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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치루고 나서

1004 조회수 : 896
작성일 : 2003-05-19 13:11:33
주말에 손님들 잘 치뤘습니다.
근데 내마음은 찝찝합니다. 힘들여서 일하고 먹는 사람들도 고생했다고 하고 잘먹었다고는
하지만...
왜냐하면 퍼주질 못해서입니다.

시어머니께서 저희집에서 요양중이시라 시골집에 아버님 혼자 직장 다니시면서 밥해드시는데
(근처에 얼마전에 결혼해서 임신중인 딸이 삽니다.)
아버님 밑반찬을 따로 준비해서 드리지 못해서 이지요.
제가 생각을 못해서 그런건 아니구요
아버님 입맛에 맞는 밑반찬을 하지를 못하니까 그냥 안했어요. 근데 시집 식구들이 그것도
안해주나 하고 생각하는거 같으니까 열받고 속상해요.

상차리기 까지 정말 혼자서 며칠전부터 생각하고 장보고 준비하고 계속 허리 아프고
발바닥 아프게 일했는데 성취감 뿌듯함 그런거 하나 못 느끼고 이렇게 열받네요.
시골에서 올라오는 식구들이 있어서 토요일 저녁부터 밥해 먹이고
일요일 아침에 상 차렸는데 막상 닥쳐서 하려니 정신 없고 바빠서 준비한 메뉴도 몇가지는
못 올렸습니다. 건망증도 한 몫 했지요. 냉장고가 커서 음식 한번 찾으려면 숨바꼭질
해야하고 냉장고에 뒀는지 김치냉장고에 뒀는지 양쪽다 찾아 헤메고...

제가 할줄 아는 밑반찬은 아이들 젊은 사람들 먹는 밑반찬인데 시골 할아버니인
시아버님은 걸절이 장아찌 등등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하세요. 이가 안좋으셔서 딱딱한거
재료가 크가 썰린것도 싫어하십니다.
열무김치는 지지난주에 내려가서 시어머니의 지휘아래 담가드리고 왔으니
(시골 가서도 무지 힘들었어요. 혼자서 많은 식구들 밥해 먹이고 치우느라고 거기다
생전 안 담겨본 김치까지 담그고)
내가 할줄아는 밑반찬은 잘 드시는게 없겠더라구요. 전에도
몇번 밑반찬 해가 봤었는데 안드시더라구요. 그래서 안했는데 식구들 다 내려가고 난
다음에 어머님께 제가 인사치레로 밑반찬 좀 싸드렸어야 하는데 할줄 아는게 없어서 못 싸드렸다고
하니까 기다렸다는듯이 싸가지고 갈게 없었잖아 하시더라구요. 아가씨(딸)은 가지고 가고
싶어 했는데 내가 안 해 줘서 못가지고 갔다고...

시골에서 올라오는데 차 안갖고 기차 타고 왔는데, 아버님 안드실게 뻔한데
그래도 잡채며 전이며 갈비며 냉채며 다 싸줄걸 그랬나요?
가까이 사는 딸도 있는데 딸은 결혼한지 얼마 안됐구 할줄 아는게 없다고  아예 제쳐 두고
고생하는(?) 며느리가 안해 주는건 서운타 하고
정말 서러워서 며느리 안 하고 싶어요.

제 입장에서 생각하면 안모시던 어머님 (수술후라 몸이 성치 않은신) 모시느라 힘들고 혼자서 손님들 다 치루고했는데 밑반찬 안 해줬다고 서운해 하는거 같아서 그래서 무지 열.받.고. 있.습.니.다.
한 일주 정도만 더 고생하면 내려 가실줄 알았는데 한달은 더 계시려고 하나 봅니다.
친정 어머님 왔다 가시면서 시어머니 까다롭게 구신다고 너 고생스러워서 어떻하냐고
걱정하시는데...

정말 저도 시금치도 싫어질 날이 멀지 않은거 같아요.
객관적으로 보면,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 같으면 다 착하고 괜찮은것 같은데
시댁 며느리 이런 관계가 되면 왜 이리 어렵고 열 받게 하는게 많은지...
내 마음 가짐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거 알지만 잘 안고쳐지고 아마 '시'자 들어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이겠지요? 영원히 내 식구가 안되는거 같아요.

손님상 메뉴만 공개 할께요. 그래도 요리 싸이트니까, 요리다운 요리는 없어도...
  *미역국, LA갈비, 잡채, 오징어 볶음, 갈치조림, 닭다리 오븐구이
* 오징어전(호박전은 당일 부치려고 했는데 꿈이 너무야무졌죠, 결국은 오징어전만 놨습니다.)  
*닭냉채(느타리도 같이 쓰려고 준비 했는데 까먹고 빼먹어 닭, 양파, 오이, 당근만 들어 갔습니다.)  
   천사채(소스를 마요네즈+발효겨자+설탕+레몬즙+소금+후춧가루 를 썼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 나물 두어가지 김치 , 물김치, 멸치 고추볶음
까먹고 못 놓은 반찬은 연근조림(친정엄마가 해주신거) 열무김치,  샐러드.
혜경님 생신상에 비하면 정말 초라하죠. 그래도 정성껏 차렸었는데...
IP : 211.196.xxx.9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최은진
    '03.5.19 1:40 PM (211.219.xxx.109)

    수고 마니 하셨네요... 짝짝짝!!!! ^^....... 그 수고를 누군가 알아주겠죠...
    그게 며느리에 서러움인가요... 왜 며느리는 딸과 같을수 없는건지... 그게 어려운가요....
    전 작년인가 어머님생신때 막내시누이가 전화를 해서는 그냥 삼겹살이나 구워먹자고하는거예요..
    그래두 딸아이 봐주시는 어머님생신에 달랑 삼겹살만 구워먹기는 좀 그랬는데 인천사시는
    친정엄마가 동생편에 게랑 낙지랑 머 이것저것을 보내셨드라구요...
    그래서 열심히 게무침도 하고 찌개도 끓이고 낙지볶음도 하고 전이며 샐러드도 좀하고 그랬는데..
    다 해논뒤에 거뚜 젤 먼저왔다고 생색내며 자기 배고프다고... 왜 삼겹살 안했냐며...
    자기가 삼겹살 사올걸 잘못했느니하며 투덜투덜 대드라구요....
    음식이 많아서 삼겹살 안했다하니 그래두 삼겹살사지그랬냐구.... 식구들 다 도착하고 저녁먹고...
    자기부모님생신인데 며느리는 나 하난데 설겆이하나 거들지 않더라구요.....
    저 하구 후회했자나요... 어머님생각하면 그러면 안되지만 시누이생각하니 그냥 삼겹살이나
    구워먹고말것을 내가 왜 하루종일 이짓을 했나싶드라구요.... 허리는 쑤시고 다리는 아프고....
    왜 그 속마음을 못알아주는걸까요... 자기가 차려주지는 못할지언정 정성껏 차린 음식을 보며
    꼭 그 삼겹살타령을 해야했는지....
    저도 '시'자 붙은 사람들과 정말 잘 지내고 싶은데 결혼2년차 벌써 하나하나 포기를 하게 되고
    무시를 하게 되고하네요....
    이렇게 살기 싫은데.... 웃으며 도와가며 손윗사람이라도 다 퍼주고 담아주고 싶은데...........
    그게 안되요...................

  • 2. 세실리아
    '03.5.19 2:28 PM (152.99.xxx.63)

    고생하셨어요...아휴, 82cook 식구들은 다 그 수고 알고도 남으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구요 ^^ 시댁식구들과의 관계, 참 어렵죠...그리고 여러 분들의 얘기를 읽어보니 참 간큰 시누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오빠가 있어 시누이가 되었는데, 올케를 무서워하며 깨갱하고 살고 있는 간 작은 시누이랍니다.:) 아니 시누이가 뭐길래 자기 오빠/동생하고 살아주는 고마운 여자한테 함부로 해도 된답니까...저는 올케 생일때 선물 챙겨주고, 출장갔다올때 화장품 사서 주고하면서 우리 올케가 저를 봐서라도 엄마아빠한테 정답게 해드리기만을 기대하고 있답니당. 사실 저희 올케가 눈도 크고 성격도 똑부러지고, 하여간 저는 좀 무서워요 :)

    너무 속상해하시지 말구요, 우리 일밥 식구들만이라도 나중에 좋은 시어머니, 좋은 시누이, 좋은 동서가 됐으면 좋겠어요...그러다보면 차츰 나아지겠죠? :)

  • 3. 두딸아빠
    '03.5.19 2:36 PM (220.94.xxx.171)

    아디처럼 천사이시네요.
    어머님 병 간호하시느라 매일매일 고생인데,
    거기다 손님까정... 잔치하셨나요?
    아님 오신 손님들이 좀 상식 이하(?)의 행동을..

    간호하느라 고생하신 와이프를 위해 부군께서 적극 협조(조촐하게 외식?등)하셨어야하는데
    집에서 준비한 음식값(노동력 포함하면 더 비쌈)이나 간단한 외식비용이나 비슷할텐데...

    마음 착한 며느리이시네요.
    복 많이 받으세요.

    -----------------
    오늘도 내일도
    즐겁게 행복하게
    -----------------

  • 4. 1004
    '03.5.19 3:31 PM (211.196.xxx.93)

    저 안 착해요. 아이디 바꿀겁니다. 단지 치기 쉽다는 이유로 1004로 살았는데 착하다고 오해하시는
    분이 많아서 뭘로 바꿀까 고민 중입니다.
    제 아가씨는 착해요. 아직 철이 덜 들어서 뭘 모르긴해도 착해요. 설겆이도 해 줬는걸요.
    울 신랑도 적극 협조 해줬어요. 설겆이 씩이나 해 줬거든요. 힘들어서 죽겠으면서도 신랑이
    설겆이 한번 해주니까 그새 헤헤 거리고 단순 무식 그 자체예요.
    어머니 병간호 하느나 고생한다고 하니 쑥스럽네요. 관절 수술하신거라 거동이 불편하셔서
    그거 좀 봐 드리고 세끼 차려드리고 외출 잘 못하고 친구 못만나고 하는거 밖에 없는데...
    갑갑한게 제일 힘든거 같아요. 제가 나가면 불안해 하시고 싫어하시니까 안나가게 되더라구요.
    어머니랑 신랑이랑 생일이 하루 차이거든요. 아프시면 생일 안한다고 했는데 신랑 생일까지
    있으니 그냥 약소하게 아침 먹은거구요. 아버님은 나 힘들다고 올라가지 말라고 하신건데
    딸이 엄마 보고 싶으니까 그냥 오신거구요. 서울에서 가까이 사는 친척들만 오신거구.
    외식은 엄두도 못내죠.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글구 싫어하시잖아요. 돈 들어가구
    며느리 노동력은 거저니까...
    '82 좋아' 어떠세요? 이걸로 바꿀까 하는데, ㅎㅎㅎ
    너무 닭살인가?

  • 5. 강미중
    '03.5.19 5:50 PM (211.40.xxx.187)

    바꾸지 마세요.
    1711번 아짱님 글의 리플에서 말씀드렸지만,
    지금 이름 넘 좋아요.
    글구, 1004님 겨드랑이에 날개 있는데 1004님만 모르시나봐용.

  • 6. jasmine
    '03.5.19 8:18 PM (211.204.xxx.116)

    저두 시금치 안좋아해요. 아디 바꾸지 마세요. 저두 천사님 날개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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