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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이 스무살.....아들나이 스무살

| 조회수 : 3,976 | 추천수 : 45
작성일 : 2007-06-27 14:15:07


내 나이 스무살엔 세상을 다~~
짊어지고 살았었다 .
일찍부터 엄마병약하신탓에 입곱살에 밥짓고 빨래를 했으며
열다섯살엔 이미 일꾼중 상일꾼

휴일이나 방학이면
엄마는 열다섯살짜리 나에게 부엌일을 전임시키고 열댓명의 품앗이꾼을
앞세우고 들로 향해 버리셨다 .

난 막걸리를 거르고 밥을 지어 머리에 이고
손에 술주전자 들고 십리 산토끼길을 꼬부랑 꼬부랑 걷고 걸어
하루 다섯끼니를 해 바쳤으며

내 나이 열여덟엔 긴긴 겨울방학 내내
오빠들은 가마니짜고 난 그뒤에 앉아 손바닥에 피멍들다가 굳은살
박히도록 가마니짜는데 쓸 새끼줄 꼬아
연연생 삼남매가 한겨울 짠 가마니 팔아 황송아지 한마리씩
사 불리었고 ...

내 나이 스무살엔 소 열다섯마리
망나니소 한마리 대장소 한마리 앞뒤로 휘어잡고
나머지 소들은 차렷자세로 뒤따르며
그 무리 이끌고 산속 으로 산속으로...

세상천둥벌거숭이
겁날게 없던 날들이 있었다 .


내 아들 나이 스무살

다행이 어릴때부터 착해빠져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이는 아닌지라
공부를 벼슬로 여기지도 않지만서두 .....

스무살짜리 내 아들이 할줄 아는 일이라고는
출타했다 돌아오는 엄마의 기척에 달려나와
엄마손에 뭐 맛난거 들려있는가 살펴보기  

밤새 컴겜하며 엄마가 만들어다 바치는 간식 접시 해치우기

학교라도 댕겨올라치면 현관문앞부터
구렁이가 허물벗듯
동 서로 나뒹구는 양말짝 바지 셔츠

엉댕이 살짝 살짝 흔들며 애교 부리기가 전부인 저놈

에구야~~~

저런 아들이 긴긴 방학을 맞아
오늘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란걸 하러 갔다 .

ㅎㅎ
것두 한눈도 팔수없도록 빡센 지삼촌 공장으로...

철없이 덜렁 덜렁 따라 나서는 저놈

에미맘이 짠하다 ㅡ,ㅡ;;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서산댁
    '07.6.27 3:12 PM

    살짝 제 눈가에
    눈시울이 적시네요

  • 2. alfonso
    '07.6.27 3:12 PM

    아드님, 씩씩한 어머니 보고 자라서 자~알 할 겁니다. 흥임님 같으신분 어머니로 둔 자녀들, 자신들이 고맙다고 할 날 멀지 않았어요.

  • 3. 뚝배기
    '07.6.27 3:37 PM

    글 읽는 저도 마음이 짠하네요.
    요즈음 또래의 20살....
    비슷한 녀석 여기 또 있습니다.ㅎㅎ

  • 4. 꽃게
    '07.6.27 8:21 PM

    울집에도 있습니다...ㅎㅎㅎㅎㅎㅎ

  • 5. 초보주부
    '07.6.27 10:28 PM

    우리남동생도 저런데.... 남자애들은 다 저런가봐요...

  • 6. 랄랄라
    '07.6.28 12:22 AM

    김흥임님 글 오랫만에 뵙는 듯 해요.. 님의 강아지덜 잘 있지요? ^^;
    82에서 뵙는, 괜히.. 왠지.. 좋아하는 언니같은 분이라..(저 혼자만..--;)
    반가워서 글 남겨봅니다..

  • 7. 구름위산책
    '07.6.28 9:01 AM

    웃음이 나오네요. 어쩜 그리 아들이 귀여운 느낌이 드는지 ^^
    자식은 한지에 물이 배듯이 천천히 번지듯 그렇게 부모를 닮아가는것 같더군요.
    엄마가 강한모습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주셨듯이 아들도 지금은 엄마눈에 한없이 얼라 같지만
    어느날 보면 내 모습이 다 담겨져 있을거예요.
    아들 화잇팅입니다!!!

  • 8. 바닐라향
    '07.6.28 9:35 AM

    저도 부모님 눈에는 아직도 철없어 보이는 딸이겠네요.
    힘들고 고단했던 세월도 세상살이에 어느덧 이력이 붙을만 하시겠지만
    자식앞에서는 좀처럼 단단해지기가 쉽지가 않죠.
    언젠가는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는지 알게 될거에요.

  • 9. 행복해
    '07.6.28 9:38 AM

    흥임님~~
    그냥 불러보고 싶었어요.

    글에서 묻어나는 사람냄새 흙냄새가 참 좋습니다..

  • 10. 김흥임
    '07.6.28 12:46 PM

    에구 ~~~부끄러버라@@

    모든님들 무더위에 건강하시길^^

  • 11. 이수 짱
    '07.6.28 6:30 PM - 삭제된댓글

    글을 읽으니 마음이 짠하네요...
    저도 결혼전엔 멋모르는 철부지라 엄마손에서 나오는 밥상, 감사한 줄도 모르고 당연히 받아 먹고, 한 술 더 더서 반찬투정도 해대었는데...ㅜ.ㅜ
    지나고 나서 제가 이제 그 밥상을 차리려니 얼마나 힘들고 정말 사랑없이는 누구에게 밥해준다는게 너무 힘드네요...(살림하는거 넘 어려워요...흑...ㅠ.ㅠ) 그리고 엄마에게 왜 그리 형편없던 딸이었나 싶어서
    요즘은 조금 철 들어갑니다...
    아드님도 아마 좀더 나이가 들고 그러면 다 알게 되겠지요...
    이 글을 읽으니 엄마께 전화드리고 싶네요...

  • 12. 덕이
    '07.6.29 11:27 AM

    울 큰언니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 13. 돼지용
    '07.7.1 12:21 PM

    그 아이들도 어느 날 제 복을 깨닫는 날이 오겠지요 ^^
    아드님이 벌써 깨달았을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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