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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수의 이야기 - 나는 꼴찌였다

| 조회수 : 3,185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10-12 17:50:25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 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어쩌다

1등을 했는가배.." 했다

"명순(아버지)이는 자식하나는 잘 뒀어.1등을 했으면 책거리를 해야제" 했다

 

당시 우리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목록 1호였다.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부지......"

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달려나갔다.그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 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때 ,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가 되던 어느날, 부모님 앞에 33년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무이..저 중학교 1학년때 1등은요...."

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알고있었다.고마해라.

민우(손자) 듣는다." 고 하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알 수가 없다.

 

 

                                                                                                              前  경북대 총장 박찬석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리본티망
    '13.10.13 6:52 PM

    물론 알수없죠. 그것이 부모님의 자존심 때문인지
    아드님의 미래의 성공을 담보삼아 미리 드신것인지
    훌륭한 아버님의 기대에 부응해서 아드님이 총장이 되셨네요.
    좋은 결과 나왔으니 된거죠.

  • 2. 귀염둥아
    '13.10.13 7:51 PM

    자식에게 큰 믿음을 가지고 계신 부모님이 있는 자식은
    감히 부모님의 믿음을 저버리지 못하고 결국 바른 길로 가나보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저런 경지에서 자식을 한없이 큰 사랑으로 믿어줄수 있을까 하던 글이었는데
    저런 지혜와 오랜 참음이 가능할까 경박한 아이 엄마인 자신을 돌아보던 글이었는데...
    자식의 큰 허물을 알고도 섣불리 폭로하지 않고
    맘 다치지 않게 깨우치기 위해 재산을 헐던 부모님 맘이..
    남 들 앞에 부모님 자존심이나 성공을 담보로한 투자같은 속물적인 저울질은 아닌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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