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딸말이예요.
이젠 머리 좀 굵어졌다고 자기 스타일이 있어서
옷을 사줘도 자기 맘에 안 들면 절대 안 입으려해요
작년에 미싱 사고 -좀 일찍 사서
큰 애 아기때 '초원의집'의 자매들이 입던 잠옷이랑 모자도
세트로 만들어 주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쉽긴해요-재미삼아 후드티를 만들어 줬어요.
후드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엄마의 어설픈 솜씨에도
좋아라하더라구요.

아 근데,아 근데~
제가 공장의 기계도 아니고
후드티를 조금씩 모양만 변형해서 대여섯개를 만들고나니
재미 삼아 시작한 일이 노동이 되더라구요.
게다가 날도 바야흐로 춘삼월로 접어들어
봄에는 날이 좋아서, 여름에는 덥다는 핑계로
재봉틀은 멀리 했죠.
그러다 슬슬 날도 추워지고
인터넷으로 사놓고 맘에 안들어 쳐박아놓았던 옷감도 치울 겸
큰 애 블라우스를 만들어 봤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직사각요크 그냥 박기만하면 되는 줄 알고 덤비다
뜯기를 두어차례.
어쨌든 잠 못 자며 이틀만에 완성~~~

그런데 딸 애의 옆집 닭 보는 듯한 저 시큰둥한 반응은 뭥미.
지는 셔츠를 원했다나
아기옷 같다나(촘 그래 보이기도합니다)
어쨌든 한컷 찍어보자며 입혀서 찍기는 했습니다.
다음날 볼일 볼 겸 나갔다
큰 애 츄리닝과 바지를 사왔더니
입이 귀에 걸리네요.
저 극과 극의 반응.
좀 사진을 허접하게 찍기는 했지만 그렇게 별론가요?
제 앞치마나 만들 걸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