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너무 힘들어요.. 뭐라도 힘을 얻고 싶어요..

지나가리라.. 조회수 : 765
작성일 : 2011-06-09 14:26:08

둘째 출산 한달째에요. 큰애는 27개월이고 어린이집에 아직 다니지 않아요.
큰애가 동생을 보고 대부분 그렇듯이 떼가 늘었고 울음도 늘었고 고집도 세졌고..
그게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큰애나 작은애나 객관적으로 보기엔 순한 편인 아이들이에요.
언제나처럼 제가.. 제 마음이 문제라는 것도 아는데.. 지금 제가 이럴 때라 그런건지 마음이 안잡혀요.
매일 눈물 바람이라 달래주던 남편도 한숨 쉬면서 차라리 친정에 가 있으면 어떻겠냐고 그래요.
집에 누구라도 있으면 덜 울지 않겠냐구요.. 그 지경이네요.


요즘 제 일상은요..

1. 밤새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둘째 모유 수유를 하고 쪽잠을 자요. 피곤하지만 이건 견딜만 해요.
    그런데 못 견디겠는건, 큰애가 밤중에는 대체로 깊이 잘 자는 편이지만 동이 터올 무렵이면 얕은 잠을 자는데
    둘째녀석이 꼭 새벽 5시경에 한번 먹고는 그 뒤로 정신이 드는지 잠을 안자고 낑낑대는 통에
    큰애가 아침마다 개운하지 못하게 작은애 소리에 어설피 잠이 깨서 같이 징징대기 시작하지요.
    작은애가 울면 큰애 깰까봐 조마조마, 큰애가 울면 작은애가 깰까봐 조마조마.. 그러다보니 저는 못자구요.
    큰애를 따로 재울까 생각도 했는데, 동생보고 아직 심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마당에 잠까지 따로 재우면
    더 마음 상하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둘 다 제가 데리고 자네요. 남편은 밤 늦게 들어오니 애들을 못 맡겨요.


2. 그렇게 아침이 밝아오면 작은애가 살짝 잠든 틈을 타서 큰애 아침을 먹여요.
    저도 옆에서 대충 미역국에 밥 말아 후루륵 먹는데, 원래 잘 먹던 큰애가 요즘 안먹어 싫어를 입에 달고 살아서
    한술이라도 잘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밥상머리에서 괜히 애랑 기싸움 하게 되네요.
    제가 먹는 것도 그래요. 출산 후에 주야장창 미역국에 순한 양념이 된 반찬들만 먹다보니
    이게 내가 먹으려고 먹는것인가, 그저 배만 채우려고 먹는 것인가.. 밥 먹는 시간이 돌아오면 우울해지지요.
    그래도 깜냥엔 모유수유 잘 해보겠다고 일단 잘 먹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더 입맛이 없네요.
    작은애한테 분유도 몇번 물려봤는데 이 녀석이 절대로 젖병을 안물어서 아직은 완모중이에요.
    마음같아선 어서 젖 끊고 시원한 맥주나 들이켰으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잘 안되지요.


3. 아침을 그렇게 보내면 남편이 일어나서 그나마 점심 때 까지는 두 아이를 번갈아가며 봐 줘요.
    물론 오전 내내 텔레비전 틀어놓고 그 앞에 큰애랑 남편이 앉아있고, 제가 화장실에 간다거나 하면
    그 때 둘째를 좀 봐주고.. 그런 패턴이지만 그나마 남편이라도 있으니 점심 준비라도 하고 시간을 보내지요.


4. 그러면 또 돌아오는 점심 때.. 대충 차려진 밥상에 앉아 또 미역국을 사발로 들이키고,
    역시 또 안먹어 싫어를 입에 달고 퉁퉁 불어있는 큰아이랑 씨름하면서 밥 한그릇 겨우 먹이고..
    점심 먹은 후에 작은애 젖 물리면서 큰애 낮잠 재우고.. 그나마 큰애가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 줘서 좀 살아요.
    남편은 점심 후에 바로 출근하고.. 이제부터 암담해지기 시작하지요.


5. 큰애가 자고 일어난 오후 시간, 둘째가 갓난이라 밖에도 못 나가고, 한창 호기심 많고 놀고 싶어하는
    두돌쟁이 큰애는 이것 저것 자기 장난감 어지르며 놀다가 결국엔 제 다리 붙잡고 매달려요.
    작은애 자는 동안에는 조금씩이나마 놀아주지만, 잠투정하거나 수유할 때는 정말 해 줄게 없어서
    결국엔 매달리는 큰애한테 화를 내고, 큰애는 울고.. 그게 계속 반복되요. 사실 이게 제일 힘들어요.


6. 아직은 산후조리 도우미 이모님이 계시니 저녁도 대충 챙겨먹기는 해요.
    역시 미역국 한사발, 고집피우는 큰애 달래서 밥 한그릇..
    하지만 이제 이모님도 퇴근하실 시간이 돌아오지요.


7. 네 그래요. 초저녁에서.. 아이들이 잠들기 전 까지는 정말 암흑의 시간.
    큰애 목욕도 시켜주고 기저귀도 제때 갈아주고 싶은데 작은애가 울고 보채면 다 못해요.
    큰애는 결국 놀아달라 매달리다 울다 지쳐 그냥 잠들고, 작은애도 잠투정 끝에 겨우 잠들고..


이런 패턴의 무한반복이랄까요.. 갓난이 작은애는 어떻게 돌봐보겠는데,
고집도 세지고 동생까지 봐서 떼도 늘어난 큰애 마음 다독이고 좋은 말로 달래고 보살피는게 너무 힘들지요.
작은애와 큰애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오후, 저녁 나절의 시간도 날이면 날마다 두려운 시간이구요.


오늘 아침엔.. 아니 새벽녘엔 얕은 잠을 자느라 언제 깰지 모를 아이들 사이에 조마조마하며 누워있는데
대책없이 눈물만 줄줄 흐르고, 그래도 먹어야 하니 국 한그릇 덜렁 올려진 식탁을 앞에두고도 내내 눈물이 나고.
제가 원해서 낳은 둘째이고, 벌써 큰애가 이렇게 컸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걸 보니
아마 둘째도 금세 자라 언제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겠지만.. 지금은 너무 힘들어요.


매일 저녁 아이들이 잠들면 겨우 좀 씻고 한숨 돌리며 오늘도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갔네 한숨이 나고,
아침이 돌아오면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보낼까 또 한숨이 나고.. 언제까지 이럴까요.
큰애도 이제 겨우 27개월인데, 동생을 보지 않았으면 여전히 어리고 어린 아기인데 큰애한테 너무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제가 화를 못 참아 애를 잡거나 혼낼 때면 또 그 자괴감에 괴롭고..
아직 축축 처진 살에, 칙칙한 얼굴을 보면 짜증만 무럭무럭 나고..


이런저런 감사한 일들 억지로 떠올리며 이만하면 좋은거다, 행복한거다,
뭐가 아쉽다고, 뭐가 힘들다고 징징대냐, 잘 견뎌봐라.. 저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워보지만
그래도 두려운 시간들, 자신 없는 시간들이 한참 제 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아 무척.. 겁이 나네요.


눈 감았다 떠 보면 한 일년쯤, 아니면 이년쯤 훌쩍 지나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 보지만,
결국 남은건 오늘 하루하루.. 마음이 너무 힘들고, 아이 둘을 잘 봐줄 자신이 없고..
큰애를 어린이집에 보냈으면 좀 나았을까 싶지만,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애가 좀 약하기도 하구요.
제게 남은 숙명이겠지만.. 누가 좀 와서 도와줬으면.. 잠시라도 모두를 떠나 오롯이 나 혼자였으면.. 싶어요.


누구나 이런걸까요. 누구나 이렇게 힘든 시기이겠지요..? 뭐라도 좋으니 힘이 좀 생겼으면 좋겠어요..
IP : 121.147.xxx.16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6.9 2:30 PM (221.139.xxx.248)

    그냥 그러면서 시간이 가고..
    또 원글님 말씀따나..누가 등 떠밀어 낳은 아이도 아니고 오로지 내 의지로 인해 세상에 나온 아이니 내가 돌봐야 한다라는 책임감으로 버티는거고..그런것 같아요...
    근데 글을 봤을때 저는 몸조리 해 주시는 도우미분이 안계신줄 알았어요....
    도우미분이 계신다고 일상이 솔직히 너무 고단해 보여서....
    큰아이가 솔직히 기관에라도 잠시 하루 몇시간만이라도 좀 보내고 오면 좀 확실히 수월하시긴 하실껀데..
    생각엔..그냥..아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원비 생각 하시곤 그냥 둘째 아이 백일 정도까지만 이라도 다른 사람 도움을 좀 받으세요...
    이때 없어 지는돈은 그냥 없어도 사는 돈이다 생각 하고 둘째 백일 때 까지는 도우미 도움을 좀 더 연장해서 받으시면 어떨까 싶네요..

  • 2.
    '11.6.9 3:14 PM (220.120.xxx.61)

    남편말씀처럼 친정에 가 계실수 있으면 그렇게 하세요..산후우울증 와요..
    시기적으로 힘든시기에 아이 둘 터울도 많지 않으시니 힘드시겠네요.
    그런데, 아이들 키워놓고 보니 아주 수월한 시기는 없는것 같아요.
    다만, 혼자 밥먹고, 용변후 뒤처리하고, 샤워하고...하니 그정도만 해도 한숨 덜지요.
    큰아이 좀 키워서 어린이집 얼른 보내시구요. 지금은 혼자 계시면 안될것 같아요.
    큰애한테 자꾸 상처주게 되요...그 터울의 아이들을 키운 엄마라면 누구나 그렇게
    보낼거예요. 세살터울이었지만, 저도 그만큼 힘들었답니다...남편이랑 주말부부맞벌이하면서요..
    저같은 사람 생각해서 행복하구나...하고 위안삼아보세요.

  • 3. 님만
    '11.6.9 9:21 PM (180.67.xxx.224)

    그게 님만 그런게 아니라는거 아시죠? ebs에서 마더 쇼크라고 3부작 했는데...
    딱 님과 같아요. 여자... 엄마는 너무 힘들고 힘들고 또 힘든거죠.
    토할만큼 힘들다고 해야 하나요? 어쩔 수 없는 숙명인가봐요.

    다 이해하구요. 얼만큼 힘든지는 아이 엄마로써 너무 잘 압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생각해보시고...
    먹는거라도 맛있는거 한번씩 사서 드세요.
    일년만 지나도 괜찮아 질꺼예요. 엄마들이 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요...
    힘 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288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5,588
682287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925
682286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3,222
682285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20,712
682284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2,526
682283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2,375
682282 꼬꼬면 1 /// 2011/08/21 28,218
682281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5,545
682280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5,899
682279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5,566
682278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779
682277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4,067
682276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7,239
682275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8,316
682274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9,073
682273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7,555
682272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5,505
682271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5,221
682270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2,254
682269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5,092
682268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4,105
682267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4,322
682266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883
682265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4,320
682264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20,481
682263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2,565
682262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4,475
682261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2,573
682260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9,134
682259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2,57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