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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기업 홍보부서에 근무한 사람의 이야기

| 조회수 : 1,405 | 추천수 : 7
작성일 : 2008-07-09 06:36:21
어젯밤 우연히 말로만 듣던 백지연의 [끝장토론]을 봤다. 케이블 채널에 갓 생겨난 프로그램이 방송토론계의 전설인 [백분토론]만이야 하겠는가마는, 일반 방청객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는 포맷의 신선함에 채널을 고정시킨채 TV 앞을 지켰다.



어제 [끝장토론]에서 이야기된 촛불을 꺼야 할 것인지 계속 켜야 할 것인지, 집회가 폭력인지 비폭력인지, 또 공권력의 태도가 온당한지, 조중동의 보도 태도에 문제가 있는지 등 반복적인 문제들은 워낙 여기저기 각종 방송토론에서 이어져온 것이라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조중동의 보도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진 네티즌들이 벌이는 광고주 불매운동의 토론을 듣고있다보니, 갑자기 입이 근질거려지기 시작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을 위시해서 정부 관계자들이나 보수 언론들이 앵무새처럼 이구동성 반복하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네티즌들의 그런 운동이 기업 본연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이고 따라서 불법"이란 것인데, 이런 내용의 보도를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네티즌들이 벌이는 불매 운동이(가령 항의 전화를 하는 행위) 기업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것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 합법적이냐 아니냐의 합법성 여부를 잠시 접어두고, 정부가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인 그 "업무방해"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대기업에 다니는 10년차 직원이다. 2006년 2월부터 2007년2월까지 IR이라고 칭해지는 기업홍보, 기업투자자 홍보를 하는 부서에서 근무했다. 기러기 아빠 생활에 괴이쩍은 망상에 젖어 내게 업무를 말살한 부서장 덕분에 나는 13개월을 공을 치며 월급받는 생활을 했다. 그 때 딱 한가지 좋은 점이 있었는데, 내가 일하는 부서부터 인근 부서까지 뭐하고 있나 3인칭 작가시점자로 관찰할 수 있었다는 거다. 옆 부서가 자금팀, 앞 부서가 일반 홍보팀이었다. 홍보팀 인원 중에는 회사랑 관련된 홍보 문의를 받는 대표전화가 있다. 부서원 모두가 대표번호에 매달려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명함을 주고받을 일이 없는 일반인들의 대게는 정해진 대표번호로 전화를 한다. 그것은 투자자 관리를 통해 주가관리를 하는 IR도 마찬가지다. 과격한 소주주들이 전화를 해서 부서장을 바꿔내라 윗사람을 바꿔내라 하는데, 마찬가지로 외부에 오픈된 전화번호는 정해져있다.



더구나 홍보든 IR이든 각자의 업무가 있는데, 주로 외부 일반인들의 문의나 외부 투자가들의 문의를 받는 전화는 그 부서 막내가 받거나, 그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받기 마련이다. 또, 기본적으로는 일반홍보나 기업홍보나 모두 외부에 회사를 알리는 일만이 주업이 아니라 외부에서 회사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분석해서 그것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일도 중요한 업무다. 회사가 하는 제품에 대한 반응이든, CF에 대한 호불호든, 혹은 회사의 대외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사회공헌이나 광고전략 관련된 의견은 홍보라는 부서에서 혹은 말단에 있는 소비자 민원 처리 부서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아내야 하는 정보들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전화를 해주는 것도 문제인가?  어떤 본연의 업무를 해치고 있다는 것인지 그것이 일반적인 대기업이나 금융계 등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라면, 나는 도통 모르겠다.



물론, 여행업이나 분양광고 같은 경우에는 공개된 전화번호가 영업용 전화번호이고 규모가 군소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항의전화로 소비자의 구매 감소가 아니라 기업의 영업 행위 자체가 방해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다음의 아고라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광고주 불매 혹은 항의 움직임은 대게 그 대상이 군소 여행업자들이나 분양업체들은 아니었다. 더구나 정부나 보수 언론들이 본연의 업무를 보호하고 싶은 기업은, 아니지, 자기들편으로 사수하고 싶은 기업은 이런 업체들은 아닐 것이다. 항의전화를 현업에서 받을 일이 없는 각종 소비재를 다루는, 홍보나 민원부서를 따로 둔 대기업이나 금융계인 것으로 알고있다. 홍보나 민원처리 부서가 기업 본연의 활동인가? 더구나 이런 부서들의 일이 이런 의견을 수렴하고 트랜드를 읽는 것인데, 기업이 이런 항의 의견을 수렴하느냐 아니냐는 개별 기업의 선택의 문제고 추후 그것에 부응하는 소비자들의 항의전화는 오히려 해당부서의 업무에 궁극적으로는 도움을 주는 행위에 가깝다.



나는 법조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고, 소비자운동가도 아니라 대체 법률을 어떻게 적용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뭘 보호하겠다고 이 나라의 법에 쓰여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지내온 공간에서 보아온 일반적인 기업업무의 매카니즘과 일반적인 법정신에 입각해 생각해보면 조중동 광고주 불매·항의운동에 대한 불법논란은 어폐가 많아보인다. 그래서 나는 최근 네티즌들의 조중동 불매운동과 마찬가지로 광고주들에 대한 항의운동도 지지한다. 다만 이런 불매운동의 발생 이유에 입각할 때 이 불매 운동이 조중동의 폐간보다 교화(=잘 가르쳐서 제대로 써먹기)를 목표로 움직여지길 바라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광고나 광고에 나온 연락처가 직접적인 영업행위와 관련이 있는 여행사나 출판사, 분양업체 같은 군소업체를 대상으로 하지 말고 대부분의 광고물량을 형성하는 대기업들을 향해 집중되기를 바란다.    



※ 오늘 점심시간에 조선일보를 보니, 광고가 참 많이 줄었더라..온갖 여행사, 가지가지 투어 이런 곳까지 신경쓰지 말고, 이 와중에도 끄떡없이 광고중인 삼성전자 파브나 크라이슬러, 신한금융, 니코프리 같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에 집중되야하지 않을까? 나머지 각종 여행사나 커피 전문점, 개별분양광고는......항의가 뭔 필요인가. 이런 곳들은 특히 여행사 커피 전문점 같은 곳은 실천이 항의보다 효과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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