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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면 외모도 시골스러워지다고요?

쉐어그린 조회수 : 991
작성일 : 2003-07-07 15:45:31
시골살이는 도시살이보다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집니다.
특히나 봄부터 가을까지의 하루하루가 강물 흐르듯 합니다.
봄날은 좁은 계곡에 흘러내리는 세찬 물줄기 같고,
여름은 강 하류의 흘러가지 않는 듯 흘러 바다로 가는 넓은 물줄기 같습니다.
가을은  강 중류의 물이 이돌 저돌 거쳐  잔 거품을 내며 흐르는 물과 같고요.
겨울은 얼어버리는 강물만큼 세월이 잠시 정지한 느낌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작년 1년의 세월이 너무 짧게만 느껴집니다.
시골살이의 참모습을 보기 전, 자연이 주는 신선함을
마음 가득 안고 살았던 한해였습니다. 벌 키우기, 밭 가꾸기, 화단 꾸미기,
나무심기등등 자연과 동화되는 과정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였지요.

이렇듯 자연에 눈뜨는데 바빠(?) 또는 게을러서  내 자신의 모습을 가꾸는 일을
등한시 했습니다. 얘기하면 놀라실 분도 있겠지만, 시골와서 머리 파마하러 미장원에
한번도 가질 못했습니다. 도시 살 때도 미장원에는 자주 가는 편이 아니었지만,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시골 사는 티를 낸다고 할까봐 친구들에게도 쉬쉬하고 있었는데,
지난 설 연휴에 친정에 가니, 둘째 형부가 내심 알아본 것 같더라구요.
세배드리기 위해 형제들이 일렬로 섰는데, 우연히 둘째 형부 옆에 내가 서있었습니다.
형부왈 “아구, 난 시골 아줌마 싫여. 내 짝은 어디가서 섰는감.”하는 겁니다.
모두들 깔깔 웃으며, 막내가 어느새 시골 아줌마가 다 되어버렸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네요.
겉으로는 나도 웃어버렸지만, 속으로는 조금 뜨금했습니다.

집으로 내려오며, “미장원에 꼭 가야 되겠네.” 하며 별렀지만,
아직도 가지를 못했습니다. 바쁘다기보다, 그냥 흐르는 세월 속에서
살다보니, 어찌어찌 그리 안되네요.

여름으로 들어서 뜨거운 햇볕을 이고 밭일을 하자니, 모자를 쓴다고 써도
얼굴은 검어지고, 기미도 짙어지고…  “시골사니 천상 난 시골 아줌마지 뭐.”하며
이젠 체념을 해버렸습니다.
머리 매무새와 얼굴 뿐만이 아니라 옷차림도 자연히 시골스러워집니다.
일이 넘쳐나니, 치마 입을 새는 없고, 그냥 일하기 편한 바지와 티셔츠가 최고입니다.
시골이 좋아 시골로 오면서부터 마음은 벌써 시골스러워진거고,
이리 살다보니, 외모도 자연스레 시골스러워지나 봅니다.

여름이 한창인 요즘은 시골서 사는 사람들, 제일 시골스러워지는 때입니다.
“무스기 시골스러워! 촌스러운 거지!”라고 할 분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자존심상 촌스럽다는 표현은 쓰지 않겠습니다.
그냥 몸도 마음도 시골스럽다는 것만은 동의하지요. ㅋㅋㅋ
IP : 220.91.xxx.12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딸기짱
    '03.7.7 4:04 PM (211.51.xxx.191)

    쉐어그린님! 도시 사는 저희들도 미장원 자주 못 가요.
    자연과 같이 넉넉히 살아가시는 쉐어그린님이 저는 부러운데...
    아직은 어리지만(?) 사는데 다른 사람들 시선이 그리 중요한가요?

  • 2. 김혜경
    '03.7.7 5:03 PM (211.178.xxx.161)

    쉐어그린님 전 강남에만 가도 주눅이 듭니다. 은평촌여자 표시나는 듯해서..
    그러다가 곧 고개를 빳빳히 세웁니다.

    외모가 뭐 그리 중요한가요? 세련된 사람은 세련되게 살고 아닌 사람은 아닌 대로 살고...

  • 3. 쉐어그린
    '03.7.7 6:48 PM (220.91.xxx.207)

    외모 그리 중요하지 않은거 맞죠?
    그래도 나이 들어가니, 웬지 서글퍼지네요.

  • 4. sunny
    '03.7.8 12:17 AM (211.58.xxx.195)

    글을 읽으면서 잔잔한 기쁨과 함께 서글픔이 느껴집니다.
    당당해지세요.

    피부가 햇살에 그을리고 손이 거칠어도 쉐어그린님의 내면이
    우아하고 아름답다면 그게 정말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 헐뜯기 좋아하고 차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시선 무시해버리세요. 조금 힘드시겠지요.....

    쉐어그린 님.. 여성의 아름다움은 현명함. 당당함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어떤 모습이든
    항상 꼿꼿하게 웃으면서 서 있을 수 있는 그린님 되세요.

    그래도 어쩌다가
    변해가는 외모때문에 부담을 느끼신다면
    가끔 시간을 내셔서 자신에게 투자를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애요.
    약간의 투자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생활의 활력이 되기도 하니까...


    그리 오래 살아보지 않은 제가 너무 주제넘은 말씀 드린것 같아 죄송합니다.
    글 속의 쉐어그린 님.... 지금 그 모습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 5. 파인애플
    '03.7.8 1:24 PM (61.74.xxx.200)

    시골스러워진 쉐어그린님의 글은 오히려 넘 세련된걸요? ^^;;
    저도 조만간 회사생활접고 남편있는 함양으로 가서 지낼까 고민중예여.
    그럼 저도 조만간 시골스러워지겠네요 ^^

  • 6. 쉐어그린
    '03.7.8 1:45 PM (220.75.xxx.52)

    파인애플님, 아고 고마와라. 글이라도 세련되야지....
    항양읍은 도시에 가까운데...
    함양읍에 나가면 항상 느끼는건데, 젊은 처녀, 총각들 와 이리 잘 생겼는지...
    세련된 아주머니들 많아요. 오시면 함양에 세련된 아주머니 한분 더 늘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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