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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14 화 리뷰

| 조회수 : 5,442 | 추천수 : 1
작성일 : 2022-05-25 19:14:46
이 글에는 '나의 해방일지'와 영화 '어톤먼트'의 스포가 있습니다.


나의 해방일지 14 화 - 확실해... 봄?


“확실해? 봄이 되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 돼 있는 거?" "확실해."

 

 

 

 

엄마가 죽었다 .

아버지는 자신이 가정을 건사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아니였다 .

몸이 부서져라 살림에 농사에 공장일까지 거들던 엄마가 돌아가신 후

풍성하던 식탁은 상한 반찬과 스팸으로 채워지고

아버지와 삼남매가 모두 함께 집안을 쓸고 닦아도 엄마의 빈 자리는 여전하다 .

엄마의 부재는 가족들을 다투게 한다 .

그렇게 다투던 어느 저녁 ,

갑자기 “ 달그락 ” 거리는 소리에

가족들은 동시에 유골함을 처다본다 .

 

그렇게 싸우던 가족들에게 엄마의 함성이 들린 것이다 .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서 밤낮으로 움직이다 인공관절을 삽입한 무릎 .

쭈그려 앉아 대파 뽑고 등갈비를 조리고 고구마대 껍질을 까던 무릎이 지르는 함성 .

 

그녀는 보증 잘 못 서서 생긴 빚을 갚고 가정을 건사하느라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 보지는 못한 엄마였다 .

그러나 모를 수 없다 .

결국 엄마를 죽게 만든 그 분주한 날들 , 거기에 담긴 진심을 .

이런 게 존재감인가보다 .

사람은 이렇게 죽어서도 말한다 .

그리고 그 빈자리에서 가족들은 성장하기 시작한다 .

기정은 집안일을 주도하고

창희는 아버지에게 정성껏 사랑을 표현하며

아버지는 이제 창희의 말을 귀담아 듣기 시작한다 .

그들은 차를 산다 . 처음으로 함께 바다도 간다 .

  

과묵한 아버지는 말 많은 아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

엄마는 미정이를 사랑했지만 딸의 내면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

기정이는 보수적이고 답답한 집구석이 싫었다 .

그러고 보면 창희는 성건지고 부지런한 엄마를 닮았고 미정이는 말 없고 성실한 아빠를 닮았다 .

기정이는 고모다 . 하지만 돈 욕심 없는 성정에 성실하기 짝이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진 않을 것이다 .

좋은 사람들이었던 그들은

자기 기준의 열심을 시전하느라 지쳐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

부모는 자식을 건사한다고 뼈빠지게 일했지만

아이들은 우리들이 언제 부모한테 지지받은 적이 있었냐고 말한다 .

둘 다 사실이다 .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느라 , 씽크대 만드느라 , 고추 따고 오이 소박이 담느라

자신만의 분주한 진실에 갇혀

상대의 진심을 살피지 못했다 .

그런데 엄마의 죽음이 가져온 생활의 공백은

그들이 공통의 필요를 채우게 하고 서로의 진실과 진실 사이를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

그들은 자주 다투었지만

슬픔을 공유한 공동체로

계란 후라이를 하고 , 빨래를 널고 청소기를 돌리며

공통의 일상을 작은 구원들로 채워나간다 .

 

 

그런데 구 씨가 돌아간 산포의 겨울은 너무 신산하다 .

그 사이 재혼한 아버지는 다리를 절고 아이들은 서울로 떠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해방일지는 자주 그런 방식으로 서사를 전달해 왔다 .  

시간 순서대로 A-B-C 라는 장면이 있다면 

C 부터 맞닥뜨려 시청자를 충격에 빠트린 뒤 

A 와 B 장면을 뒤에 이어 붙여 설명하는 식이다 . 

10 화 마지막 백사장의 업소에 가 찾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날 

미정이와 달달한 데이트까지 하고 난 뒤 

갑자기  2022 년 업소로 돌아간 구 씨의 모습을 표현한다든지 ,

2 화의 뜬금없는 미정이의 추앙 요구도 3 화 이후 구 씨의 과거 회상 장면을 통해 개연성을 갖는다. 

심지어 미정이와 가족들이 그리워 산포로 돌아온 구 씨는

재혼한 새 어머니부터 맞닥트려야 했다.  ( 어머니의 죽음도 묘사되지 않은 시점에서 말이다 . 14 화가 끝났지만 재혼의 경위는 아직 묘사되지 않는다.)

 

14  화 마지막,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재회한다 .

처음에는 두 사람이 만난다는 것만으로 감격해서 나 또한 행복했다 .

그런데 너무 팬시하다 .

 

그래서 불안하다 .

마치 풋풋한 20 대 동네 오빠 같은 얼굴로 미정이를 기다렸다가

무진장 보고 싶었다 , 주물러 터트려 먹고 싶다며 갈고 닦은 추앙을 하는 구 씨라니 ...

그런데 이 해사한 구 씨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잠시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손을 벌벌 떠는 알콜 중독에 ,

우울증에 빠져 하나도 슬프지 않는데 그냥 눈물이 나는 상태였다 .

미정이가 절실했지만 자기 삶이 부조리하여 다가갈 수 없었던 그는

2 년을 술에 절어 살았다 .

이러다 죽을 것 같아 , 그는 살아보려고 전화했을 것이다 .

이것은 그냥 연인들끼의 만남이 아닌 생존의 행위이다 .

그 순간이 유쾌할 수만 있을까...

봄인지 가을인지도 불분명하며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어디인지는 알 수 없는 그곳은

과연 현실에 존재할까 ?

 

그래서 영화 ‘ 어톤먼트 ’ 가 떠오른다 .

두 연인을 불행에 빠트린 여동생이

소설 속에서나마 그리워하던 두 사람의 재회를 그리는 것으로

그들의 삶에 속죄한다는 .

 

그리고 절실해진다 .

추앙하다 보면 봄에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확신한 미정이의 말이 .

진짜 봄이다 .

그동안 시청자를 낚는데 도가 튼 해방일지 예고를 또 한 번  지고지순하게 믿어보자.


열심히 병원도 다니고

자신을 옥죄던 악의 세계도 폭파하고

미정이 알바도 시키고, 오뎅도 같이 먹고!

구자경은 어서어서 가열차게 추앙하라 .

당신과 그녀의 확실한 봄을 위해 .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초록
    '22.5.25 8:01 PM

    이번 리뷰도 역시나 예리 하십니다..

    제발 멜로 막장 삘나도 괜찮으니, 자경 죽이기 말고 미정과의 행복한 봄으로 끝나길 빌어요.

    근데,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살죠...

  • 리메이크
    '22.5.25 8:14 PM

    그러니까요. 이거 끝나면 내가 아는 사람들이 갑자기 주위에서 사라진 느낌이 들 것 같아요ㅠㅠ

  • 2. 마미
    '22.5.25 9:06 PM

    이번 글도 정말 좋습니다. 어쩜 이리 글을 잘 쓰시나요? 그 통찰력과 필력~ 추앙드립니다

  • 리메이크
    '22.5.26 2:20 AM

    미정이랑 구 씨 덕분에 저까지 추앙을 받네요. 저도 같은 애청자로서 마미님 추앙드립니다^^

  • 3. ssomang1
    '22.5.25 10:03 PM

    주위에 해방을 보며 추앙에 대해 얘기 나눌 사람이 없어 너무너무 답답하던 차에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보게 되네요- 산포 그 약간 촌스러운 카페.. 혹은 해방클럽이 첫 모임을 가진 서울의 커피숍에 모여앉아 큰 목소리 내지 않고 조근조근 얘기 나누고 싶은 분을 만난 기분이에요.

  • 리메이크
    '22.5.26 2:28 AM - 삭제된댓글

    저두요 저두요!!!
    제가 얼마나 드라마 이야길 하고 싶었으면 리뷰를 다 썼겟어요.
    이렇게 82에서 예리한 분석들 하시는 글 읽고 댓글 달았던 추억 오래 남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리메이크
    '22.5.26 3:07 AM

    저두요 저두요!!!
    제가 얼마나 드라마 이야길 하고 싶었으면 리뷰를 다 썼겠어요.
    이렇게 82에서 예리한 분석들 하시는 글 읽고 댓글 달았던 추억 오래 남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4. 챌시
    '22.5.26 3:08 PM

    ㅋㅋㅋ
    전 제 지인을 두부류로 나눴어요.
    해방일지를 보고있는 팀
    해방일지 안보고, 보라고 해도 못보는 팀.
    실은,
    해방일지 4회쯤 봤을때, 넓이뛰기한거 너무,,충격,감동,기쁨.코미디라,
    누군가랑 신랄하게 떠들고 싶어서,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던중,
    제 지인들중 통털어 친구의 딸(30대) 한명만 보더라구요.ㅠㅠ 그애랑은 전화할 사이도
    만날 사이도 아니고요.ㅠㅠ 우울..답답.

    그래서 징글하게 주변 지인들에게 자꾸자꾸 권해서, 최근 2명 확보.
    간신히 정말,,어렵게 함께 이야기할 상대를 구했어요..다만,,이분 지금 6회째 보고계심.ㅋㅋㅋ에혀..

  • 리메이크
    '22.5.28 7:39 PM - 삭제된댓글

    저도 해방일지 보라고 많이 추천했는데
    이제야 주변 친구들 보는데 7회 정도를 달려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요ㅠㅠㅠ
    첼시님 읽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리메이크
    '22.5.28 7:40 PM

    저도 해방일지 보라고 많이 추천했는데
    이제야 주변 친구들 보는데 3회~ 7회 정도까지 안 봐서려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요ㅠㅠㅠ
    첼시님 읽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82에서 다른 분들 글 읽는 것도 너무 재미있어요~~^^

  • 5. 관대한고양이
    '22.5.26 5:36 PM

    그쵸.. 신회장 만나러간 산에서 벌벌 떨고 초췌한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해맑아질수가.. ㅠ

  • 리메이크
    '22.5.28 7:41 PM

    그쵸~~ 도대체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이 참 어렵네요ㅠ

  • 6. 키리쿠
    '22.5.30 4:44 PM

    여러 가지 리뷰 중에
    제일 깔끔하고 시원하고 글쓴 분의 마음이 다 보여서 좋습니다.

  • 리메이크
    '22.6.18 10:01 AM

    네 제가 과몰입힐게 보이시죠^^
    훌륭한 드라마 함께 보게 돼서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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