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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하지 맙시다.

슬픕니다. 조회수 : 835
작성일 : 2011-03-17 02:02:24
밤이면 밤마다 사흘째 이 글을 씁니다.

저도 불안합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수 시간 내 폭발 가능성은 정말 사흘 내내 한번씩 뜨는 기삽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 위로해보려고 합니다.
어제도 안 터졌고 오늘도 안 터졌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기 바로 직전까지 계속 갔다가
다시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있는 거 같습니다.

어머 그러다가 정말 한번 폭발해버리면 어쩔 거에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서 지금 불안해봤자 찾아오는건 불면과 위산과다입니다.
이미 상상에서나 가능하던 일이 실제로 생겼다구요?
예. 하지만 저는 공포를 더 불리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교통사고를 당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콜레스테롤이 높으니 뇌졸중으로 죽을 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원전이 터질 지도 모릅니다.
일본에서 다시 지진이 날 지도 모릅니다.
우리집 고양이가 내일 새끼를 낳을 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냥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 원전 문제를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오늘 밤만은요.
그리고 내일도 내일 밤만은, 그 모레도 그 모레 밤만은.


저는 내일도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점심때 밥을 먹고 환기를 할 겁니다.
왜냐면 지구상에서 살아있을 거거든요.
원전이 터진다고 해도 우리는 안 죽습니다. 번쩍하는 빛 맞아도 피폭은 안 됩니다.
거리가 있을 테니까요. 그때부터 낙진이니 뭐니로 서서히 영향을 받겠지만
자살하거나 지구를 떠나지 않는 한 여기서 살아야 합니다.

지구에서 태어나 이 세상에 살아있으니까요.
선택할 수 있는건 별로 없습니다. 그냥 저는 몽쉘 하나 까서 먹으며 저녁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 원전이 터지지 않은 것은 누군가가 죽을 힘을 다해 막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저는 그양반들의 희생에 감사하며 오늘도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무사히 하루를 보낸 것을
그냥 고맙게 생각합니다. 물론 뿌린 씨앗 뿌린 자가 거두라는 말씀도 있겠지만
저는 50인의 지원자가 그 씨앗을 뿌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고맙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음은 조금 조용합니다.

가까이 계신 분들 있으면 커피라도 한잔 돌리고 싶습니다. 아니면 차라거나.
그래서 옆에 앉아서,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밤이 다시 가고
평소와 아무렇지 않은 내일이 다시 찾아올 것을 확신하면서

예전에 제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낄낄낄.. 하면서 이야기라도 나눴으면 좋겠어요.

자자. 다들 너무 불안해하지 맙시다.
걸리면 100%이고 안걸리면 땡입니다.
이건 이미 우리 손을 벗어난 문젭니다.
우리 손 안에 있는 불면과 위산과다를 해결합시다.
상상의 나래를 접고 꿈의 나래를 폅시다.




IP : 59.9.xxx.11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렇져
    '11.3.17 2:09 AM (121.173.xxx.43)

    이상하게 잠이 안와 자꾸 음침한 이야기에 최후에 최후의
    이야기만 자꾸 쓰게 되는데.....그렇죠....자살하지않는한
    내일당장 죽지 않는한.....이 지구에서 살게 될테니 너무
    불안해 하지 말아야겠죠

    오늘밤 너무 심란해서.....아이들한테 죄짓는기분이 더 들어서
    잠을 더 못자는것 같아요.....확률이란게 우스워 안걸리면
    좋은거고 걸리 면 100%니...내일 일은 내일 걱정해야겠어요

  • 2. 긍정의 힘
    '11.3.17 2:12 AM (116.45.xxx.171)

    저도 넘 걱정이 되서 잠을 못 이루고 있어여..
    하지만 우리가 걱정한다고 일어날 일이 안 일어 나는것도 아니고...
    좋은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잖아요..
    최악의 최악의 순간까지 좋은 생각해요. ㅠㅜ
    그리고 그냥 걱정하기 보다 기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3. ...
    '11.3.17 2:14 AM (112.159.xxx.178)

    네.. 전 방사능 점퍼설을 믿고 있을래요

  • 4. 글쎄요
    '11.3.17 7:32 AM (125.177.xxx.169)

    당장 가을에 출산을 앞둔 저는 아기가 무사히 나올 수 있을지 머리가 빠질 정도로 걱정됩니다. 저도 홀몸이었다면 차라리 덜 불안할 것 같아요 ㅠㅠ

  • 5. power
    '11.3.17 10:07 AM (211.253.xxx.1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워낙 겁이 많은 터라 솔직히 두렵습니다. 마치 순간순간이 러시안 룰렛 게임 같달까요; 원글님 말씀처럼 어차피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지금 이 순간은 무사하니, 지금 이 순간을 무사하게 해 준 것은 누군가가 죽을 힘을 다해 막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그 분들께 진심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습니다ㅠㅠ 정말 너무나 감사하다구요.
    정말 고맙습니다.

    원글님, 마음이 불안하실 때 이런 위로를 주실 수 있는 글 자주 올려 주세요. 원글님 보면서 저도 힘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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