
682269 |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 참맛 | 2011/08/21 | 15,092 |
682268 |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 | 2011/08/21 | 14,105 |
682267 |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 수영장 | 2011/08/21 | 14,323 |
682266 |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26,885 |
682265 |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 애플 이야기.. | 2011/08/21 | 24,322 |
682264 | 가래떡 3 | 가래떡 | 2011/08/21 | 20,481 |
682263 |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 슈슈 | 2011/08/21 | 22,568 |
682262 |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 늦은휴가 | 2011/08/21 | 14,475 |
682261 |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 도대체 | 2011/08/21 | 12,573 |
682260 |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19,137 |
682259 |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 | 2011/08/21 | 22,5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