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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인 내 몸 생각 안 해 주는 신랑한테 복수했어요.

복수! 조회수 : 2,350
작성일 : 2011-06-22 19:33:45
임신 27주..

이번주는 이사기간 입니다.

1톤 용달만 불러 이사해도 70만원이 든다고..

저보고 쉬엄쉬엄 짐 싸라는 신랑..

처음엔 그러고마 하고 4살 아들 먼저 이사할 집으로 보내놓고

(친정이 가까이 있어요 신랑이 그 쪽으로 발령)

저번주 수요일부터 이삿짐을 싸기 시작 했는데...

80%가 버릴 물건들인데 그래도 너무 힘든겁니다..

하루에 분리수거 버리러 왔다갔다 하는 것만 4~5번..

(거기다 저희집이 끝집이라 분리수거 버리는 곳까지 멀어요 ㅠ.ㅠ

신랑은 자기가 요즘 한창 바쁘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고...

전 너무 힘들고...

돈 70이 임신한 마누라 몸보다 중요할까.. 하는 생각에 울컥..

어제가 생일이었는데 하루종일 이삿짐 싸다 시간 다 보내고 9시에 들어온 신랑보니 또 울컥..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 자기도 피곤하다는 대답..

안마도 건성건성.. 벌써 늙었냐고 하고...ㅡㅡ;


너무 화가 나서.. 오늘 저질러 버렸어요.

신랑한테 전화해서 나 하혈 하는 거 같아.. 어지러워..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연기가 되는 여자인 줄은 처음 알았어요 -_-;


나는 안 챙겨도 뱃속 딸은 끔찍히 생각하는 울 신랑..

바로 달려와 병원으로 고고씽...

병원에서 몸무게 재러 들어갔을 때 수간호사께 미리 부탁을 드렸죠.



선생님.. 저 너무 힘든데.. 신랑이란 인간이 이삿짐 싸라고 1주일째 임신한 사람을 고생 시키네요.

마음 같아선 확 쓰러지고 싶지만 제 몸이 워낙 튼튼한 지라 그건 어려울 것 같고..

하혈한다고 말했으니 의사선생님께 잘 좀 말씀 드려 주세요 부탁드릴께요 ㅠ.ㅠ

저 우리 딸 지키고 싶어요 ㅠ.ㅠ



징징 대니.. 수간호사 웃으면서 알았다고...

시치미 뚝 떼고 또 힘 쭉 빠진 목소리와 얼굴을 하고 같이 의사 상담실로 들어가서

하혈 했다고 말했죠.

의사가 최근에 무리하거나 많이 피곤한 일 있었냐고 묻더군요.

신랑이 옆에서.. 이삿짐을 몇일동안 좀 쌌는데.. 라고 하자 의사 선생님.. 바로 혼 내주셨어요.

임산부가 어떻게 이삿짐을 몇날 몇일을 쌉니까...

중기라고 안전한 거 절대 아닙니다.

유산끼가 있는 것 같은데 절대 안정하시고 왠만하면 누워 있으세요.

아파도 약도 못 먹는 임산부가 무슨 이삿짐입니까..



촘파 사진 보면서.. 아기가 마침 자는 지.. 움직임도 별로 없어서

의사가 또 아기 움직임이 별로 없네요......






그 때부터 신랑 얼굴이 흙빛이 되서는....

산부인과 나와서 차 타는 데까지 부축해 주고...

차에서 내릴 때 안아서 내려주고... 집까지 또 부축해 주고...

집에 도착해서는 이삿짐으로 온통 어지러운 집 자기가 슥슥 치우더니 한쪽 구석에

이불깔고 자리 만들어서 누우라 하고...

미안하다고..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푹 쉬라고 하대요.

너무 미안해 하고 걱정하니까 되려 제가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나더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신랑은 또 울지 말라고 자기가 미안하다고 하고...

이삿짐 손도 대지 말래요.

내일까지 쉬고.. 모래쯤 사람 불러서 한다고..




정리할 일 있다고 다시 회사로 가서 8시쯤 퇴근한다는데

이삿짐 안 싸게 된 건 좋은데.. 되려 제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내일은 신랑이 좋아하는 육개장 해 줘야 겠어요..

근데.. 이삿짐 거의 다 쌌고 이제 버릴 거 밖에 없는데..

그냥 내가 마저 할까.. ;;
IP : 175.200.xxx.8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ㄹ
    '11.6.22 7:39 PM (175.112.xxx.223)

    미안해서 우시는 원글님보고 속도 모르고 다시 미안하다고 하시는 남편분 그림이 웃음나 죽겟음 ㅠ.ㅠ
    원글님 넘 잼있으신 분이네요 글도 잼게 잘쓰시공 ㅎㅎㅎ

  • 2. 밑에글보고..ㅠㅠ
    '11.6.22 7:40 PM (119.69.xxx.2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잘하셨어요.
    싸우지 마시고 여우같이 ㅋㅋ 대처하셨네요.
    뭐하러 언성 높이나요 ㅋㅋ 힘든거 사실이고 무리인것도 사실이고 위험한것도 사실이니 ㅋㅋ
    간호사샘, 의사샘 센스 있으시네용^^

  • 3. ㅋㅋㅋ
    '11.6.22 7:50 PM (125.178.xxx.243)

    원글님이 마저 하시면 신랑이 뭔 일 날까봐 심장 오그라들지 몰라요.
    아이라면 끔직히 여기신다면서요.
    그냥 아깝지만 남편분 하는대로 하게 두세요.

  • 4. ...
    '11.6.22 7:52 PM (124.5.xxx.88)

    원글님,
    쎈쓰짱!
    신랑이 돈 좀 아껴 볼려고 임신한 아내 부려 먹다니..뗴끼 ~
    잘 혼내 주셨어요.
    참 잘했어요.
    결혼 생활도 그렇게 요령이 필요합니다.
    부부간에도 외교를 잘해야 하지요.
    불만만 토로하고 상대방 공격만 해서는 효과가 없어요.
    원글님처럼 하셔야 합니다.

  • 5. 아우
    '11.6.22 7:59 PM (125.141.xxx.14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서 미치겠어욬ㅋㅋㅋㅋㅋㅋ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부부간에 애정이 더 돈독해지고 아싸라비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6. ㅎㅎ
    '11.6.22 8:23 PM (113.10.xxx.98)

    잘하셨어요~~^^
    그냥 누워계시죠...ㅎ...

  • 7. 더불어
    '11.6.22 8:46 PM (59.13.xxx.162)

    이사하신후에도 정리정돈도 남편에게 다 맡기시거나 같이하세요.
    그래야 평소에 집안일 힘든것도 알게되서 아기가 태어나도 집안일 조금이라도 도울려고 할테죠.

    물론 지금 당장도 푹 쉬면서 충전좀 하시면서 체력보충을 해두시구요.

  • 8. ;잘하셨어요
    '11.6.22 9:46 PM (180.231.xxx.5)

    이사후도 힘든 일 투성이일텐데....미리 질러놓으셔서
    그러실 걱정 없으시겠네요.
    완전완전 잘하셨어요. ㅋ

  • 9. .
    '11.6.22 11:14 PM (14.52.xxx.167)

    웃기기도 하지만 넘 슬프네요 ㅠㅠ 이렇게까지 해야 알아준답니까. 정말... 아무튼 원글님 너어무 잘하셨어요. 저도 27주랍니다. ^^

  • 10. ..
    '11.6.23 12:17 AM (175.208.xxx.63)

    잘하셨어요. 남자들은 정말 몰라줘요. 입덧 안하면, 하나도 안 힘든가 생각하고, 당신 튼튼하잖아, 이럼서 몰라주고.. 적당히 아픈척 힘든 척을 해야 알아준다니까요. 이번에 혼자 이사짐 싸셨다면 아마 평생 이사 할때마다 사람 안부를수도 있어요. 배나와서도 했는데, 하면서요.

  • 11.
    '11.6.23 12:03 PM (123.248.xxx.55)

    한수배우고 갑니다.
    현명하신 분같아요~
    저같음 막 화내거나 삐지거나 그랬을텐데 말에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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