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님의 사주팔자이야기를 읽고 저도 저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 할라고 합니다.
이건 정말 실화예요.
1999년 졸업때 부모님이 저의 졸업식에 참석코자 미국을 방문하셨어요. 그리고 졸업식 마치고 같이 미국동부를 여행하기로 했죠. 근데 중간에 제가 이사문제로 같이 갈수가 없게 되어서 부모님들만 여행을 가셨죠. 근데 갔다 오시더니 저한테 ‘너 갔으면 참 좋았을뻔 했어. 영국신사 같은 청년을 만났는데 그 청년 참 좋더라.’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뭐 잊어버렸죠.
2년 뒤 다시 그 영국신사 같은 청년이 이야기로 화제로 떠오르는 거예요. 말인즉슨 그때 여행중에 나이아가라폭포가 일정안에 있었는데 캐나다쪽 장관이 더 좋거든요. 패키지 여행이니까 일행이 다 넘어갔는데 엄마가 몸이 별로 안좋고 한번 여행했던곳이라 미국쪽에 그냥 남았데요. 근데 그 영국신사도 I-20가 끝나는 바람에 국경을 넘으면 다시 미국으로 넘어오지 못하는 처지라 셋이서 하루를 같이 지냈답니다. 이야기 하는 중에 우리 친정어머니가 집이 창원이란 이야길 했더니 그 사람이 자기 이모님도 그쪽에 계신다 했답니다. 다시 일행들이랑 합쳤을 때 그쪽 부모님들이랑 인사하고 남은 일정을 같이 여행했다더군요. 근데 세상이 참 좁은게 알고보니 그 이모가 저의 친정엄마랑 같은 운동모임 회원이었더라구요. 이야기 낌에 과년한 딸네미랑 조카랑 선을 보이자 그런 이야기가 나왔나 봐요, 물론 저희 엄마는 그사람에 대해 굉장히 느낌이 좋았으니까 당연히 오케이가 되었고 그때부터 절 들들 볶기 시작하는 겁니다.
귀국후 회사를 다니던 때고 바쁘고 사실 만나던 사람도 있어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워낙 엄마가 나이든 노처녀 때문에 잠이 안온다고 엄살을 부리셔서(그때 제 나이가 27이었는데..) 궁합이 좋으면 나간다고 한발 짝 전 물러났지요. 근데 궁합이 너무 좋다고 했다는 겁니다. 어쩌겠어요. 제가 도망갈라고 파놓은 무덤에 제가 빠진 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나갔지요. 선보는 날도 미적거리다가 한 20분 늦었죠.(알고보니 그쪽은 이모님이 하도 늦으면 안된다고 해서 40분전에 도착했다는군요.ㅎㅎ)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아무 느낌이 없었습니다. 무슨 영국 신사는 영국 신사, 그냥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얀거.. 그게 다였어요 하지만 외갓댁이 한 5년전에 이사를 가셔서 지금은 다른동네지만 그전까진 저의 시댁이랑 마당의 꼭지를 맞닿아 30년을 살았더라구요. 그 사람은 태어나서 결혼하기 전까지 그동네에 살았답니다. 얼마나 세상이 좁던지. 둘이 황당해 하면 돌아셨지요.
그래서 몇번 만났는데 그때 까지만 해도 그사람이나 나나 별로 서로 별로 관심이 없었죠.
아무래도 어른들이 소개를 하다보니 그쪽 어머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을 두번째로 만나는 날 전날 꿈에 어머님이 저의 손을 잡고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가니 집이 있고 그집에 들어서며 격자문을 여니 앞 가름마를 탄 단아한 모습의 할머니가 마중을 나오시더라구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예가 첫째 댁입니다’ 라고 하니까 제손을 두손으로 꼭 잡으시면서 ‘참 곱구나..” 하시더라구요. 근데 참 온화한 느낌이더라구요. 참 몇번 만나지도 않은 사람하고 그런 꿈을 꾼다는게 그땐 얼마나 쑥쓰럽던지요
그뒤 우리는 이래저래 중간에 많은 일을 겪으면서 결국 결혼을 했습니다. 얼마전 시댁에서 어머님 아버님 결혼사진을 찾았는데 꿈에 본 그 할머님이 계신거예요. 그래서 여쭤봤더니
‘그분이 우리 어머니지’ 하시는 거예요. 결혼도 하기전에 미리 시할머님이 절 보러 오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그 인연의 남자와 결혼해서 7개월째 살고 있습니다. 아마 우린 전생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왔나 봅니다. 불 같은 사랑은 아니었지만 보이지 않는 이 거짓말 같은 인연으로 묶여서 말이죠. 울 신랑은 사랑한다는 말은 안하지만 가끔 “난 다시 태어나도 너랑 결혼할꺼야’ 랍니다. 전 그말이 그말이겠거니 하고 살지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만약 우리가 다르게 만나더라도 같이 살게될 팔자라구요. 인연은 정말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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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 관해서
behappy 조회수 : 1,246
작성일 : 2003-07-16 17:35:58
IP : 168.154.xxx.3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참나무
'03.7.16 10:57 PM (61.85.xxx.249)운명적인 사랑(혹은 사람)이 정말 있군요!
2. nowings
'03.7.16 11:24 PM (218.237.xxx.32)저는 제 신랑을 무척 사랑하지만 운명이라는 느낌은 안 들어요.
그 운명이라는 느낌이 부러워요.
결혼해서 사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그 느낌.
가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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