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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부부상담 후기~

오즈 조회수 : 959
작성일 : 2003-07-07 18:07:29
너무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울컥 올렸는데 순식간에 수십건의 댓글이 답지하다니..
일일이 감사하단 말씀 드릴 공간이 없을 정도여서... 그냥 부지런히 들락거리고 계속 감사해하고
나중에 프린트 싹 해서 파일에 꽂아두었습니다.
암 말 없이 입 싹 닦았나...... 얄미우셨죠들..

김혜경 선생님과 82cook회원님들의 조언을 기초로 해서 저희 부부 일단 긴급회의를 가졌습니다.
회의 결과, 우리가 서로를 너무 모르고 있었더군요.

첫째 , 남편은 상당히 억울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한다고 하는데 왜 이리 몹쓸 사람 취급 하느냐는
거죠. 둘째, 그동안 제가 너무 말을 안 했다는 걸 새삼 실감헀습니다. 혼자서 꾸역꾸역 다 했지만
남편은 전혀 모르더군요. 셋째, 제가 너무 고지식했다 싶었어요. 아직 저흰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거든요. 이제껏 떨어져 지냈고 밥을 해먹는 날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별로 전기 압력밥솥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더랬지요. 근데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는 남편, 아침 밥 해대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것도 새벽에 두 세번은 깨야 하는 젖먹이를 둔 저로서는 .....
게다가 영 개운칠 않아서 빨래는 모조리 손빨래에  애기 기저귀도 천 기저귀를 사용헀었거든요.
참 미련하다 싶으시죠? ^^  제가 일밥 책을 헛 읽었습니다. - - ;;
그래서 일단 전기압력밥솥을 하나 장만헀습니다. 전날 저녁 예약 해놓으면 아침에 밥이 돼 있으니까
얼마나 편리하던지.... 밥만 있으면 기본반찬은 늘 냉장고에 있는 거니까 아침 못 먹여서 보냈다는
미안함도 덜 수 있었지요.
다른 것도 조금씩 바꿔보려구요. (단, 천기저귀 사용은 환경을 위해 당분간 고수해야겠네요. )

우선 nowings님 외 여러 회원님들의 조언대로 남편의 할일을 딱 세 가지로 정해서 냉장고에 붙여두었습니다. 전 저대로 신랑이 해야 할일은 절대로 대신 하지 않겠다는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를 했구요.
(여기에는 김혜경 선생님의 '저항이 작은 일부터 시켜라'는 기사가 도움이 됐습니다.)

회의 후 첫날, 자기 혼자 야구를 보면서 마트에서 사온 닭튀김을 먹고는 상을 덜렁 내 놓고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겁니다. 상위에 온통 닭뼈다귀들을 보면서 대신 치울까 하는 맘을 애써 누르고....모른 척 했죠. 10분쯤 지났을까, 방에서 나오더니 상을 치우더군요.
글쎄 ....치워야 한다는 걸 잊어버린거 같았어요.
제가 씩씩 거리며 치워줘도 치웠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구요. 그러니 해도 빛 안 날일,
꾹 참았죠.  그러고 나니까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스트레스 안 받으니까 남편도 덜 밉구요.

여러 회원님들의 조언을 읽으면서 우리 신랑 같은 남편을 둔 분들이 많다는 데 위안을 많이 받았답니다.  
사람이 악해서가 아니라 몰라서 못한다 는  생각이 드니까 좀 용서가 되더군요.
어느 분이 말씀하셨듯이 서로 다른 별에서 왔으니까요.
계속  하나하나씩 달래가며 이야기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듯 싶습니다.

여러 회원님들이 권하셨지만 가사 도우미 쓰는 건 익숙하질 않아서 선뜻 결정 내리기가
어려웠구요. 세탁기나 청소기, 이런 것들을 좀더 많이 활용하는 걸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자꾸 부탁할려구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콧소리 섞어가며 말이죠.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저 김혜경 선생님의 충고에 상처받았답니다. ^^
대학원을 다니는게 꼭 저만 좋다고 다니는 거 아닌데... 감내하라는 말씀에 꼭 야단맞은 애처럼
기분이 우울했어요. 하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너무 안타까우니까 주셨던 말씀이시겠죠.

김혜경 선생님, 82cook 회원님들, 제가 너무 너무  감사하고 있다는 거,
또 엄청 힘이 되고 있다는 거 아시죠?
IP : 211.229.xxx.6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키티
    '03.7.7 6:22 PM (220.75.xxx.42)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도 많답니다.
    오즈님 남편님 정도면 훌륭한 자질(?)을 가지신 듯....
    예쁘고 행복한 가정 가꾸세요~

  • 2. 김혜경
    '03.7.7 6:37 PM (211.178.xxx.161)

    오즈님 소식이 너무 없어서 저한테 삐진 줄 알았어요.
    그 대학원 부분, 저라도 그렇게 아프게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그런 측면도 생각해보시라는 거였는데...상처 어떻게 치유해드리면 될까요? 언제 점심이라도...조선 컬럼에 오즈님 사례를 들어서 쉽게 풀어나갔거든요, 그 보답을 해야할텐데....
    암튼 부부간의 갈등이 해소되셨다니 정말 기쁩니다. 오즈님 맘 푸시고, 상처 빨리 치유하세용(애교섞은 음성으로...)

  • 3. 경빈마마
    '03.7.7 8:33 PM (211.36.xxx.26)

    남편과의 살아감은 영원한 숙제 인 듯 합니다.

    또 있으면 쓰고 지우고 맞추고 풀고...

    그리고 또 하고...

    말로 뭐 설명 못하는 그 묘한 감정들...

    요즘 같이 어려울땐 더 더욱 그러 합니다.

    왠수 같지만 측은한 마음으로 제가 더 성숙해 지려 합니다.

    나이차가 나도 남편은 어린애 같기도 합니다.

    그냥 그려려니 내 마음 많이 비웁니다.

    오즈님! 힘내시길...

    많은 시간 지나면 서로 더 많이 이해 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 4. 김수연
    '03.7.7 10:54 PM (211.201.xxx.181)

    오즈님.. 천기저귀 요즘은 세탁해서 가져다 주는 곳 있잖아요, 거기 이용하세요.

    오즈님 얘기 들으니, 남녀관계는 디테일만 다를 뿐 마찬가지 인거 같아요.
    애써 말걸지 않으면 나중엔 정말 힘들어지죠. 더불어 산다는거.. 정말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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