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 놈 말을 믿을 수도 없지만 생각나서 씁니다.
저도 어렸을 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동네 뒷산에서 4~5살때요.
저 혼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친구들이랑 다람쥐를 쫓아다니며 놀고 있었어요.
다람쥐가 멀리 도망가서 아쉬워하는데 -아마 놀고 있던 우리를 보고 있었겠죠? 전 몰랐답니다- 다람쥐를 잡아 주겠다고 네가 제일 이쁘니까 너에게 잡아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때 우쭐했던 마음이 기억나네요. 그래서 다람쥐를 잡으러 같이 갔고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전 이사를 했고 아주 오랫동안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했습니다.
기억난건요. 고등학교 2학년때 성교육 -그 전에 학교 교실에서 하던게 아니고 시청인가 큰 강당에서 한적이 있는데 그 때 생각이 났어요.
충격도 충격이었지만 그래도 증오심이나 자괴감 뭐 그런 것 보다는 혹시 그 때 무슨 성병이라도 옮지 않았을까 걱정했었죠. 잠복기가 긴 병도 있다는 교육을 받았기에.
그때는 제가 좀 컸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원래 좀 둔감한 성격이라 그럴까요.
전 처음부터 내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실제 고민과는 별개로.
하지만 세월이 더 많이 지나고 보니 그 때 그 일이 내 인생에 얼마나 큰 그림자를 줬는지 알게 됐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꽤 이쁜 편이었고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동네 애들 끌고 모르는 동네도 자주 놀러다녔구요.
이사가고 난 다음 저는 성격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완전 내성적으로요. 속으로 나서고 싶을 때도 나서지를 못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때 기억나는 것이 새 옷을 입으면 얼마나 울적했는지 모릅니다.
새 옷을 선물받고 좋아라 하면서 옷을 갈아입을 때.
초등학생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허무함을 느꼈어요.
전 어려서부터 아예 꾸미지를 않았어요. 장신구에는 관심도 안가졌고 옷도 항상 면바지, 운동복 이런 것만 입었어요.
머리도 항상 짧게 깍았고 커서도 화장 한번 안하고 운동화만 신고 다녔죠.
그리고 거울에 내가 남자처럼 비쳐질 때 마음이 안심되고 즐거웠구요. 네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꿈에서 항상 제가 남자로 나왔어요. (그렇다고 여자 친구를 좋아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뭐 그런 정도면 괜찮아요. 원래 남자애처럼 하고 다니는 여자애들도 많고.
그런데 정말 사람들 눈치를 많이 살핍니다. 누구 마음에 들려고 눈치 살펴서 살살거리는게 아니구요.
사실 남이 어떻게 생각하고 쳐다보든 별 관심은 없습니다만.
경계를 한다고 하면 맞겠죠. 아무리 사람 좋아보이고 저에게 호감을 가진 것 처럼 보여도 전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아요.
그런데 그게 심하니까 정신적 압박이 됩니다.
직접적인 위협 여부와 관계없이 주위의 모든 사람을 스캔해야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렸을 때는 미칠거 같을 때도 있었어요.
내 인생에 도움도 줬겠죠.
그 덕에 신중하게 살아왔고 미친놈들도 많이 피해왔을 테니까요.
하지만 세상에 대한 불신의 벽을 허물수가 없네요. 이 세상 자체에 대해서요.
누군가 나에게 웃음을 보이고 친절을 베푼다고 해도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저 사람은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자동적으로 제일 먼저 드니까요. 덕분에 제 남편은 제가 몹시 까칠한 성격이라고 말합니다만
그건 저를 잘 아는 사람이니까 하는 말이죠. 대부분의 가까운 사람들도 저를 몰라요.
현대 사회에 필요한 능력이라고 자위해야 할까요? 나를 드러내지 않고 타인을 불신하는 거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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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성추행 당해서 커서 성추행을 했다는 미친놈 기사를 읽고
... 조회수 : 398
작성일 : 2011-05-09 16:23:23
IP : 112.168.xxx.11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5.9 5:06 PM (211.244.xxx.22)저두 그런경험이있어서 원글님 심정 충분히 이해갑니다. 저도 이쁜옷입고 잘 못나갔어요
꾸미는거 싫어하고 그랬답니다. 나보다 나이많은 오빠들만보면 너무 피하고 그랬어요
그 한순간이 이렇게 기나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니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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