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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결혼을 앞두고

기분이 조회수 : 1,024
작성일 : 2011-05-09 12:07:05
일기는 일기장에 쓰는 것이 맞을까요? 82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어떤지 모르곘어요.

친오빠가 곧 결혼을 하는데 어제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새언니 되는 분이 천주교 신자여서오빠도 성당에 다녔으면 해서요.  
어제 6개월간의 교리교육이 끝나고 세례를 받는다해서 엄마와 저희 부부가 갔지요.
대부는 장인어른 되시는 분이 해 주셨는데 세례식을 하면서 대부와 대자(저희 오빠)가 나오는데
대부라서 저희 오빠 어깨에 손을 얹고 나오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돌아가신 저희 아빠가 생각나서 저는 눈물이 나더라고요.

돌아가신 아빠는 장인어른 되시는 분과는 다르게 굉장히 조용한 분이었어요.
암이었는데 돌아가시기 몇 개월 전에는 약간 정신적으로도 희미해지셨었죠.
그래도 전혀 험한 소리 안하고 뭐랄까? 더 순수해지셨다고 할까요?
거실이 어두워서 작은 불(전등) 하나를 달자 하시더니  밝아서 좋다며 하하 웃으시던 기억이 나요.

그 아버지가 정신이 선명했을 때 생전 잡지 않던 오빠 손을 잡고 오빠에게 엄마를 부탁하셨고...
사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모든 가족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특히 저희 아버지와 오빠는
아주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어요. 사이가 나쁘지도 않았지만 워낙 둘다 감정표현이 익숙하지 않아서..
오빠도 분명 아버지 돌아가신 후로 어떤 식으로든 책임감을 느꼈을 거라 생각해요.

누군가가 대부로 자기 뒤에서 어깨를 쥐어줬을 때 서른살이 훌쩍 넘은 우리 오빠는 기분이 어땠을까
누군가 뒤에 있다는 느낌에 조금 위로받는 느낌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저는 기분이 묘했어요.
돌아가신 아빠도 마음에 들어하셨겠지요?

세 자녀와 어머니를 책임지다가 이제 좋아질 만한 때쯤 돌아가신 아빠..
저는 아직도 그 나이 때 어른들을 보면 아빠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파요.
특히 여행도 다니고 뭐랄까, 당당한 어른들을 보면
그냥 자기 일만 하느라 너무 바빴던 우리 아빠가 생각나서요..
아빠, 언젠가 다시 만나요...

IP : 115.136.xxx.2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요.
    '11.5.9 12:14 PM (99.251.xxx.128)

    원글님 글을 읽고 눈물이 나네요.
    저도 요즘 부쩍 늙으시고 여기저기 아프신 아빠를 보면서 맘이 조급해지고 있답니다.
    효도해 드릴 일이 너무 많은데 아빠가 효도 받으실 힘이 없어지시는 거 같아서..
    정말 평생 가족을 위해 일만 하신 아빠..사랑합니다.

  • 2. ..
    '11.5.9 12:16 PM (211.110.xxx.100)

    읽고 있는데 눈물이 다 나네요.
    아직까지도 고생만 하는 우리 아빠 생각에...
    힘내세요..

  • 3. 기분이
    '11.5.9 12:21 PM (115.136.xxx.29)

    네 저도 돌아가신 지 좀 지나니까 더 생각이 나요. 정말 살아계실 때는 잘 몰랐고 저는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울지도 못했어요 내가 정신차려야 된다는 생각에요 근데 지금은 아무 때나 이리 눈물이 나니 무슨 일인지...

  • 4. ㅇㅇㅇ
    '11.5.9 12:25 PM (123.254.xxx.143)

    아.. 저도 눈물이 나네요.--;;;
    아마도 저 세상에서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계실거예요. 아버지께선 아프지도 않으시겠죠.^^

  • 5. 아....
    '11.5.9 1:06 PM (115.139.xxx.30)

    좋은 딸이시네요.

    아빠께서도, 하늘나라에서도 기뻐하셨을 겁니다.

    남에게 욕심을 부리고 악다구니 쓰는 글들만 많이 보는듯 하여 씁쓸한 82였는데,
    오늘 카타르시스를 주는 글을 하나 읽는군요, 고맙습니다.

  • 6. 음...
    '11.5.9 6:42 PM (121.124.xxx.37)

    부모님 살아계실때 잘해야 하는데...항상 돌아가셔야 그걸 깨닫게 되는것이 슬퍼요.

  • 7. 아..
    '11.5.9 7:05 PM (183.97.xxx.154)

    님 글 읽으면서 아빠 생각나서 울었네요. 저희 친정아빠도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며칠전 저에게 전화와서 얘들 바꿔 달라 했는데 얘들이 자고 있어서 전화를 못 바꿔 드렸어요. 혹시라도 얘들이 자다가 깨우면 짜증낼까봐, 그래서 아빠에게 짜증내면 아빠 기분 상할까봐 주말에 간다하고 끊었었는데 지금도 가끔 생각해요. 그때 깨웠어야 했는데 하고요. 암이 뇌까지 퍼져서 치매 환자처럼 정신이 오락가락 하실때도 울 아빤 싫은 소리 한번, 짜증한번 없었어요. 그래서 더 죄송해요. 제가 전세돈 2천이 모자라서 농담으로 아빠 2천만 땡겨줘요 이러자 아빠가 지갑에서 2만원 꺼내시면서 옛다 2천만원 이러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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