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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장갑 한짝의~ 남겨진 장갑 한짝 이야기

| 조회수 : 1,494 | 추천수 : 29
작성일 : 2007-01-28 18:49:09
어제
전..또 장갑을 잃어 버렸습니다.
가방 뒷좌석에 얌젼히 낑겨 넣었는 데~
잠시 스치는 서운함에 코트 주머니랑
가방과 내가 들고 다녔던 보따리를
샅샅이 뒤졌지만~ 역시나...없습니다.

올 겨울엔 왜 이리 잊어 버리는 게 많은 지
다른 분실물들이야 생각이 별로 나진 않치만
유난히 나를 힘들게(?) 한 장갑 사연은~~

지난 12월 찬바람이 불면서
금욜 산행에 멋진 산악용 장갑을
선물 받았다며 나를 혹하게 한 산우의
장갑에 필이 파악 꽂히면서~~

저도 거금을 들여
스판에 장갑 앞면은 미끄럼 방지를
멋지게 한 장갑을 덜컥 샀습니다.
평소엔 가격들이 만만치 않아 잘 이용하지 않는
모메이커의 등산용품 샆에서 카드를 드윽 긁으며
구입한 아주 맘에 드는 장갑이었지요..

사 가지고 나오는 길에
끼어 보고는 마주 손을 잡아 보기도 하고
한손을 주먹까지 쥐고는 다른 한쪽 손바닥에
권투하듯이 탁탁 치어 보기도 하면서
아주 흡족하였던 그 장갑~~

처음으로 끼고 산행에 나선 날...
그날따라 산우들이 얼마 참석치 않아
멋지게 자랑도 못 하고는 돌아 오는 길에
상설 등산복집에서 겨울 등산 티와 바지를
사면서..틀림없이 빼 본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 데..
집에 돌아 와 보니 한짝이 없는 겁니다~~ㅠㅠ

하루종일 산행으로 아픈 다리도 잊자 뿌리고
헐레 벌떡 다시 그 상설점으로 가면서 거리를
샅샅이 훒고 갔습니다.
혹..거리에 떨어 트린 건 아닌 지~
결국 그 가게까지 갔지만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답니다.

그곳 점원으로 부터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혹..내일이라도 나오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전번이라도 적어 놓고 가시라는 얘기를 듣고
힘없이 걸어 나오다가 오늘 함께 산행한 산우에게
속상한 푸념이라도 할 겸..전화를 넣으니
그녀조차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

으이구...하면서 핸펀을 끄면서
얼굴을 들어 대로변 한쪽으로 난 사잇길에
무심히 얼굴을 돌리는 순간~
컴컴한 길에 뭔가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어머..혹시 하고 그리로 뛰어 가 보았더니~
아니..세상에..내 장갑이 아니겠어요?
이런..이런 드라마틱한 일이???@@
그때 그 기쁨이란 잃어버린 자식이라도
찾은 듯 너무 뛸듯이 기뻤습니다..ㅎㅎㅎ

이런 헤프닝을 벌리며 찾은 그 한짝의 장갑을
그 다음 눈밭의 함백산에서 또 잊자 뿌렸습니다..흑...
푹푹 무릎까지 빠지던 설산에서 정신없이 사진 셔터 누르며
다니다가 이동시간이 되어 차로 돌아 왔는 데..
아~~장갑이 한짝 또 없는 겁니다..,,,,ㅜㅡ.....

내 마음은 함백산 눈밭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 가지고 갔음 좋겠더만~
내 장갑 한짝 때문에 여러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수도 없공....끙...
할 수 없이 미련을 가슴에 앉고
돌아 와 외톨이가 된 장갑을 한 구석에
던져 놓고는~
산행때 산악용 장갑을 끼고 와서
내게 유혹을 했던 산우에게 한짝 (내가 잃어 버린 짝)을
잊어 버리면 가위 바위 보해서 한사람이 갖자 하며..
아쉬움을 그리 달래었지요..ㅋㅋ

그렇게 허무하게 잊어버린 장갑은~
남아 있는 장갑을 볼 때마다 가슴이
쓰리더군요..왜 장갑은 한짝씩도 팔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그러다가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래..나와의 인연이 그 뿐이었나 보다...하고..

그러던 중 주방에서 매일 갈아 대는 쥬서기가
너무 마모가 되었는 지~ 쥬서기에 물기가 있는 지
이 녀석이 말을 잘 안 듣네요^^
쥬서기 통을 꼭 붙잡아 누르고 돌려야만 하는 데
그거이 어찌나 힘들던 지~

퍼뜩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는 생각이
그 잃어버린 나머지 한짝의 산악장갑!!!
얼렁 찾아다가 손에 끼고는 쥬서기를 돌리는 순간
엄청 파워플하게 도는 게 아닙니까? 오잉??
햐아..이렇게 신날 수가....
장갑 앞면에 대어진 미끄럼 방지가
큰 힘을 발휘하는 거지요...

지금은~
그 장갑 한짝이 내 주방의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잘 열리지 않은 병 뚜껑이며
그릇 뚜껑이며 울 집 남자들 손을 빌리지 않아도
척척 열어 주는 효자 구실을 단단히 하고 있답니다.

그래..넌...
이 주방에서 네 의무를 다할 수가 있어
넌 신나구 난 고맙구~~하면서 매일 매일
쥬서기를 돌리며 그 장갑을 애용하구 있답니다.

어제 잃어버린 장갑은
멋진 쎄무의 온전한 한쌍을 잃어 버렸으니..
누군가의 손에 따스함을 주는 효자노릇을
충분이 하였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나 저나 이제 전~
장갑에 줄을 달아 목에 걸고
다녀야 될라나 봅니다...
혹 장갑끈을 목에 두르고 다니는 중년의
띨띨해 보이는 아줌씨를 만나면
저인 줄 알고 아는 척좀 해 주세요~~~후후...훗.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골고루
    '07.1.28 10:14 PM

    ㅎㅎㅎ. 아까워서 어쩌나?
    네. 안나돌리님, 꼭 반갑게 아는척 할게요.
    그래도 남은 한짝이 유용하게 쓰인다니 다행이네요.
    산에도 한짝만 끼면 안될까요?
    어차피 카메라땜에 자주 벗어야하니까...

  • 2. 라이사랑
    '07.1.29 1:03 AM

    저는.. 안나돌리님 닉네임을 들으면 왠지 남자분일거라는 생각을 하다가.. 글을 읽다보면 아차 여자분이셨지 하는 생각이 뒷북을 칩니다. 매번 그러니.. 이유를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 3. 변인주
    '07.1.29 1:56 PM

    Very good writing!!

  • 4. 파란나라
    '07.1.30 7:26 PM

    한참~~ 웃고 갑니다. 넘~잼있게 쓰셨네요^^

  • 5. 바우
    '07.1.30 11:32 PM

    공감합니다~ 저도 자주 그러네요. ^^ 최근에 목도리 잃어버렸다가 2박3일만에 주차장구석에서 찾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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