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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외국이예요. 이혼은 않하겠지만 마음이 허망하네요...

슬픈나... 조회수 : 3,039
작성일 : 2011-03-21 14:47:30
그냥 오늘은 뭐해먹나 하고 들어왔다가 어떤 분이 이혼얘기를 꺼내셔서 저도 제얘기를 풀어봅니다.

저는 외국에 살아요. 남편은 외국남자이고 저와는 나이가 16살 차이납니다. 많이나죠? 삼촌뻘되는 사람과 7년을 살았고 그 사이에 아이도 있습니다. 제나이가 곧 마흔이니 남편 나이도 짐작가시죠?

제가 남편을 만났을때는 이미 수년전 이혼해서 여기저기 떠돌면서 사는 사람이었고 그냥 그가 좋았습니다. 다 받아들여줄거 같은 넉넉함이랄까요. 또 그는 아주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예요. 재산이 많지는 않지만 일할때는 무척 멋있게보인답니다.

그런데 한해 두해 살다보니 이사람이 참 가부장적이네요. 자기는 아니라고 하는데 자기와 반대되는 의견에는 크게 목소리를 높여요. 그리고 제가 아이를 정성껏 돌보지 않는다, 모성이 부족하다고 탓하고요.

그외 집안살림, 요리솜씨는 전혀 탓하지 않습니다. 그도 요리, 살림 정말 꽝이니까 가끔 속으로는 제 원망도 했을거예요... 이것을 먹을거라고 내놓느냐면서... 하지만 절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가부장적이라는거... 일을 요즘 일을 탄력근무제로 돌려 예전보다 덜 받고 덜 일하는데도 남편은 제가 일하는게 못마땅한가봐요...

저 실은 제 캐리어를 정말 맘껏 높이고 싶은데 남편때문에 주늑이 들고 더 좋은회사로 옮겨 더 많이 일했다가는 파국을 맞겠구나 싶습니다....최근에 헤드헌터가 연락이 왔는데 대뜸 남편이 아이는 어떻게 할거냐고 합니다.... 아이가 4시까지 데이케어에 있거든요. 저녁 7시에 퇴근할거같다(그것보다 더 늦겠죠...)고 하니까 길길히 날뛰네요. 그럼 애는 언제 데리고 올거냐고요....

아이폰으로 페이스북도 하고 트위터도 하고... 그러는데 새메시지 올때마다 남편 눈치를 보게되요. 남편은 제가 그런것에 빠지고 친구들과 수다떠느라고 가족, 특히 아들에대해서 뒷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이것이 세대차이인지, 문화적차이인지는 모르겠어요.

이혼하지는 않을거예요. 좋은 아빠니까요. 그리고 제가 이혼한다면 이곳의 살인적인 월세를 감당하지도 못할거구요.

아침에 감자, 당근 삶아서 오레가노하고 모짜렐라 치즈 뿌려서 식탁에 놨는데 그냥 가버리네요. 가끔 내가 뭐가 못나서, 이렇게 눈치보고 사나, 그냥 자식만 아니라면 이곳, 직장, 친정 모두 잊어버리고 저기 남미같은데나 동남아에서 셋방하나 얻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참 굴둑같아요...

참, 남편은 돈에대해서도, 다 관대합니다. 제가 사치하는 여자도 아니구요 그냥 지돈 내돈 없이 벌어서 통장에 모아놓고 모기지 갚고 그러고 살아요. 남편이 나이가 많지만 저랑 시작할때는 정말 번드르르한 직장만있었지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내 친정을 소홀이 여기고 가부장적인 남편... 그러나 좋은 아빠이자 책임감있는 가장... 그냥 저 혼자 참고 살면 되는건지... 너무외롭고 어디 얘기할데도 없고 그렇네요. 엄마는 제가 외국에서 아주 행복하게 사는줄  아세요...

제가 한국의 제또래 남성과 결혼했더라면 문제가 없었을것이라고는 절때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나를짓누르는 누구의 아내, 엄마, 딸, 혹은 직장에서의 직책 모두 던져버리고 정말 오늘 증발해버리고 싶네요.

IP : 119.73.xxx.21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남자 시각에서
    '11.3.21 2:53 PM (115.139.xxx.30)

    남자 시각에서 보고 써드립니다.

    일단 남편분은 합리적입니다, 욕심이 많은 분도 아니고요.
    님의 친정에 소홀하다고 섭섭하다시지만, 아마 똑같이 시집에도 소홀할겁니다.
    남편은 그게 50:50으로 대등한 것이니 전혀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돈 씀씀이나 집안 살림에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롤 분담에 대한 의식이 확고히 있으며, 님의 영역에 함부로 입을 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각자 스페셜티가 더 있는 부분에 더 몰두하는게 맞다고 생각하시는거 같습니다.
    그것 역시 합리적인 겁니다.
    아이를 다루고 기르는 것은 자신보다 님이 낫다고 생각하시고, 님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
    별다른 대책도 없이 일을 늘리고 아이를 덜 케어하려 한다고 보시는 게 아닐까 싶군요.

    입으로 대화를 편하게 못하신다면, 편지로 대화해 보세요.
    말은 글보다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오는 대화 수단이지요.

    님과 남편분은 괜찮은 궁합의 부부로 보입니다.
    섣부르게 사이를 망치지 마시고, 잘 바느질해서 해로하시길.

    한국 남자들 가운데 님 남편 정도라도 분별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겁니다.

  • 2. 아이폰문제
    '11.3.21 3:02 PM (119.194.xxx.213)

    푸시기능을 끄시던가, 무음으로 설정하세요.
    저는 남편과 사이가 좋은 편입니다만..틈을 보여 날 비난할 만한 거리를 만들면
    평소엔 그게 아무 문제 아니다가도,,싸우게 될 때 한수 접어주는 꼴이 되고 말더라구요.
    여우짓도 필요합니다..

  • 3.
    '11.3.21 3:06 PM (125.128.xxx.78)

    저도 윗님에 공감...
    원글님 나름대로 기준이 있겠으나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그렇네요.
    가부장의 기준을 잘 모르시나요?
    아빠의 눈에 엄마가 사회적으로만 겉돌면 저런 불만 할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여자들도 아빠가 회사일만 하면 불만을 갖듯...
    남편분의 당연한 불만인거 같습니다...
    정 캐리어를 높이고 싶다면 대화를 하셔서 육아를 못하겠다고 하셔서 이해를 시키셔야지요.
    그다지 남편의 잘못은 안보이네요. 저글에서는...
    친정에 소홀하다는것도 뭐가 소홀한건지... 타국에서 한국에 있는 친정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말씀을 직접 해주시는것도 방법이지요.

  • 4. .....
    '11.3.21 3:14 PM (124.52.xxx.147)

    님 고민은 님만이 아시겠지요. 남들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잘 몰라요. 그런데 부부관계란게 50% 라도 좋으면 정말 좋은거예요. 정말 어려운데 부부관계랍니다. 타인이니까요.

  • 5. ..
    '11.3.21 3:18 PM (112.151.xxx.37)

    저도 원글님의 남편이 한국 보통의 남자들보다 더 가부장적이지는 않아요.
    그냥 평범한 남편인 듯.
    남자 여자 따질 것 없이..아이가 어리니까 부모 한쪽은 돌봐야하쟎아요.
    한국에선 보통 이런 경우..아내가 사회적인 성취가 강하고 유망할때...
    아예 남자가 전업주부로 앉기도 합니다.
    대신 여자가 생계를 온전히 다 책임지는거지요.
    원글님이 만일 그걸 원한다면!... 지금 고민하는 심정이 좀 이해가 가지만
    혼자서 짊어지는건 싫고 남편도 지금처럼 돈 벌고
    나도 원하는대로 일하고 싶다고 여기신다면 이기적인거에요.
    아이를 낳을때 이미 엄마가 포기해야하는 부분인걸요.
    4살이면..앞으로 10년은 더 희생해야하는 부분이구요.

  • 6. 슬픈나...
    '11.3.21 3:28 PM (119.73.xxx.210)

    제가 머리로 생각했던것들을 여기분들이 잘 적어주셨네요. 맞아요. 남편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자꾸 비행기 티켓 하나 끊어서 저랑 혹은 아이데리고 좀 먼데서 한 두달 있어봤으면 하는 생각이들까요? 한국도 말고, 이곳도 말고, 남편의 가족들이 사는 나라도 말고 그냥 먼곳에서 좀 머리좀 식혀봤으면 생각듭니다.

  • 7. 글쓴님
    '11.3.21 3:35 PM (115.139.xxx.30)

    차라리요,
    내가 여러가지로 현실에 눌리고 좌절당하는 느낌이라,
    감정적으로 마음이 다치고 슬프다.
    그러니 당분간(2주일? 한달?)만 당신이 나를 좀,
    약한 자를 대하는 듯이 너그러이 여겨주고 이뻐해 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정말 고맙겠다.

    이렇게 이야기 해보세요.
    아마 그렇게 하시면, 남편분이 좀 더 아량을 베푸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남편분은 님과 1:1의 대등한 사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오셨는데,
    갑자기 님이 약자인 체, 딸같은 아내인 체 하려고 하니 이해도 안되고 앞으로 계속 이렇게
    자기한테 부담을 지우려는 건가 싶어서 예방적 조치를 취하려고 하시는 걸수도 있거든요.

  • 8. .
    '11.3.21 3:49 PM (175.118.xxx.16)

    <비행기 티켓 하나 끊어서 저랑 혹은 아이데리고 좀 먼데서 한 두달 있어봤으면 하는.....>
    그런 생각을 안해본 주부가 있을까요? ^^;;;
    외국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남자들과는 다르게 권위적이거나 가부장적이지 않고,
    나이가 많기 때문에 여자를 더 폭넓게 이해하고 아빠처럼 내 모든 걸 잘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결혼하셨는데 기대에 어긋나는 부분이 많아서 힘드신 게 아닐까 싶네요.

  • 9. ...
    '11.3.21 5:38 PM (119.203.xxx.228)

    남자나이 50대중반쯤은 40대와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이는것 같아요.
    노후문제고민도 그렇구요, 세상살면서 조금씩 움츠러드는 나이랄까요.
    모아놓은것이 많지않다면 더욱 나이먹으면서 너그러워지는것보단,
    더 소심해지고 안좋은 성향으로 조금씩 가기도 하는것 같아요, 주위에서 보면요,
    물론 외국이라서 노후준비라든지, 생활여건이 어떻게 되는건진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결혼하면 원글님이 느끼는 그런 감정은 아마 많이들 주부라면 겪을겁니다,
    남편이 아주 잘해준다면 모를까, 결혼했든 안했든 세상살기가 만만치않은것이
    또 우리네 생활인것같아요.
    그리고 사실 별로 해답도 없구, 행복과 비감?을 반복반복하면서 무너졌다 일어섰다
    그렇게 살지 않나요,
    오늘 힘들지만, 내일은 또 행복할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 하루 잘 지내시기 바래요.

  • 10. 슬픈나..
    '11.3.21 5:40 PM (119.73.xxx.210)

    저도님... 저희 남편은 아마 우리사이에 아이가 없다면 제가 광화문에서 치마벗고 춤춰도 놔둘거 같아요. 아님 아이가 없다면 벌써 헤어졌거나요... 나는 소중합니다.나는 귀한부모밑에서 태어나 열심히공부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왔습니다. 사회적 부조리를 고칠 힘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누구에게 폐끼치지 않고 살려고 노력했고 예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나의 모든 장점은 가려지고 변변치 못한 엄마, 여자로 치부된는것 같아 슬픕니다. 아니... 더욱이 아이가 없으면 우리가 함께 살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둘다 성격상 아니면 말지 언성높일일이 아이나 가정사 빼놓고는 없네요... 결혼생활이 저의 자존감을 많이 무너트렸습니다.

  • 11. 슬픈나...
    '11.3.21 5:43 PM (119.73.xxx.210)

    결혼하지 않았더려만 그 멋졌던 남자가 구질구질하게 저에게 언성이나 높이고 그랬을까요? 나에게도 미안하고 남편에게도 미안하네요. 그는 멋진 남자였으니까요. 그리고 헌신적인 엄마가 못되어 아이에게도 미안하네요. 아니 미안하다고 생각되는 내 자신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 12. ㄴㄴ
    '11.3.22 8:13 PM (122.32.xxx.85)

    http://www.jungto.org/tv/tv1_04.html?sm=v&p_no=32&b_no=14509&page=3&search_wo...
    님 꼭 들어보세요 .
    외국이라서 더 외로워서 그러실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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