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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런 딸이 아닐까?

종달새 조회수 : 684
작성일 : 2011-03-16 00:02:30
치사랑과 내리사랑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께서 손자들이 보고 싶어
기차멀미, 버스멀미를 참아가며 딸네 집 나들이를 하셨습니다.

"와! 할머니!"

"어이구, 내 아가들. 잘 있었어?"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정년퇴직까지 한 탓인지 몇 달 새 십 년은 늙어 보이는 어머니.
나는 시장기라도 덜어 드리려고 서둘러 저녁을 지었습니다.

그 사이 어머니는 세발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큰애를 데리고 놀이터라도 다녀온다며 나갔습니다.그로부터 두어 시간쯤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여보세요?"전화선을 타고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가 다쳐서 턱밑을 네 바늘이나 꿰맸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놀란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끓고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턱밑에 붕대를 감고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우는 아이를 품에 안으며 나는 어머니께 다짜고짜 화를 냈습니다.
"애를 어떻게 이 지경으로 만드셨어요?"

어머니는 꾸지람 듣는 학생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아끼셨습니다.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어머니는 세발자전거를 끌고 오시며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와서 아이를 재우고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어머니를 찾았을 때,
어머니는 짐을 싸고 계셨습니다.

그 축 쳐진 어깨를 보자 홧김에 퍼부었던 말이 너무나 후회가 되었지만,
나는 가방을 빼앗으며 또 한 번 퉁명스러운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늦었으니 저녁이나 드시고 가세요!"

너무나 후회스러워, 이래서 딸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고들 하는 게 아닌가...
자책하며 죄스러운 마음을 담아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저녁 드......!"

방문을 여는데, 얼마나 놀라셨던지 파리해진 얼굴로 큰 애 옆에 웅크린 채 맥을 놓고 주무시고 계시는 어머니......

그제야 어머니 이마의 상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 턱밑의 작은 상처는 그렇게 가슴아파하면서
어머니 이마의 큰 상처를 살피지 못한 못난 딸.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머니 이마에 사죄의 반창고를 붙여 드렸습니다.

기척에 눈을 뜨신 어머니가 일어나 앉으셨습니다.
"미안하구나, 에미야. 많이 놀랐지?"

"아... 어머니......"

자식의 치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부모의 내리사랑을 당할 길은 없다는 걸 비로소 깨달은 것입니다.
  
IP : 222.99.xxx.21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3.16 12:17 AM (122.32.xxx.4)

    시어머니는 잘 모르겠고요....친정어머니께 아이를 맡기며 직장다닌 적이 있었는데요, 아이가 다쳐도, 놀란 아이+친정엄마걱정만 되지 그걸 탓하고 싶다거나, 순간적으로 탓하게 되지도 않던데요...
    근데, 확실히 내리사랑은 내리사랑이죠.. 아이에게 쓰는 돈은 힘들고 아까우면서도 쓰지만(기본적 옷값이라든가 학원비) 부모님께는 그만큼 못쓰고 살죠..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으시지만, 그래도 부모님께 매달 몇십만원 쓰긴 힘들 것 같아요...

  • 2. 혹시..?
    '11.3.16 12:38 AM (183.102.xxx.63)

    며칠 전에
    길냥이가 물고가던 고등어 빼앗아
    가족들 저녁 밥상 위에 올렸다던.. 아는 언니 이야기를 썼던 그분 아닌가요?

    그분과 필체나 구성이 비슷해요.
    소소한 일상의 소재에 힘을 기울여
    그윽한 수필로 쓰고픈.. 습작같은.

    혹시.. 아니시라면
    제가 엄청난 결례를 한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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