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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난리가 났어요

vampire 조회수 : 1,155
작성일 : 2003-09-11 11:51:13
아들 세형제를 두시고 혼자 사시던 저희 시어머니가 3주전에 팔목 부러지셔서 입원하셨거든요.
핀을 박아 기부스 하고 경과를 보느라 좀 계시다가 일주일전 큰형님께서 퇴원후 집으로 모시고 가셨드랬어요. 사실 팔이 부러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혼자서 거동하는게 위태로울 만큼 걸음걸이가 부실하시거든요.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다리가 더 문제죠. 막내 며느리인 저는 '큰 아주버님과 형님께서 이제는 정말 큰 결심을 하셨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내심 걱정은 됐어요. 성질이 불같은 큰 형님과 좀 별나신데가 있는 시어머님이 잘 지내실 수 있을까 하구요.

아니나 다를까... 추석 차례를 지내고 비가 온다고 남자분들만 모두 성묘를 떠난 후, 몰래 담배 한대 피우신 저희 시어머니, 큰형님의 맹 공격을 받으셨어요. '담배 피우지 않기로 하고 오셨는데, 담배 피우셨으니 이제 저희 집에 못계십니다!' 그리고 그 불똥이 아랫 동서 둘에게도 튀었죠. '열흘씩 돌아가며 모셔봐야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안다. 그리고 이제부터 제수 비용 관리는 막내인 자네가 하라. (형님 통장으로 매달 꼬박꼬박 제수 비용이며 어머니 병원비에 대비하여 형제들이 돈을 보내드리고 있었어요)' 그것까지도 좋습니다. 듣고 계시는 저희 시어머니가 민망해 하실 정도로 큰 소리를 내시다가, 결국 저희 어머니 '내가 이집에 한달을 있었냐, 두달을 있었냐, 기부스 풀면 나 내집에 갈거다, 좋아서 여기 있는 거 아니다. 마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하시더군요.

전 오늘 저희 큰형님의 언행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담배를 끊기 어려우면 베란다에 나가서 피라고 할수도 있쟎아요.) 비난은 않겠습니다. 같은 며느리로서, 맏며느리라고 해서 시어머니 모시는 부담을 전담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형제들이 돈을 모아 유료 양로원이라도 보내드렸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런 제안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구요.

그냥 이 사태가 참 슬펴요. '아들 많은 집 노인은 길바닥에서 죽고 (이집 저집 전전하다가), 아들 하나 있는 집 노인은 골방에서 죽는다' 는 섬뜩한 말이 떠오릅니다. 다들 직장생활 하느라 바쁘니, 낮에 빈 집에 계시는 것 보다 친구들도 사귀고, 세끼 따뜻한 식사가 나오는 양로원이 더 인간적일 거라는 생각도 하구요.

시어른을 모시는 건 아들이 아니라 사실 며느리인데요.  여자로 태어나서 왜 이렇게 다들 힘든 고민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저희 친정 엄마도 외며느리로 와서 할머니 할어버지 생활비까지 이십년이 넘게 보내 드리면서 고생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 절대 장남에게 시집 안보낸다고 하셨고, 저도 보고 자란 것이 있어서, 솔직히 말해 남편이 장남이었으면 결혼 안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 시어머니께서 이렇게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가 될 줄은 생각 못했어요.

좋은 명절날 아침에 마음이 우울합니다.
IP : 211.181.xxx.2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경빈마마
    '03.9.11 12:15 PM (211.36.xxx.141)

    요즘은 장남 차남 따로 없다는 말이 있더군요.

    아니 오히려 외아들에 큰 아들이 더 많다고 하시더군요.

    유료 양로원 님이 먼저 말씀 꺼내지 마시기를....

    왜?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차라리 남자들 입에서 나와야지 며느리들 입에서 나왔다가 두고 두고

    말 듣습니다.

    맞습니다.

    늘 항상 집안에 문제는 가족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난답니다.

    어떤 모습으로 해도 참 힘든것이 이 시댁문제와 부모님 문제 이지요.

    일단은 지켜 보시기 바랍니다.

    참 마음이 심란하시겠어요.

    힘내요.

    다른댁들도 아무런 일이 없는지~원!

  • 2. 진쥬
    '03.9.11 1:16 PM (61.101.xxx.78)

    정말 추석에 난리가 났네요..
    경빈마마 말씀처럼 유료양로원 이야기 먼저 꺼내지마세요.

    아직 정서가 노인분들 당신들도 그러시고
    자식인 내가 기꺼이 모시지못하겠더라도 피 안섞인 며느리 입에서 나오면
    거부반응이 심하시더군요.
    하다못해 형제들까지도 서로 분분한 의견의로 집안이 발칵 뒤집어 진 경우를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그런데 결과적으로 양로원가신 어머니가 결과에 대해 만족하셧어요..)
    요즘 저를 포함해서 주변에 전부 외아들인데 지금이야 따로 살지만 더 열로하시고 혼자 되시고
    기력 없어지시면 저희도 다겪어야 될일이네요.
    답답합니다.

  • 3. 푸우
    '03.9.13 12:20 PM (218.51.xxx.187)

    정말 갑갑하시겠어요. 요즘은 착한 며느리가 맏며느리라는 말이 있더군요,,
    휴... 딸만 둘인 친정이 차라리 낫다는 말을 요즘 엄마가 자주 하시더군요.
    딸이든 아들이든,,,
    저두 먼저 양로원 이야기는 꺼내시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구요.
    가급적이면 님께서는 그냥 윗분들 의견에 따르는 쪽으로 하세요.
    그냥 섣불리 나섰다가 더 큰 일이 있을 수도 있는 민감한 일인것 같아서요...
    저두 막내며느리이거든요..

  • 4. 하늘
    '03.9.14 10:12 PM (61.83.xxx.59)

    힘드시죠?
    전 8남매 중 막내 외며느리랍니다. 지금은 제가 아이들 키우는데두 힘겨워서 선뜻 모시지 못하구있구요. 곧 모시고 살아야겠다는 맘을 갖고 있답니다. 저두 얼마간 시부모님과 사는 동안 힘든 일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래두 사랑스런 우리 신랑 낳아주시구 키워주신 부모님께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어갑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느껴지네요. 우리 시부모님들도 이렇게 사랑으로 신랑을 키우셨을텐데... 더 잘 해드려야지. 여러분 모두 좋은 분들이시니 저보다 더 잘하시겠지요? 우리 며느리들 모두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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