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섯살 아이랑 결혼식 가느라 지하철을 탔어요.
저는 둘째 임신 7개월이구요. 둘째인지라 배가 커서 남들은 막달이냐고 해요.
어지간하면 이런 상황엔 택시를 타야 하는데,
막히는 주말 도로 사정 생각하니 택시 잘못 탔다가는 결혼식 끝나도 못 가겠더군요.
그래서 10정거장쯤 되는 거리를 지하철을 탔습니다.
타기전엔 그렇게 힘들줄 몰랐어요.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는데, 노약자석 쪽 - 서있더라도 이쪽이 좀 한가해요.
제 상황이 노약자석 앉는다고 누가 뭐라 하지도 않을것 같아 자리가 더 빨리 나길 기대했던것도 사실이고요.
타자마자 5살 아이가 안아달라고 하더군요.
사람많은 지하철에서 보채게 두는것도 할짓이 아닌것 같아 안아줬습니다.
눈앞에 보니 노약자석에 서른 전후로 되어보이는 하이힐 신은 여성 두분이 즐겁게 대화중이더군요.
두세정거장쯤 갈때까진 그나마 버틸만 했는데,
배는 남산만해가지고 다섯정거장쯤 17키로 애 안고 서있다 보니 정말 눈물이 다 나더군요.
앞에 앉은 아가씨들은 - 아이엄마 였을것 같진 않아요. 나이도 그렇고..
계속 열심히 즐겁게 대화중이고
정말 구차하게 역 하나 갈때마다 혹시 근처에라도 나는 자리 없나 두리번 두리번 둘러봤지만
아주 근처에는 자리가 잘 안 나고, 좀 먼데 자리나면 다른 사람이 금세 앉고..
7정거장쯤 갔을때, 노약자석 말고 바로 건너편에 7자리 있는데 마침 두자리가 나란히 비어서
얼른 가서 앉았네요.
큰애도 어리지 않은데다 배가 많이 나와서 애 안고 앉기도 힘들거든요..
물론 양보는 배려일뿐이고 바래서도 안되는 거지만..
오늘같은날.. 노약자석인데.. 싶은 마음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었네요.
내릴땐 하필 또 같이 내리게 되어 봤는데 두분 다 다리가 불편하시다거나 눈이불편하시다거나 그런건
전혀 아니었고요.
그래도 노약자석에 앉아서 갈만한 저 모르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거겠죠.
오는길엔 막히거나 말거나 택시 타고 왔습니다.
이래서 차 사는구나 싶은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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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양보는 배려일 뿐이고 바래서는 안되는거지만...
지하철 조회수 : 359
작성일 : 2011-04-09 21:58:47
IP : 119.192.xxx.9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토닥토닥
'11.4.9 10:01 PM (147.46.xxx.47)노약자석은 그냥 비워두는게 미덕인데..
앉은여자들이 정말 30대 맞나요?이런..2. 음...
'11.4.9 10:10 PM (122.32.xxx.10)노약자석에 하이힐 신은 여자분들... 정말 깨네요.
자기네들 구두 신고 다니다가 발 아프면 앉으라고 만든 자리인지...
설령 그래서 앉았더라도 임산부가 타면 비켜주는 게 맞죠.
정말 힘드셨겠어요... 저도 토닥토닥 해드릴께요...3. .
'11.4.9 10:12 PM (14.52.xxx.167)저는 초산이었을 때도 일반석 앞에 서면 자리 양보 받은 적이 몇 번 있어서 세상 살만하구나 싶었는데
다섯살 아이에 만삭으로 보이는 임산부에게 어찌 이런 일이... 너무 힘드셨겠어요... 토닥토닥...4. .
'11.4.9 11:36 PM (220.86.xxx.73)그럴땐 말을 해야해요. 여기 노약자 석이거든요? 하고..
푼수 여자들이네요. 얼굴에 철판 깔기도 했고..
미혼들이라면 아줌마보다 더한 빈상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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