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집회후기]28일오후4시부터 29일 아침7시까지....

| 조회수 : 1,093 | 추천수 : 51
작성일 : 2008-06-30 14:23:42
몇년된 유령회원인데 촛불이 글을 쓰게 하네요...

9,7,3세 세 딸의 엄마에요. 아이들이 아토피안들이라서, 큰 딸만 몇 번 같이 가고, 이번엔

남편과 동네 주민들과만 갔습니다.

혹시 밤을 샐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나름 준비해갔지요.

82쿡 회원에 유모차부대 회원에 레테 회원이라, 어디로 갈까 고민했습니다. ^^

그래도 아줌마인지라, 빛바랜 낡은 고무장갑, 낡은 주전자(삐삐주전자같은 거),앞치마를 넣어갔습니다.


4시경인가 경복궁역에 내리니 이미 세종로는 막혔고...돌아돌아서 시청4번출구 82쿡 진영에서 초록풍선을

얻어서, 대한문앞 유모차부대로 갔습니다.

이 곳에서 한참 있다가 이윽고 밤이 되어 9시도 안된 시간인데, 물대포가 나왔더군요.

남편과 가까이 가 보았지요.

물대포 맞는 분들과 10미터 정도 거리에 있었나?? 너무 가까운 곳인데, 수만명이 지켜보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세게 물대포를 쏘는데...기가 막히고.... 꿈꾸는 것 같았지요. 전경들이 계속 무엇인가를 던지는데,

그게 돌이었더군요. ㅠㅠ

앞은 그렇게 치열한데

뒤는....솔직히 평화로왔습니다.

구호를 외치고, 간식을 먹기도 하고, 유인물 등을 보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비가 오는 가운데 아이들도 많았지요.


몇 번 와 보았지만, 이상하게 그 날은 분위기가 달랐어요. 비장함이랄까 그런 게 느껴졌지요.


하여간 소심한 저는 어두워진 후에야 주전자를 꺼내 두드렸습니다.

감기기운이 있어서 목소리가 잘 안나왔는데, 주전자는 생각보다 큰 소리가 나서....

옆에 있는 분은 흥이 나고 힘이 난다고...


그런데 홍보가 덜 되었던지 아줌마 부대는 잘 안 보이더군요.

스텐밥그릇에 국자 들고온 분과 페트병들고온 두 분만 보았습니다. ^^


이윽고.....많은 분들이 가시고, 저는 남편과 저, 동네 지인 두 분과 함께 있었어요.

밤중이 되었는데...앞에서부터 사람들이 뛰었고, 저희는 깜짝 놀라 손을 붙잡고 뛰었어요.

그러자 누군가 천천히, 뛰지마를 외쳐서 정신을 차렸지요.

저는 못 보았는데, 같이 간 분이, 전경이 나와서 방패로 사람을 찍는 모습을 보셨다네요.

무서웠습니다....(그 이후로 주전자는 배낭속으로 집어넣었다는....소리가 커서 표적이 될까봐...

저 엄청 소심하고 겁 많습니다....ㅠㅠ)

(나중에 보니, 그 때 사람들을 진압하면서 수 많은 분들이 다쳤더군요. ㅠㅠ)



2008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았네요.



선두가 아닌 곳은, 위험하지 않아요.  새벽 2시경 유모차도 몇 대 보았구요,

엄마 아빠와 밤을 샌 초등학생도 보았지요.

시위대는 종각으로 옮겨졌고,

밤새 비를 맞으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다가,

새벽 6시..... 일어나라 2mb를 외치며 흥겨운 길놀이도 했습니다.

모두가 서로의 어깨를 잡고 아리랑을 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손을 스치며

그렇게 평화로운 촛불시위는 조금씩 마무리를 했지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국민들을 향해 물대포와 방패와 소화기를 쏴대는 정부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어떻게든, 작은 힘이나마 보태렵니다.


추신 : 82쿡 깃발은 자정쯤에는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강물처럼님은 계셨군요.
          혹시 주전자 두드리던 키작은 아줌마를 보셨다면, 바로 접니다.
          종각쪽에 있을 때는 빨간 등산잠바를 입고 있었구요. ^^
          같은 장소에 함께 했던 모든 분들, 고맙고 존경합니다.
          저는 처음 밤을 새서 많이 힘들었는데....

          참, 다인아빠님도 보았습니다. 사진과 똑같으시더군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룰루랄라~
    '08.7.1 10:17 AM

    수고많으셨네요...다들 밤새고 힘들게 하는 한사람이 정말 밉습니다.

  • 2. 강물처럼
    '08.7.1 10:47 AM

    고생 많으셨네요.. 저와 같은 장소에 계셨던거 같은데..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뿌듯함이 느껴 졌습니다.

  • 3. 하바넬라
    '08.7.2 1:50 AM

    저도 그날 앞에서 우리 아이들과 물대포 속에 있었습니다. 정말 그 순간에는 저들이 진정 같은 국민인가 싶더라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5294 테일러 스위프트 신곡 매운 꿀 2025.10.17 696 0
35293 50대 여성 미용하기 좋은 미용실 제발... 7 바이올렛 2025.10.02 1,800 0
35292 미역국에 파와 양파를 ? 5 사랑34 2025.09.26 1,286 0
35291 가지와 수박. 참외 해남사는 농부 2025.09.11 973 0
35290 햇님이 주신 선물 롯데? 1 해남사는 농부 2025.09.05 1,450 0
35289 맹장 수술 한지 일년 됐는데 대장내시경 현지맘 2025.09.03 990 0
35288 유튜브 특정 광고만 안 나오게 하는 방법 아는 분 계실까요? 1 뮤덕 2025.08.25 868 0
35287 횡설 수설 해남사는 농부 2025.07.30 1,829 0
35286 방문짝이 3 빗줄기 2025.07.16 1,556 0
35285 브리타 정수기 좀 봐 주세요. 3 사람사는 세상 2025.07.13 2,252 0
35284 이 벌레 뭘까요? 사진 주의하세요ㅠㅠ 4 82 2025.06.29 4,418 0
35283 중학생 혼자만의 장난? 1 아호맘 2025.06.25 2,796 0
35282 새차 주차장 사이드 난간에 긁혔어요. 컴바운드로 1 도미니꼬 2025.06.23 1,660 0
35281 베스트글 식당매출 인증 21 제이에스티나 2025.06.07 10,766 4
35280 조카다 담달에 군대 가여. 10 르네상스7 2025.05.09 3,572 0
35279 떡 제조기 이정희 2025.05.06 2,438 0
35278 녹내장 글 찾다가 영양제 여쭤봐요 1 무념무상 2025.05.05 2,776 0
35277 어려운 사람일수록 시골이 살기 좋고 편한데 4 해남사는 농부 2025.05.05 4,964 0
35276 참기름 350ml 4병 2 해남사는 농부 2025.04.28 3,381 0
35275 폴란드 믈레코비타 우유 구하기 어려워졌네요? 1 윈디팝 2025.04.08 3,055 0
35274 123 2 마음결 2025.03.18 1,965 0
35273 키네마스터로 하는 브이로그편집 잘 아시는 분~~~ 1 claire 2025.03.11 2,007 0
35272 우렁이 각시? 해남사는 농부 2025.03.10 2,080 0
35271 토하고 설사한 다음날 먹는 죽 5 상하이우맘 2025.02.21 3,177 0
35270 교통사고 억울한데 이거 어떻게 해야하나요? 2 괴롭다요 2025.02.20 3,535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