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생각...
커피를 좋아하면서도 커피숍만 가면 뭘 시켜야 할지 표정은 태연하게 머리속은 복잡하게.
'저기 다 뭔 맛이래? 이름은 왜이리 많은겨!!
워매 우짠다냐 꽃다운 20대에도 겨우 외운 커피 오매오매 몇년 허벌라게 날아가고 나니
이젠 아주 커피잔도 큰놈 쪼매난 놈 진하게 묵을테냐 약허게 묵을테냐
옴마야 난 모르겄네~~~'
차분한 목소리로 "커.피. 주세요"
남들이 뭐라케도 우짜든동 난 다방커피가 젤로 맛있어야!!
아 ~이래서 진정한 바람둥이로구나!!라고 느껴보신 적 있으세요?
뜬금없이 들리시죠?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입사한 곳이 도시락 회사였답니다.
출근 첫날 아침 사장님
"미스 정 커피 한잔 부탁해도 될라나"
"예"
주방에 들어간 깽보 잠시 둘러보고 커피를 찾아 끓이기 시작했다.
"사장님 어떻게 탈까예"
"둘.둘.하나"
"하나는 설탕이지예"
......
"사장님 여기 있어예"
"음..우리 영양사 커피 솜씨 좀 볼까.."
"......."
직원들이 다들 외근 나가 사무실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서 커피를 한잔 마시기로 하고...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나의 첫직장을 뿌뜻한 마음으로 둘러보고 잔에 입을 가져가고 0.00001초만에
"억!!!!!!!!!!!!
이기 무신 맛이고??!!"
여러분은 커피에 조미료 한 스푼 이빠이 넣어가 묵어 본적이 있심까?
저는 있어예!
그란데 그건 인간이 묵을끼 몬데예!!!참말로
처음 들어간 주방. 떨리는 첫출근. 커피통만 따로고 온갖 양념통들이 함께 있는 그곳에서
설탕을 찾다가
"빛이 없는 하얀거는 소금일끼고..요 있네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거 설탕'
집에서는 조미료를 쓰지 않다 보니 조미료에 대한 개념이 머리속에 없었던거지예....
나중에야 보니 조미료는 길쭉길쭉하게 생겼데예...그때는 그 모양이 눈에 안 들어왔어예.
우리 사장님 눈썹한 번 안 찡그리고 그걸 한잔 다아~~마셨거든요....
퇴근 후 회식 자리에서 사장님께 죄송하다 사죄!!드리고
"사장님 그런데 그걸 왜 드셨어예.마 버리시지예"
"괘안타(괜찮다)"
한 번 씨익 웃으시더군요....
속으로 그랬죠
'옴마야 진짜로 멋있데이~~~'
며칠 후 조리원 아줌마 조용히 일러주는 말
"조심혀~~ 천하에 둘도 없는 바람둥이여!!우리 사장"
"....."
전 그때 처음으로 아 진정한 바람둥이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느꼈어요.
여자의 맴을 사로잡을라 카면 조미료 한 스푼 가득 넣은 커피도 조용히 마실줄 알아야 해요...
진짜 그때 속으로 그랳죠..
'옴마야 우리 사모님은 참 좋겠다..이런 남자랑 살아서...'
커피 마시다 옛날 생각에 젖어 주절주절 떠들다 갑니다..
사투리가 마구 짬뽕이죠...
이기다 거시기한 커피 마셔부러 생긴 부작용이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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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깽보 조회수 : 894
작성일 : 2003-10-24 04:11:34
IP : 211.216.xxx.13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혜경
'03.10.24 8:04 AM (218.237.xxx.248)넘넘 재밌네요...
'진정한 바람둥이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명언이십니다. 노력의 산물이군요...2. 부산댁
'03.10.24 9:08 AM (211.39.xxx.2)수 많은 여자를 녹이는 바람둥이와 사시는 사모님은 속이 시커먼스~~ ^^;;
재밌어요~~3. 으니
'03.10.24 12:17 PM (218.158.xxx.230)캬캬~
안 그래도 커피 한 잔 하면서 들어왔는 데....
이래서 오늘 한 번 웃는군여....캄사~4. 초록빛모자
'03.10.24 1:06 PM (220.91.xxx.191)전 명절날 형님들한테 서비스한다고 한잔씩 돌리는데
쇠고기 다시다를 황설탕인줄 알고 두스픈씩 넣어돌렸다는 ...ㅠㅠ5. 깽보
'03.10.24 1:57 PM (211.219.xxx.23)ㅎㅎㅎ 초록빛모자님 반가워요....
세상에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
저 그 도시락 회사 그만둘 때 사모님이 말리더군요...
일하는 게 마음에 든다고....
흑흑흑
일은 무슨 일! 실은 저 입사하고 일주일정도쯤 회사로 오셔서
저를 한번 보시고는 맴을 놓으신게죠....아 이럴 때 웃어야하나요 울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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