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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요즘은 깜짝깜짝 놀라는 계절)

쉐어그린 조회수 : 832
작성일 : 2003-08-07 21:28:04
한동안 안 들리던 소쩍새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합니다.
봄에 들리던 소리보다 조금 먼 곳에서 아련한 소리로 소쩍 소쩍.
반면에 고요한 밤에는 풀벌레 소리들이 한층 가까이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풀벌레 소리는 가을의 정령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이제 겨우 시작인데,
벌써 가을 타령을 하는가 싶어 좀 무안하지만,
찌르르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한없이 여유롭고싶은 계절, 가을이 자연히 떠오릅니다.

이즘이면 저는 집안에서나 밭에서나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있습니다.
이들 각종 풀벌레와 작은 짐승들 때문인데,
며칠 전, 아침나절 아이들 방을 청소하려, 창문을 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지요.
예기치 않은 사물을 엉뚱한 곳에서 갑자기 만날 때 오는 놀라움.
어떻게 들어왔는지 커다란 매미가 창문 틀에 붙어서 희미한 소리로 울고 있지않겠어요!
“방충망이 뚫리지 않고서야 이 커다란 매미가 예 있을 수 없는데….
어머! 그나 저나 매미가 벌써 나왔네!”하며  방 청소를 하다가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둘째 한무뿐이 없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한무가 어디선가 매미를 잡아 집안에 몰래 갖다 둔겁니다.
둘째는 도시에서 살 때도 이맘 때면 잠자리들을 잡아와 집안 여기저기 놔두곤 했는데,
시골로 와서는 그 잡아오는 곤충들의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요즘 한무가 키우는 곤충은 사슴벌레인데,
이 사슴벌레가 낮에는 조용하다가 집안 식구가 모두 잠든 한밤중에
부스럭대고 지들 집으로 삼은 페트병을 득득 긁어대서
가끔 저는 한밤중에 놀라서 깨곤합니다. 처음에 들었던 득득 긁어대는 소리는
제법 충격적이어서  지붕에서 쥐가 우리집을 공격하는 소리인가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밤에는 수많은 벌레들이 전등불빛을 보고 창문에 달라붙습니다.  
창문 방충망의 좁은 틈을 뚫고 들어오는 작디 작은 벌레들이 많아서
가급적 전등불빛이 환하지 않게  켜놓아 어두운 밤을 지새고있습니다.  
창문에 달라붙는 이들 찰싹이는 벌레뿐이 아니라 개구리들도 있습니다.
찰싹 달라붙는 개구리들은 대부분 청개구리여서 귀엽지만,
창문을 닫다가 창문에 서너 마리씩 달라붙어 있는 개구리를 처음 보고서
깜짝 놀랐던 일도 있습니다.  
이제는 이 개구리들이 긴 혀를 재빠르게 내밀어 창문에 달라붙은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며 “그래! 어서 많이 잡아먹어라. 그래서 그만큼 집안으로
들어오는 벌레가 사라지게.” 하며 중얼댑니다.


밤에 현관문을 여닫을 때는 꼭 나방들이 서너 마리씩 집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앙징맞은 나방에서부터  멋진 무늬의 커다란 나방까지
그 모양이 너무 다양합니다.  집을 짖고 입주한 해,
처음에는 그 나방들이 집안 벽에 붙어있다가 휘 날아오르면
또 깜짝 놀랬지요.  그러나 나방은 금방 익숙해져,
살아있는 나방이 벽지의 한켠을 장식한 생생한 무늬로 여겨집니다.

밭에서 풀을 베다가 느닷없이 튀어 오르는 개구리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희한한 벌레는 사람을 항상 놀래킵니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네요.
풀을 베면서 예상은 하지만 그 개구리와 벌레의 출현 시간은
항상 1~2초 순간적이라 예상이란 심리를 뛰어넘습니다.

간혹, 마당에 있는 테이블이나 돌담에 앉아 차를 마시다가
뱀이 스스륵 기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니면 머리를 속 내밀고 혀를 낼름거리는 모습을.
그 때는 단순한 놀람이 아니라, 위험 심리가 함께 있어
괜한 비명을 지르지는 못합니다.  입만 떡 벌리고 말지요.

며칠 전 해거름에 혼자 산책간 적이 있습니다.  
이웃마을로 연결된 길인데, 야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정상으로 올라서면
넓은 들판과 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이라 자주 산책을 다니는 길입니다.
별 위험 요소가 없는 길이지만, 어둑어둑해지니 무서움이 조금 일더군요.
정상에 거의 다가서 ‘그래도 시원한 들판과 휘돌아 나가는 강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야지.’하며 발걸음을 빨리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몸에 끈적이는
실이 엉겨붙더니, 커다란 벌레가 허공에 매달린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는 겁니다.
까~암~짝 놀랐지요.  어렸을 때 많이 본 노란 무늬의 거미였습니다.  
이 거미가 길 이편 풀과 저편 나무를 연결해 길 한가운데 집을 짖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커다란 먹이감이 걸린 셈입니다.
엄마야! 소리를 지르며 몸에 붙은 거미줄을 떼어냈지요.
소리를 질렀으니 분명 내가 거미의 먹이감으로 잡히긴 잡힌거겠지요?
집으로 돌아오며 또 이 식인 거미가 덫을 놓고 기다리는 건 아닌가
열심히 팔을 휘둘렀습니다. ㅋㅋㅋ
멀리서 마중나온 아이들이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들으니 무서움이 조금 가시더군요.

각종 벌레들로 인해 깜짝깜짝 놀라는 이 계절을 지내며
흙 한줌, 한 뼘의 허공에도 다양한 생명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IP : 220.91.xxx.21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싱아
    '03.8.7 9:35 PM (221.155.xxx.227)

    저도 언제간 시골로 낙향할 생각인데 벌레들이 너무 무서워요.(아마 십년 후)
    시댁에 내려갈때마다 밭에 나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이름모를 벌레때문에 힘들어요.
    우리신랑이 전 아직 멀었다네요.

  • 2. 냠냠주부
    '03.8.7 9:39 PM (219.250.xxx.141)

    아악- 저 개구리 삼형제...
    아 너무 무섭네요..(몸을 북북 긁고 있는 냠냠)

  • 3. 매니아
    '03.8.7 11:03 PM (220.122.xxx.176)

    음, 사물을 관찰하시는 눈이 띄어나신것 같아요. 그리고 글솜씨도..
    두번째 사진은 그냥 무심코 지나다닐 것 같은 길인데 이렇게 구도를 잡고
    틀 안에 들어오니 정말 멋진 한폭의 그림이 되네요.
    저희 시댁도 시골이라 한달에 한번정도 다녀오는데 여름에 정말 벌레 많더군요.
    저도 처음엔 꺅꺅 거렸죠. 이제 어느정도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으스스...
    그러고보니 확실히 도시생활에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니 곤충과 자연을 접할
    기회가 없군요. 전부 시멘트 바닥 뿐이구요.
    아이들을 생각하면 시골에서 맘껏 뛰놀도록 풀어주고 싶어요.

  • 4. 나르빅
    '03.8.8 12:27 AM (61.48.xxx.95)

    히얏.. 개구리 넘 엽기다.
    저도 4년전 중국에 첨왔을때.. 새벽녘이면 도마뱀이 저사진처럼 창문에 나타나곤 했어요.
    엽기죠? 근데 도마뱀이 자꾸 보면 참 귀여워요.
    유리에 붙어서 개구리처럼 날름날름 해충모기 잡아먹어주고..
    늘 똑같은 녀석이었는데.. 어쩔땐 친구를 데려오기도 하고..
    신랑이랑 저랑 이름까지 져주고 매일 나타나길 기다리곤 했었는데..

    지금은 이곳도 문명화가 많이 되서 그런것들 보기가 힘드네요.
    도마뱀아~ 넌 지금 어디있니? (ㅠ.ㅠ)

  • 5. 최은진
    '03.8.8 9:14 AM (61.74.xxx.13)

    이상하게 한살한살 먹어갈수록 자연이 더 그리워지네요....ㅋㅋ~~ (얼마나 먹었다공...)
    한 십여년전에 거제도엘 갔는데 아침에 일어나 민박집 창에 붙어있는 청개구리보고 얼마나 신기했던지....
    그때가 생각나네요.... 참 부럽습니다.......

  • 6. 파인애플
    '03.8.8 9:59 AM (211.104.xxx.71)

    저도 담달쯤 함양으로 내려갈것 같은데
    젤 걱정되는게 벌레예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전 나방이 벽지처럼 보이는 일은 없을것같아요 ㅠ.ㅠ
    쪼그만 벌레만 나타나도 가슴이 벌렁벌렁... 막 현기증이 나요 @@
    남편이 사는곳은 읍에 있는 아파트 5층인데 그집 창문에도 저런 개구리풍경이 자주 등장하답니다.
    개구리는 참 높이도 뛰지요?

  • 7. 능소화
    '03.8.8 11:03 AM (218.159.xxx.174)

    아래 사진요
    사진사이트서 비슷한 사진보고 너무 재미있어
    다운 받아 한번씩 봤는데 찾으니 없네요
    혹시나 님의동네 였을까요?
    그 길로 차 다닐 수 있나요?

  • 8. 쉐어그린
    '03.8.8 3:26 PM (220.91.xxx.160)

    능소화님! 제가 사진을 잘 찍었나봐요. 이곳은 유명한 곳이 아닌데.... 차가 다니긴 다녀요. 이상하게도 올해는 집 앞으로 흐르는 강으로 피서온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그러더니, 마을 뒤쪽 계곡에서도 텐트 치고 야영하는 가족도 있더라구요. 나중에 애들하고 물놀이 하러갔다가 놀랐습니다. 이번에 벌레때문이 아니라 버려진 쓰레기 땜시.... 그래서 벼르고 있어요. 내년에 마을 주문 이름으로 취사야영 금지시키기로. 그래도 될려나 모르겠지만요.

  • 9. 윤희정
    '03.8.9 1:20 AM (61.85.xxx.21)

    앗!! 우리집을 찍으신줄 알았습니다..
    저도 조그만 시골에서 3년째 살고있는데 아직도 개구리한테 적응이 되지않네요..
    가끔 집으로 잠입해오는 개구리는 거의 질식사해서 죽습니다..
    신랑이 올때까지 제가 커다란 양푼이나 대야..이런걸로 개구리를 덮어놓거든요.. 징그러워서~~
    신랑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탈출을 시켜주는데,다들 시들시들하더군요..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적응이 안되서리~~
    요즘 땅꾼들은 다 어디갔는지,,저희집에도 뱀들이 종종 출현합니다..
    처음에는 징그럽고 무섭고 그러더니.. 지금은 설마 나를 물겠냐.. 그러면서 슬슬 도망다니며 쳐다봅니다..
    이놈의 징그러운 것들만 없으면 시골생활은 말그대로 '천국'인데 말씀이죠...

  • 10. 능소화
    '03.8.9 10:38 AM (218.154.xxx.174)

    ㅋㅋㅋ
    우리집도 바로 앞에 대공원이 있어요
    전망, 공기 무지 좋고 엄청 시원하지요
    지금 죽은 소나무 한그루 잘라 내느라
    전기톱소리 에고 시끄러 죽겠습니다
    다, 좋은데 하나 여름에는 거실에 불을 거의 못 켠다는거 아닙니까
    다른집들은 잘도 켜고 살더만 저는 도저히 안되더라구요
    필요해서 잠깐 켜면 바닥에 점같은 벌레들이....
    정말 그거는 싫습니다
    근데 저도 소망이 시골생활인데 어쩌지요?

  • 11. 임영빈
    '03.8.9 6:43 PM (220.127.xxx.47)

    어느덧 시골생활 8년째 접어드네요.
    저도 아직 벌레들에게 적응이 안되서 남편에게 놀림을 받고 있답니다.-_-;;
    사마귀는 왜 꼭 현관 손잡이에만 붙어 있는지....
    가끔 집 앞마당에 출현하는 뱀때문에 가슴 철렁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고....

    지금은 밭농사를 하지 않지만,
    작년까지 시어머님과 조금 했었는데
    배추를 솎다가... 파를 뽑다가...
    불현듯 나타나는 벌레들....
    꺄악~~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을 가면
    우리 어머니,
    재미있으시다면서 "너 벌레 무서워 하면서 시골생활 어떻게 할래?"
    하지만, 벌레가 너무 싫은데 어쩌나요.
    그래도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뻐꾸기 소리, 소쩍새 소리(밤마다 들리던 소리가 소쩍새란 건 얼마전에야 알았답니다^^) 들으면서 사는 시골생활이 그리 싫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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