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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의 추억

냠냠주부 조회수 : 1,103
작성일 : 2003-07-02 14:04:48
요즘은 왜 이리 회사가 울적한 지.
내가 참 여러 모로 소심해졌나 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생각나는 저의 소심버젼 이야기가 있어  
졸린 김에 함 끄적여 봅니다..



전 예전에 눈이 많이 나빴었어요.
안경을 벗으면 정말 바로 앞의 물건도 잘 안 보였었죠..

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썼는데 계속 나빠지는 것 같더니만
대학 다닐 때는.. 한참 원없이 멋내고 싶을 때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사용한 렌즈가 자꾸 부작용으로 각막염을 일으키곤 하여
핑핑 도는 안경을 쓰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돗수 높은 안경 오래 껴보신 분들은 그 설움 아시겠지만..
돗수 높은 안경 쓰면 눈도 훨씬 작아보이고.. 거기다가 색조화장이라도 할라치면
정말 분위기 괴상했죠.
티브이 나오는 연예인들은 안경 끼고 화장 했어도
이쁘기만 하던데 당시 전 제가 봐도 외계인같았어요.
(원판에도 문제가 있거니와 화장기술에도 문제가 컸던 거겠죠 하하하)


그런데 많은 불편함 중에서도 눈이 나쁜 저에게 최상의 슬픔을 주었던 곳은
목욕탕이었습니다.


엄마와 둘이 간 공중 목욕탕..
옷 훌훌 벗고..안경도 벗고.. 흐리멍텅해진 눈 앞을 더듬으며 엄마를 붙들고
연기 자욱한 목욕탕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선 순간
엄마는 물바가지와 의자를 찾아 짙은 연기 속으로 삽시간에 몸을 날리고..
저는 순간 외로이 입구에 남았습니다.


아무리 실눈을 뜨고 바라 봐도 주변은 자욱한 연기요
모두다 똑 같은 짧은 파마머리에 똑 같은 차림(nude -_-)의 아줌마들이니..

분명 저 쪽 방향으로 사라졌건만..
그 쪽엔 다 똑같아 보이는 아줌마들의 등짝만 흐릿하게 보일 뿐
당췌 엄마를 구분해 낼 단서가 없는 겁니다.

그렇다고 아무 아줌마나 가서 등 두들겨 보고 뒤 돌아 보면
어머, 우리 엄마 아니네, 죄송- 하면서 돌아 다닐 수는 없고..
주춤거리면서 몇 걸음 안 쪽으로 들어 가서는
엄마, 하고 불렀죠. (괜히 민망하니깐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러나 어디선가 쟁취한(?) 물바가지와 의자를 샤워기로 박박 씻고 있었을
저희 엄마가 대답을 했겠습니까?


계속 왼쪽 오른쪽 양방향으로 엄마, 엄마, 잘 들리지도 않게 몇 번 더 불러 보고는
슬슬 부아가 나서..
그냥 탕 앞에 계단 같은 곳에 앉아서 손으로 몸에 물만 적시다가
아무도 안 보는데도 혼자 멋적어서 괜히 발로 바닥 쓱쓱 문지르고..

이렇게 몇 분 보내고 나니
모든 채비를 갖춘 엄마가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 보다가
탕 앞에 실없이 앉아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다가와 뭐하니? 하는 겁니다. -_-

야속함과 함께 어찌나 설움이 밀려들던지..



그 뒤로는 저 목욕탕 들어갈 때 안경 끼고 들어 갔습니다.
첨엔 왠지 그게 그렇게 창피스럽더니만
막상 끼고 들어가 보니 저 말고도 많더구만요?
안경 벗고 들어갔을 땐 안 보이니 그런 사람들이 있는 줄 몰랐어요. 하하.


아무튼 연기와 물방울 맺힌 안경을 벗어서 문질렀다 다시 쓰고 해가면서도
기어이 쭈욱 끼고 들어 갔으니.. 그 후론
엄마를 놓치고 탕 앞에서 홀로 고독을 씹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아, 지금만 같아도 그런 상황이라면 엄마 어디야!!! 하고 강도 높게 불렀을 것을.

소심한 안경잡이 냠냠의 대학시절 모습은.. 그랬습니다. ㅋㅋ






IP : 210.127.xxx.3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네네
    '03.7.2 2:08 PM (220.81.xxx.61)

    ㅋㄷㅋㄷ 저두 눈이 나쁘지만 그런일은 ㅎㅎㅎㅎㅎ
    대신 저는 밤눈이 어두워서여, 영화보러가서 자리 찾을려고하면....냠냠주부님보다 더했져...
    그래서 항상 영화시작30분전부터 준비한답니다 ㅎㅎㅎㅎㅎ
    건강한게 젤루 좋져머^^

  • 2. 백종임
    '03.7.2 2:21 PM (211.58.xxx.110)

    히히 저두 목욕탕 들어갈때 안경끼고 들어가요.
    목욕탕에도 찜질방에도 ...
    안경은 제 눈이거든요. ^^

  • 3. yozy
    '03.7.2 2:26 PM (218.155.xxx.240)

    ㅎㅎㅎ
    탕앞에 멋적게 앉아 계셨을 냠냠주부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그런데 냠냠주부님의 글만 대하면 왜 이렇게
    웃음이 멈추질 않는지......

    냠냠주부님! 제 주름살 어떡하죠?

  • 4. 꽃게
    '03.7.2 2:56 PM (211.252.xxx.1)

    냠냠주부님은 뭐든 재미있게, 즐겁게 만들어버리는 특별한 재주를 지니신 것 같아요.
    옛날엔 목욕탕 가면 맨날 왜그리 쑥스럽고 챙피했던지 몰라요.
    지금은요???
    전혀 아니죠.ㅋㅋㅋㅋㅋ

  • 5. 햇볕쨍쨍
    '03.7.2 3:21 PM (220.127.xxx.187)

    전 목욕탕공포(1탄,2탄)가 있어서
    목욕탕 안가는데...
    목욕탕 안간지 꽤 됐습니다.
    대신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샤워합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저의 목욕탕 씨리즈를 한 번 올리죠...
    냠냠주부님 너무 재미있습니다.

  • 6. 강쥐맘
    '03.7.2 4:10 PM (211.209.xxx.181)

    햇볕쨍쨍님~ 저두 목욕탕 안간지가 어언 십수년, 제시력도 만만치 않습니다.옛날 목욕탕 다닐때 눈에 뵈는게 없어서 발을 못떼고 바닥을 슬슬 밀면서 다녔지요.안경쓰고도 들어가 봤지만 김이 서려서 그것도 마땅치가 않더군요.
    냠냠님~전에 시력이 안좋으셨다면 지금은 괜찮으신건가요?
    혹시 시력 좋아지는 수술이라도 받으셨나요?
    제가 거기에 관심이 많아서요.

  • 7. 냠냠주부
    '03.7.2 4:24 PM (210.127.xxx.34)

    강쥐맘님..저 그거 알아요..뵈는 게 없어서 바닥에 발 붙이고 다니는거요.. 하하

    전 5년 전에 라식 받았어요. 렌즈나 안경이나 어찌나 제겐 스트레스던지
    막 우울하기까지 했거든요..(눈 좋은 사람들은 내 맘 몰라~ 흑흑)
    이게 오랜 기간 임상실험 결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여
    지금도 다들 걱정도 많이하고 배짱 좋다고 말하시는 분들 많은데요..흐흐
    현재까진 좋으네요. ^^


    꽃게님, 칭찬 말씀을 해주시니 또 머쓱~ ^^
    그런데 전 막상 사람들을 만나면 말도 잘 안하고 수줍 모드로 있는 경우가 많아서요.
    저보고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친한 사람들 빼고요 하하.

    어제던가, 푸우님 말씀대로 사람은 다 조금씩 여러 가지 면모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

  • 8. 사과국수
    '03.7.2 5:45 PM (211.193.xxx.35)

    전, 어렸을때 안경쓰는사람이 너무 부러웠어요--;; 그래서 엄마안경도써보면서거울보구 ㅋㅋ
    지금은 안경안쓰면안돼요ㅠㅠ 짝눈이예요 한쪽은좋구 한쪽은@@..
    지금 안경쓰기 넘 싫어요.. 렌즈를 낄까?.. 생각중이예요... 안경쓰기싫다...ㅠㅠ

  • 9. 호야맘
    '03.7.2 6:27 PM (203.224.xxx.2)

    그냥 냠냠주부 이름만 보이면 무조건 클릭하는
    냠냠주부 왕팬 호야맘이예요...
    벌거벗고... 허둥거렸을 냠냠주부 모습 상상(? 나빠!!!)
    넘 재밌어요.. ㅎㅎㅎ

    꽃게님~~
    전 애낳은 아줌마인데도.. 목욕탕가서 벗으면 아직도 쑥스럽던데요...
    정말 무늬만 아줌마인가??? ㅋㅋㅋ

    햇볕쩅쨍님~~
    넘 기대되요.... 빨리 올려주시와요~~

  • 10. 나나
    '03.7.2 8:19 PM (211.186.xxx.63)

    지금 안경끼고 사는 대학생이라,,,
    남 얘기 같지 않네요~~;;
    라식은 해보고는 싶은데,,비용도 비용이지만,,,부작용이 무서워서요...
    제가 콘택트 렌즈도 별로 눈에 안 맞아서요....
    라식 몇년 있으면,,,그보다 좋은 것도 많이 나오면 더 좋은거나 해봐야 할듯 하네요^^

  • 11. 김혜경
    '03.7.2 10:58 PM (218.237.xxx.49)

    그런데 말이죠..그저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기만 하면 다행인데...
    제 경우 이제 노안까지와서 TV를 보려면 안경을 쓰고, 신문의 TV프로를 보려면 안경을 벗어야 하는 슬픈 짜장면이랍니다. 요리할 때도 안경 쓰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거 아닙니까??썼다 벗었다 미치겠어요.

  • 12. 나나
    '03.7.2 11:08 PM (211.186.xxx.63)

    요리할때 김설임 없는 안경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런거 혹시 있나요?
    일제 안경용 티슈중에 그런게 있는데 효과는 별로 더군요,,,차량용 김서림 방지제라도 발라야 할까봐요^^

  • 13. orange
    '03.7.2 11:15 PM (218.48.xxx.203)

    저는 초딩 2학년 때부터 안경 썼어요...
    그 때만해도 안경 쓴 사람을 괴물 보듯이 하던 시절이라...
    남자애들한테 엄청 놀림받았죠.... 컴플렉스였어요... -_-;;
    사촌언니들은 신기하다고 제 안경 돌려가며 껴보구....
    그러다가 자기들도 눈 나빠져서 안경을 끼게 되더군요...

    제가 눈이 나빠서인지 아들도 작년부터 눈이 나빠져서 드림렌즈 해줬어요...
    저 자신이 안경에 대한 아픔이 있었기에.... -_-;;
    그걸 얼마전에 세척제로 닦다가 빠작.... 하면서 한쪽이 깨졌다는 거 아닙니까...
    으악~~ 안돼~~ 외쳤지만.... 난 왜 일케 힘이 쎈거야... 흑흑...
    눈물을 머금고 남편 눈치 봐가며 다시 맞췄지요....

    그러고 며칠 후... 밤에 아들 렌즈 껴주러 가는데 한 쪽이 없어진거예요...
    그 조그만 렌즈가 아무리 찾아봐도 없구.....
    며칠 전에 깨먹구... 남편한테 또 사달라기도 염치가 없어서(돈 타서 쓰는 사람의 비애...)
    넋놓구 아이 방에 앉아 있는데
    마음을 비우니까 렌즈가 보이는거예요...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이 주르륵...
    그러고 있는 제가 처량하기도 하구.... 웬 청승....
    한밤에 혼자 신세한탄을 하구 있었답니다...

    그래서인지.... 안경, 렌즈... 하면 슬픈 기억들만 떠오르네요...

    냠냠님의 안경 스토리는 재밌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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