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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은 슬퍼요~

러브체인 조회수 : 1,324
작성일 : 2003-09-09 18:45:06
저는 살면서 시간을 가장 아까운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낮잠을 잔다거나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혼자 더 자버린다거나 하는걸 즐기지 않지요.
잘땐 고 달콤함에 기분이 좋지만 자고나면 줄어버린 고 시간들이 너무 아까와서 눈물이 날거 같거든요.

아마도 제가 이렇게 시간을 아까와 하기 시작한건 제가 결혼하고 살아가면서 부터인듯합니다.
좀 더 어려서는 시간이 아까운것이란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낭비하고 즐기며 살아가기에 바빴으니까요.

이제 다시는 오지 못할 저의 32번째 추석연휴는 또 아깝게 이렇게 시작되고 끝날테지요.
그게 미치도록 아쉽고 슬퍼요.

어머님이 9일이면 입원하신지 한달이니 오늘이 한달째 날이네요.
그래도 이번에 친척분들도 돌아가실까봐 놀라셨는지 많이들 도와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그래도 뭐 병원에서 자지 않고 지내는 시간들도 그닥 가치있게 쓸수 있지는 않았죠.
제가 한가지가 걸리면 다른건 도통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암튼 지난주말에 아버님께 바통을 넘겨 드리고 집에 오면서 어머님은 꼭 추석전에 퇴원하시겠단 의지를 보이셨구요.
어머님 상태는 비전문가인 제가 보기로는 참 좋아지셨답니다.
그야말로 사선을 넘나드셨던 분이라고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였죠.
울 집안 식구들은 그걸 미라클 이라고 부른다니까요..^^
한달을 침대에 누워 지내셨으니 얼마나 환자도 힘이 드셨겠어요.
어머님도 너무 집에 가고 싶어 하시고 또 주치의가 농담처럼 추석전엔 꼭 보내 드리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암튼 그래서 다들 퇴원에 맘이 부풀어 있었는데..

어머님은 결국 퇴원을 못하시고 마셨네요.
우리가 보기와는 달리 무언가 위험요소가 있는 모양입니다.
어머님은 집에 갈 마음에 기분 좋으셨다가 그 소리 들으시고 울고불고 먹은걸 토하시고 그러셨다고 하네요..ㅡ.ㅡ

암튼 문제는 이제 시작된거죠.
어머님이 저에게 추석전날과 추석날 와서 자고 가라 전화 하셨더군요.ㅡ.ㅡ
네..뭐 어머님 누워 계시니 가야겠지요.
어머님 혼자 화장실 다니실수 있고 다 하실수 있다는거 알지만 명절이니 더 혼자 계시기 싫으신거겠죠..
그런데 그게 왜그리 섭섭할까요. 코앞에 두고도 전 명절이나 생신이 아니면 친정에 가지 않거든요.
부모님들 다 일하시고 해서인지 몰라도 암튼 그래요.
그런데 올해는 추석날 친정에도 못가게되었네요.
딸랑 결혼안한 남동생 하나와 저 둘뿐인 집이라 얼마나 썰렁할지 마음이 아파요..
엄마는 그래도 온갖음식 다 하시는데 혼자서 다 준비하실것도 마음 아프구요.
추석밥상에 세사람 달랑 앉아서 식사하실것도 넘 가슴 아프구요.
피가 당긴다더니 사실 병석에 누우신 어머님 보다 울 식구들땜에 더 마음 아프네요.

그리고 어머님 퇴원하신다던 소리만 없었어도 덜 부풀었을 가슴이..
어머님 가시고 나면 9일엔 저녁에 허니랑 맛난거 해먹고 밤늦게까지 영화보고 담날 새벽에 작은아버님차 타고 시댁갔다가 추석날 아침먹고 올라와서 친정 가서 점심 저녁 먹고 그 담날부턴 자유 라고 생각했던것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더 짜증나고 속상한거 같아요..ㅡ.ㅡ

더 기가 막힌건 어머님의 이중적인 모습이에요.
어머님과 함께 자면서 제가 여러번 어머님께 다짐 받았거든요.
형님 친정 오빠가 병석에 계신데 그 남은 삶이 얼마 되시지 않고 연세가 높으신(80이 넘으셨데요)
형님 친정 어머님이 아직 그 사실을 모르시는데 이번 추석에 모든걸 말씀 드려야 한다네요.
그래서 형님이 뭐 내색하시진 않았지만 제가 생각해도 형님이 이번 추석엔 시골에 내려오시기 보다는 (어머님 퇴원하셨을경우) 친정에서 친정어머님을 안정 시켜드리는게 좋을거 같더라구요.
하나밖에 없는 딸인데 그 누구보다 어머니께 도움이 되지 않으시겠어요?
비록 오빠 병원에 왔다갔다 하고 한다고 한번도 어머님 병실 지켜주시지 않은건 야속하지만
그래도 같은 며느리 입장을 누가 이해 하겠어요.
암튼 그래서 이번엔 절대루 형님 내려오지 말라고 해달라고 어머님께 간곡한 부탁을 드렸고
마침 오셨던 형님에게 어머님이 선심쓰듯이 넌 이번에 내려오지 말고 친정어머님 보살펴 드려라 라고 말씀해주시기에 이르렀네요.

그러던것이 어제 추석전에 마지막으로 인사 드리러 들린 형님에게 어머님이 그러시더랍니다.(울 허니가 보고 왔음) 큰애가 내가 못가니까 니가 가서 아버님 상도 차려 드리고 한달이나 자리 비웠으니 집청소 깨끗이 하고 연휴 지남 올라와라..ㅡ.ㅡ
헉헉... 아니 물론 아버님 식사도 중요하고 청소도 중요하겠지만 어쩜 그러실수가..ㅠ.ㅠ
시댁옆에 사시는 시이모님이 오죽 잘 알아서 아버님 챙겨 드릴것이며 청소도 나중에 내려가실때 누군가 가서 하면 될것을 뻔히 사정 다 아시는 어머님이 너무 하셨단 생각을 지울수가 없네요.
형님도 넘 감사해 하며 기분좋게 오셨다가 철퇴를 맞은 표정으로 집에 갔다는 허니전언에 전 또다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에 대해서 맘 아팠네요.
아마도 어제 돌아가는 걸음에 형님 또 한차례 우셨겠지요.

글이 무척이나 길어졌네요..ㅡ.ㅡ 암튼 그랬는데 아버님이 갑작스럽게 오늘 내려가시겠다고 선언 하시는 바람에 지금 허니가 대신 병상 지키러 병원으로 바로 퇴근 한답니다.
그러니 저랑 허니는 오늘 부터 추석날 밤까지 따로따로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소리지요..ㅠ.ㅠ

남들 기분 좋게 즐거운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것도 너무 마음 아프고
그것도 둘이 아니라 혼자 지내야 한다는게 넘 서글푸고..
친정에 못가는것도.. 시어머니 마음을 다 알아버린것도 너무 슬퍼요..ㅠ.ㅠ

에혀 이번 추석은 너무 슬프고 화나고 아쉬운 시간들이 될거 같네요.
제 32번째 추석연휴는 누가 돌려 줄려나요..
정말 자유롭고 싶어요..ㅠ.ㅠ
IP : 61.111.xxx.11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호두
    '03.9.9 8:01 PM (210.95.xxx.35)

    그 맘이 여기 까지 전해지는 것 같네요.
    힘 내시고 그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좋은 일은 있겠죠( 열심히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글 재주가 없어서 영 ......
    전요 오늘이 상황근무입니다. 그래서 10시까지는 퇴근을 못합니다.
    퇴근해서 시댁으로 곧장 입니다. 내일 아침에 가려고 있는데 바쁘다고 올라 오라고
    하셔서.....

  • 2. 김영아
    '03.9.9 8:37 PM (61.110.xxx.110)

    힘내세요..
    맘이 안타까워 드릴말씀이 없네요.

  • 3. 힘내세요
    '03.9.10 3:52 AM (211.119.xxx.211)

    며느리가 되기전 예비 고사로서

    근무시간 예측 불가능한 간병인 및 수시로 출동 가능한 파출부가 될 각오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yes라고 답을 해야만 며느리가 되도록 해야 할 것 같죠?

    며느리 불러 일시키는 거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이 세상 정말 싫습니다.

  • 4. 우렁각시
    '03.9.10 8:44 AM (66.185.xxx.200)

    럽체인님, 추석은 맘편히 지내실줄 알았는데...안타까움.
    어른들..나이먹음 저절로 맘이 너그러워 지는 줄 알았더니 다 훈련이 필요한 것 같네요.
    당신생각이 더 앞서는 셤니, 밉당.
    그 형님은 또 얼마나 울었을꼬...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내 눈에 피눈물난다는게 ..저희 친정엄마 평생 신조랍니다.
    님아..얼릉 맘 추스리고 82로 돌아오소..달보고 빌께요.

  • 5. 나혜경
    '03.9.10 3:44 PM (220.127.xxx.98)

    그런데 시어머니가 하라면 다해야 하나요?
    도무지 이해가 안되서요, 저 같으면 무조건 하라는대로 안할거 같은데....

  • 6. 나르빅
    '03.9.11 12:32 AM (61.48.xxx.39)

    아고.. 러브체인님.. 저랑 동갑이신것 같은데 부끄럽네요.
    저라면 죽었다깨도 그렇게 못할것 같은데.. '자유가 그립다'는 말씀..
    되새겨 듣고.. 자유이다 못해 방종에 가깝게 사는저.. 반성하렵니다.

  • 7. 딸기짱
    '03.9.11 7:44 PM (211.229.xxx.240)

    럽체인님! 어머님 아직도 입원해 계시는군요..
    많이 힘드시죠!!!!
    어머님이 얼렁 완쾌 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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