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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과 대안들

김은희 조회수 : 699
작성일 : 2003-03-18 01:09:21
제가 어렸을 때 그렇게 자랐습니다. 어릴적 이모집에서 자랐는데, 거긴 시골이라 우유도 없었습니다.
스스로 기억할 정도로 도무지 뭘 먹지를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탕도 안먹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먹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늘 비실비실한 나를 위해 우리 이모가 먹였던 가장 엽기적인 음식은, 자기전 기어이 먹이는 참기름 한 종지와 구멍 뚫린 오가리에 쪄낸 닭에서 떨어진 기름 이었습니다.
당연히 닭고기는 안먹었고, 촌닭 기름이니까 양계닭 기름보다 좋은 기름이었겠죠? 울며불며 먹었는데, 지금은 이모 심정 이해합니다.
그 때 기억을 더듬어, 뭔가 입으로 음식이 한 숟가락 들어오면 냄새나 맛 때문에 역해서 오~옥 하고 넘기려고 했었습니다.
특히 목으로 넘어갈 때 능글능글한 미역(국), 씹을 때 물컹한 젤리, 버섯은 먹으면 진짜 넘겼었습니다.
그 괴로움 때문에 음식을 거부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는 진짜 괴로운데, 의외로 엄마들은 그걸 모르고 혼내게 되지요.
제가 아이 키우면서 한의원에 무시로 다녀서 서당O 3년에 풍월을 읊는 격이 되었는데, 비(장)위(장)이 약해서 그렇다는 군요.
선천적으로 소화기 계통이 약하게 태어난다고 합니다. 저를 봐도 그렇고요.

위집에 어릴적 저랑 비슷한 1학년 된 아들이 있는데, 흰우유만 하루 1리터 이상 먹습니다.
밥은 하루에 한 번 반공기도 안되는 분량을 이 세상 유일한 반찬인 스팸하고만 먹습니다.
요새는 자기 음식을 친구한테 다 주고 먹는 걸 유심히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그 집 엄마가 한숨을 쉬더군요.
이 친구는 편도가 너무 커서 기도나 식도가 좁아 코도 심하게 골고 음식도 잘 못넘긴다는데, 소아과 진료 때 편도가 큰 편인가 의사선생님께 슬쩍 여쭈어 보십시오.
엄마가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혼내고, 안주고, 굶기는 부정적인 방법보다는 긍정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자극해보면 어떨까 해서
제 경험과 서당O 3년식 잡다한 대안들을 제시합니다. 내 아이에게 맞겠다 싶은 방법만 취하십시오.

1. 너무 강요하지 마십시오. 그 때 먹기를 강요 받았던 음식은 아직도 안먹습니다. 부끄럽지만.....

2. 실제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식욕이 자극된다고 합니다.
   무엇을 먹더라도 엄마가 함께 드세요. 결국 아이만 남더라도 아이 상만 차려서 혼자 따로 먹이지 마십시오.
   매일은 말고 아이가 컨디션이 좋고, 흥이 나고 기분이 좋을 때 친구 데려와서 같이 밥 먹이십시오.
   절대로 절대로 잘먹는 친구랑 비교하지 마세요. 아이는 엄마가 그 친구를 자신보다 사랑(예뻐)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데리고 온 친구가 더 잘먹고 내 아이 그릇에도 눈길을 보내면 가슴에 불꽃이 일지만,
   그 친구 덕에 한 숟가락이라도 먹으면 이도 어딥니까? 
    
3. 한 숟가락이라도 칭찬 듬뿍, 어제보다 반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면 격려 팍팍!!! 코메디언도 되고 연기도 하세요.
   자신이 엄마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걸 오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이요.
   "OO가 계란찜도 먹었어. 띠용~~. 엄마도 한 번 먹어볼께, 와! OO가 먹는 맛이 이 맛이구나."  
   "어? 여기 있던 계란찜 어디갔지? (여기저기 찾는 척) 아까 이만큼 있었는데..... 혹시 OO가 먹었어? 정말?
         OO 입속으로 다 들어 갔다고? (배를 똑똑하며 귀를 대고) 계란찜 OO 배속에 있어요? (뭔가 열심히 듣는 척) 세상에 진짜네."
   먹고 나면 "와~ OO 대단한데! (등을 보이며) 엄마 등에 날개 났나 봐줘. OO가 잘 먹으니까 엄마가 날아갈 것 같이 기뻐".
   한두 시간 지나고 "OO 코가 더 오똑하고 예뻐진 것 같은데, 이상하다. 만져볼께. 아! 아까 계란짐 먹더니, 코가 더 오똑해졌나봐."
   먹고 난 후에 아이가 먹은 양이 기대에 차지 않아도 그릇 치우면서 코노래도 흥얼흥얼하시고요.
   아빠가 들어오면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이가 낮에 이룬 성과를 마구 자랑해주시고요. 아빠도 더불어 오버하고.
   전혀 안먹을 때는 "엄마가 OO 주려고 만든 계란찜을 하나도 안먹으니까, 슬퍼.(우는 척) 만들 때는 너무 즐겁고 기뻤는데,
         지금은 무척 슬퍼. OO가 엄마 가슴에 대고 들어봐. 엄마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
         슬프지 않게 엄마 등 좀 토닥토닥해 줘. OO가 다음에 계란찜을 잘 먹으면 엄마가 다시 행복해질 거야"
   아이가 약속을 기억할 수 있는 나이라면 약속도 하시고, 다음번 계란찜을 먹게될 때 이 약속을 상기시켜 보세요.

4. 낮에 따뜻할 때 밖에서 열심히 놀려 보기도 하십시오.
   더 먹어도 병아리 눈물만큼 이지만 제가 아이를 키워보니 이 방법도 효과 있습니다.

5. 다른 집에 갔을 때 집에서 보다는 잘 먹는 경우가 있다면 엄마의 조리법이나 요리 재료를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 요리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문화센터나 구청에서 요리를 배워보세요.
   아이를 데리고 다니셔야 한다면, 요새는 집에서 가르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주변에 알아보시거나, 요리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문의 글을 올려시거나 요리재료상에 문의해보십시오.
   엄마가 생각지도 못했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오는 음식이나 특정 재료가 있기 마련입니다.

6. 굶기지 마십시오. 그 정도로 음식을 거부한다면 소용 없습니다. 이모가 먹을 것을 안주시면 더 좋고 마음이 편했었습니다.  
   여러가지 조리한 음식을 작은 양으로 끼니와 관계없이 수시로 주십시오.
   아까 먹은 것과 이번 먹는 것은 다른 종류의 음식으로 한~두 숟가락 정도의 양만.
   너무 힘드시겠지만, 어쩌겠습니까! 키우고 봐야지요.

7. 한의사 선생님과 상의해보시고 한약을 먹이는 것도 좋습니다. 증류한약이 먹이기 더 쉽더군요.
   한 숟가락이 갑자기 한공기가 되지는 않지만, 한시적이라도 도전해보세요.
   아이 체질에 좋다는 한약재를 추천 받으셔서, 물 끓일 때 아주 쬐끔 넣어보세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오래 두고 차차로 좋아지게요.

8. 약국에 가면 1,000원에 4~5개 파는 어린이 영양제가 여러가지 있습니다.
   엄마의 불안한 마음도 달래고, 영양제는 포만감을 주는 것은 아니니까 적어도 이걸 먹었다고 다른 걸 안먹는 것은 아니니까요.
   시험삼아 사탕 또는 새콤달콤이라고 여러 날 동안 이것저것 먹여보시고, 그 중에 잘 먹는 걸로 선택하십시오.
   직접 고르게 하면 그건 더 잘먹기도 합니다.
  
무척 길어졌네요. 안먹고 자라 오늘날까지 고생하는 제 자신이 하도 힘들어 적어 보았습니다.
하나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IP : 211.168.xxx.7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수연
    '03.3.18 11:17 AM (211.204.xxx.176)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희 아이도 슬슬 그러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많은 도움 되었어요.

  • 2. 김혜경
    '03.3.18 10:03 PM (211.201.xxx.43)

    정말 귀중한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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