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공방에 딸아이를 데려가 도자기페인팅을 함께 했더랬습니다.
초벌 기물에 색을 입혀 다시 재벌하는 도자기 페인팅.
생각보다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지만
즐거우려고 시작한 일이니
즐겁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즐거운 일도...노력을 하는 민제...ㅠㅠ
제가 생각해도 참 아이러니 합니다.
제일 처음 배운 스탠실 기법의 체리 무늬 머그컵.
무엇이든 처음은 서툴지만 참 설레는 법이지요.
못생기고 맘에 들지도 않지만
제게 저 녀석은 늘 처음이 되겠군요.
두번째로 만든 올리브잎 머그컵...
이파리가 일정한 크기와 형태로 나와야 할 거 같고
색감도 좀더 풍부해져야 할 거 같습니다.
마냥 신기하기만 했는데....시간이 지날수록 부족한 부분만 눈에 띄는군요.
체리컵 처럼 처음도 아니면서
두번째라고 솜씨가 능수능란해진 것도 아니면서
두번째라는 건...
언제나 조금 슬픈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보다 저는 더 애정이 가는 컵이라면...
이해하실라나요.
제법 크지막한 녀석으로다가 남편이 회사에서 쓸 수 있도록 컵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뻑뻑한 눈 비벼가며 일하고 있을 남편이
마눌이 만들어준 컵이라고 몇번은 더 물을 마시지 않겠습니까.
자꾸 줄어드는 머리카락과 늘어나는 흰머리...
얼마전 딸아이 초등학교 졸업사진에서 본 남편 얼굴이... 왜 그리 낯설게 늙어있을까요.
자주 자주 바라보고 눈맞추어야 할 거 같습니다.
아로마 엣센스를 넣고 아래 칸에서 양초를 넣어 휘발시키는 물건인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그냥 양초만 넣어서 불을 켜놔도 참 근사합니다.
하늘색은 누구에게나 참 마음에 드는 색깔인 거 같습니다.
하늘색이라서 그럴까요
초급반 12가지 과정 중 물레작업이 가장 어려운 거 같습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붓으로 흔들림 없이 머물러야 하는데
잘해야겠다는 마음은 되려 손을 덜덜덜 떨리게 합니다.
선이 많아 시간도 노력도 오래 걸렸지만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접시입니다.
귀한 손님이 오시기라도 하면...
냉큼 과일이라도 담아 선뵈여 드려야겠지요?
뭔가를 손으로 만드는 일을 하다보면...
이상하게 끝까지 만들지 못하게 되는 녀석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3년전 친구가 만들다 말았던 거실장을 얻어서 (갈취한 ㅠㅠ)
마무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뻐져라...이뻐져라...주문을 걸면서 말입니다.
미닫이로 할 생각이었는데 그것도 중간에 일이 꼬여서 여닫이로 바뀌었지만...
살아가는 일이 대부분 내 의지보다는 조금씩 비껴가기 마련이잖아요.
경첩도 시내 한복판에 사러 나갔다가 8개가 필요한 것을 4개만 사오는 바람에
한번 더 걸음을 해야 했습니다.
다 만들어가니 마음은 급해지고 마음이 급해지니 일은 자꾸 더 늘어납니다.
그렇게 시작한지 3년이 넘어서야 어젯밤 저희집에 입성을 했습니다.
나와 같이 시집온 14년된 오디오와 몇년 된 물건인지 알 수 없는 전화기 빼면
마땅히 올려놓을 것도 없는 우리집입니다.
반짝반짝 잠자리 눈알처럼 까만 손잡이는 선생님께서 선물해주셨습니다.
늘 고만고만한 자리에서 크지 않지만 작지도 않은 응원을 해주는 이들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문짝을 만드는데 거의 절반의 공정이 들어간 거 같습니다.
크기가 좌우하는 게 아니라 디테일이 좌우하는 까닭입니다.
이제 허전한 벽쪽으로 책장을 만들어 세우는 일을 시작할까 합니다.
여행이든 새로운 일이든 계획하는 일도 실행하는 것 못지 않게 설레이고
행복하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맨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밟히기 일쑤인 핸드폰 충전기를 우유곽을 이용해서
거치대를 만들었습니다. 간단하지만 꽤나 유용한 녀석인 거 같아서 소개해드립니다.
설은 잘 쇠셨어요 다들?
저는 일이 좀 있었습니다.
며칠전에 어머니께서 많이 우셨습니다.
교통사고로 한쪽 팔이 잘려나가고 일년동안 아홉번의 수술을 견디시면서도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으셨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울린 건...며느리..
저였습니다.
시집와서 십사년동안 저는 한번도 어머니를 거슬러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딸아이 이름을 연숙이라고..지어오셨을 때...동생은 아들 낳으라는 뜻의 이름은 쓸 수가 없어서...한번 거슬렀던 적이 있군요.
세례를 받고 고백성사하는 방법을 배우고 오신 날
-야야..내는 오늘 괜히 갔다. 내사 칠십평생 살아오면서 뭐 하나 잘못한 게 있어야 고백성사를 하지.
-아..어머니. 알고 하는 잘못보다 모르고 저지르게 되는 잘못이 더 크다고 하는데...살다보면 어머니도 모르게 하는 잘못들이 있는데...
함께 앉아 밥을 먹어도 당신 아들 앞에 반찬만 소복히 모아다 놓으시고
방석도 아들 엉덩이에만 갖다대주시는 ..어머니
밥을 먹고나면 어김없이 챙기시는 비싼 영양제도 ...제가 며칠 아팠던 어느날...
-너도 아플 땐 한알씩 먹어라~
그런 어머니 옆에서 밥을 먹다보면 저는
가끔씩 눈물이 나요.
학교에서 몇번씩 겉옷을 벗어놓고 뛰어오는 손자에게
-너는 어제 벗어놓고 온 옷이 학교에 있으니 오늘은 그냥 가서 그거 입고 오너라...
한겨울에 겉옷없이 학교에 보내시는 어머니..
5개월 아무런 이유없이 유산되는 바람에 입원해서 누워있는 며느리에게
-아들낳아주는 이름 안써서 이런 일이 생긴 거 아니냐..
며 나무라시던 어머니...
그런 속상했던 일들이...머리나쁜 저에게 어찌 그리 한꺼번에 밀려오는지요.
얼마전부터 고추장을 담아야겠다고 하시는 어머니말씀을 제가 듣고만 있었는데
어제 조청을 닳여서 고추장을 만들겠다시길래 엿을 사다가 담자고 했더니...
저녁도 거르시고 방문을 잠그고 계시는 거에요.
물 한컵 들고....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갔습니다.
-어머니 왜 저녁을 안드세요.
-치아라.
-왜요
-먹기 싫다
-저 시집와서 어머니 끼니 거르시는 거 처음이에요.
-니는 고추장 담는 기 그래 힘드나?
...
-어머니 고추장 담는 게 힘드는 게 아니라 어머니가 힘들어요.
며느리는 아들 등골 빼먹고 사는 나쁜 여자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서...
그냥 식모대접하시는 어머니가 섭섭해서 그랬어요.
-아들자식 다 소용없다 내는 양로원가서 행복하게 살란다
-양로원가시면 행복하시겠어요?
-그래 내맘대로 하고 돈 주면 돈만큼 잘해주겠지
제가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큰 소리 쳐본 일이 없는데...
남편을 불렀습니다. 깜짝 놀란 남편이 뛰어나옵니다.
-여보 지금 인터넷으로 양로원 알아보고 내일 당장 어머니 양로원모셔다 드려요.
일이 그렇게 된 거였어요.
아래층으로 내려와 가만이 앉아있자니...어머니 통곡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요...
그 순간엔 저도 정말 화가 나서...그랬지만 혈압 높은 어머니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정말 끼니 거르는 일은 처음 봐서...밥을 참기름에 볶아 죽을 만들고 있었더니
한참을 울던 어머니...가 저를 부르십니다.
-양로원 갈 때 가시더라도 밥은 드시고 가세요
-야야 내가 다 잘못했다. 진작에 이야기하지 내가 그렇게 고약하게 했는지 내는 모르고 그랬다...
큰아들도 싫고...나는 니 밖에 없는데 니가 나가라카면 내는 갈 데가 없다...내가 잘 하고 살게.우리 잘해보자..응?
-어머니...저는 어머니 불쌍타 생각하고 살고 어머니는 저 불쌍타 생각하고 살면 안되나...그리 살면 안되나..
그리 한참을 둘이 울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제가 어머니보다 더 슬픕니다.
...
어머니는...이미 저보다 약자라는 걸 ..잘 알면서...
자기가 왜 맞았는지 엄마에게 말도 못하는 어린 아이를 한대 쥐어박은...그런 드러운 기분입니다.
저는
저희 어머니가 싫지 않습니다.
아니
사랑하는 것은 아닌 거 같지만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 거 같습니다.
바쁜 일들이 대충 마무리되면...어머니 모시고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올까합니다.
단둘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