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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모님과 함께한 내 생일

진쥬 조회수 : 928
작성일 : 2003-09-06 12:57:38
결혼 5년차구요
아직 아기가 없는 탓에 항상 생일은 그저 둘이 오붓하게 보냈었습니다.
남편이 그리 센스가 있는 편이 아니라 이벤트는 없지만
자기딴엔 본인이 꽤 멋진 남편인줄 알고 있거든요.^^;
나름 대로 좋은 식당도 가고
공교롭게 해외출장을 따라갔었다든가
늦은 여름휴가(?)를 생일끼고 갔다든가
한해는 홍콩에 살았기때문에 그런대로 좋았고..잘 보냈지만
밑에 글에 직접 생일상 세팅한 어느분의 신랑님 이벤트처럼 감동스러웠던적은 없었어요.
이번에도 사실 별 흥미는 없더라구요
요즘 제가 입덧 때문에 줄곧 나가서 식사를 했던터라 외식이 기대되지도않고
집이 한남동이라 근사한데 데리고 가준답시고 나가봐야
호텔일텐데 집에서 서울시내 왠만한 호텔 10분에서 30분이면 뻔하거든요.
거기갈껄 화장하고 약간 나온배 가리려고 옷태안나 스트레스받고 ....
으이그..귀챦아요..글구 돈도 아깝구요.
그런거 아가씨일때 남자친구가 데려가줘야 좋지 제가 이제 완전 아줌마인가봐요.
글구 이제 30대중반인데 머..생일이 반갑겠어요..흑흑..ㅠㅠ

그러던 차에 문득...
일전에 남편 생일에 시부모님 모시는 것에 관해 이야기가 여기에 올라와 말이 많았쟈나요..
그때 그걸 읽고  저도 남편 생일에 시부모님이 왜 끼어야하나..하고 경악을 했는데
의외로 시부모님 모시고 생일상 차리는 분들이 많다는것을 새로 알았어요.
그리고 그 뉘앙스는 아들생일에 시어머님이 대접받으셔야한다는 시댁의 당당함이
저의 자격지심탓인지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전 시댁이 미국이라 시부모님이 멀리 계시니 그 상황에 안맞딱뜨려서 그렇지
아마도 둘이 편하게 지냈을 수 없었을겁니다.
외압에 의해..(여기서 외압이란..ㅎㅎ 시어머니의 따가운 눈총..)

저는 딸만 넷인 집의 맏이랍니다.
시부모님이 아들 생일날 상 받으시는게 당연하다면
우리 엄만 사위생일, 딸 생일 챙기고 싶으셔도 사위들 피곤하고 귀챦아 한다며
매번 고기재우고 바리바리 과일싸서 음식만 만들어 살짝 들여놓고 도망치듯 오시곤 하시지요.
전에 저 결혼 할때나 동생들 혼사때마다 생각한건데
우리 엄만 며느리가 해오는 이불 덮을 일은 없겠구나 하며 씁쓸햇거든요.
그 느낌이 또 드는거예요.

해서 몇일전에 남편한테 물어봤어요.
혹시 덜컥 우리 부모님 모신다면 어떻게 생각할까해서
제가 장난처럼
내 생일에 무슨 계획있냐 브리핑해봐라...
이번에 내가 어렵게 임신도 했는데 훈장이라도 줘야하는거 아니냐..
농담반..진담반 ..부담을 팍팍 줬어요..
그랬더니 온순한 우리 남편..굉장히 난처한 표정을 짓더군요.
남편 상상력으론 제가 원하는 대답을 못할꺼라는걸 본인도 아니깐요..
그 표정 보시면 되게 웃낄꺼예요..
당신은 상상력이 부족해 ..혹시 성의부족아니야?
나 선물사절이야 ,나 이제 중년에 접어들기때문에 은목걸이나 귀걸이 그런거 안받아.
(선물아이템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함..저는 차라리 속옷이 실용적이라고 생각합니당. 그것도 받고 싶은 선물은 아니지만..넘 몰라요)
나 이제 50만원 미만은 선물 접수안한다 위로는 제한없어,
그러니까 한 3년이나 5년에 한번씩 거한거 받을테니 그런줄알아..
히히 꽃다발도 그때 보태서 쓰게 이번엔 돈쓰지마! 했더니
남편 왈..오마이갓..(아니 이 아줌마가?..라는 뜻이겟지요.)

일단 그렇게 선물사절,외식사절,꽃다발도 사절. 제 의사를 밝힌후
그냥 집에서 미역국 끓여서 우리 부모님이랑 저녁이나먹자.
내년에 아기 낳으면 어디 내생일에 미역국 끓이겠어..
엄마랑 생일날 밥 같이 먹고싶어.했어요.
흠..이제 철이나는구나..하더라구요.ㅎㅎ

엄마한테 전화로 제생각을 말씀드렸더니 엄마가 생각보다 무지 감격해 하셔서
저도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냥, 집에 선물들어온 갈비가 있어서 전날 찜해놓고
호박이랑 두부전 부치고  냉동새우있길래 반갈라서 전부쳐서 한접시 만들고
낮에 게장 맛있는 식당에 가서 간장게장 사와 한접시..
미역국은 엄마가 오셔서 끓여주시고
김치하나 내고
간단하게 상이 차려졌어요.
흔한 나물 반찬 잡채하나 없었지만 제가 손님용으로 아끼는 그릇에 물잔까지
내서 기분내다보니 엄마를 위해 차린건데 상은 그럴듯하게 모양이났지만
제 생일날 폼잡으려니 좀 쑥스럽더라구요.
암튼 너무너무 흐뭇한 저녁이었어요.
아빠는 집에 오시자마자 요즘 제가 몸 힘들다고
쌓아둔 재활용 쓰레기며 화분 시든거 다 손봐주시고
엄마는 몸조심해야하는때에 상차렷다며 설것이까지 다 하시고 가시고
역시 친정부모님이죠..제가 시부모님이었다면 이렇게 편안하게 스트레스안받고
그래도 손님맞이었는데 이몸으로 엄두를 냈을까 싶어서
새삼 친정의 푸근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건이 되면 엄마생신때 미역국이라도 끓여서 들고가고
(외식을 하곤했는데 그것과 별개로 전날저녁, 아침에 드시라고 미역국 끓여다 드리면 어떨까 싶어요)
제 생일도 쭈욱 이렇게 지내고 싶다는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신랑 말대로 제가 이제 철이드는거 같죠?
82쿡 덕에 제가 35살 생일을 의미있게 보낸것 같아요.
이 자유게시판을 보다가 벌인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한가지더!
어제 남편이 웃낀 일을 하나 했어요.
어제 모인 사람이 엄마 아빠 ,그리고 마침 친정에서 잠깐  지내시는 외할머니..
저희 부부 ,이렇게 5명이었거든요.
남편이 고민고민 끝에 생각해낸 이벤트는요...ㅠㅠ
약혼식에 써도될 한 20명이 너끈이 먹을만한 2층케익을 주문해서 가지고 들어온거예요.
제가 당신은 들어올때 호떡만하게 생긴 케익이나 하나사와.엄마가 떡맞춰서 오셔가지고
케익 먹을 사람도 없어..글구 초는 꼭 만나이로 달라그래..그랬거든요.
그랬는데...
약혼,아니 ..환갑잔치에 써도 될만한 케익에다가 초는 99살로 가져왔어요.(기본으로 줬다나 어쩄다나..)
전 들고 들어오는데 그 케익상자보고 기절하는줄 알았어요.
글구 얼마일까 물어보고 싶어서 입이 근질 근질했구!
(겨우 참았어요..한 한두달쯤 지나고 물어볼려구요)
에구구..못살아..하다가도 사실은 솔직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요.
괜히 팔불출처럼 마지막에 남편 흉보듯 자랑하거죠 저?
히히 어제  생일이었으니까 봐주세요~

근데 3주후에 남편 생일이거든요.
전 그때 시부모님도 멀리 계셔 모실수도없구 그 이층케익을 저도 살수없구
그렇다고 우리 식구 모이게 하자니 그것도 아니고..
남편생일을 의미있게 치뤄줄 아이디어 좀 주세요.
제 생일 생각보다 넘 좋았기때문에 저도 잘해주고싶어요.
괜히 그날 자기도 부모님 모시고 싶어지면 쓸쓸하쟈나요.
에구 왜 생일은 이리 딱 붙어있누...고민되요.
IP : 61.101.xxx.7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파도랑
    '03.9.6 3:35 PM (211.216.xxx.76)

    친정 어머님이 정말 흐뭇하셨겠네요.

    저 역시 생일이란 제가 태어난 축하할 날이 아니라, 어머님 아버님이 고생하셔서 낳아주신 날로 생각하고 있습니다.(제 딸아이는 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세뇌교육을 시켜야 겠지요?)

    친정 시댁 모두 먼 관계로 거창하게는 못하지만, 신랑 생일엔 시댁에 전화 걸어 고맙습니다~ 하고 제 생일엔 친정에 전화걸어 고맙습니다~ 한답니다.

    저도 주위 정돈 좀 되고 하면 님처럼 부모님 모시고 한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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