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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실력보다 더 중요한건 정직과 성실이다

| 조회수 : 1,515 | 추천수 : 6
작성일 : 2005-07-10 00:05:40
저의 아버지는 평생을 목수로 살아오셨습니다
가진것 배운것 없이 도시로 나와서 할수있는 일이
몸으로 부딪치는 일밖에 없었으니까요

제가 초등 3학년때쯤은 술 담배까지 끊으셨어요
막노동하는 분들이 새참때와 점심때도 술을 드시면서
힘든일을 술기운으로 때우고 저녁때 역시 이리저리 쑤신몸을
술로 달래면서 살아가시는데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끊으셨다고 합니다.

한동네에 사시는 분으로 또 한분의 목수일을 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아버지와 함께 일하실때도 많았습니다

그분의 목수실력은 주변에서 아무도 따라가지를 못했습니다
목수인력이 모자라면서 그분은 더 인기가 올라갔지요
하지만 그분이 잘하시는건 목수일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12년전쯤에 친정에서 집을 짓게 되었습니다
집지을때 새참으로 대부분 사발면을 내놓는데
저의 엄마는 밀가루 22키로를 사다놓고 날마다 칼국수를 밀었습니다

칼국수 밀어보신분은 알거에요
맛은 좋지만 국수를 반죽하여 미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하지만 엄마는 일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새참만큼은 정성을 들여서 칼국수만 하셨습니다

일꾼들 모두 한그릇 더 달라며 맛있다고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딱 한분 그 목수일 하시는 분만큼은 항상 엄마앞에서 트집을 잡았다고 합니다

너무 짜다는둥 싱겁다는둥 불었다는둥 ...
새참때마다 한번도 말없이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네요

그럴때마다 기분이 나쁘셨지만
그래도 맛있다고 엄마께 고마움을 표시하는 다른분들덕분에
한달 이상을 날마다 국수를 밀으셨습니다

엄마가 속상하다고 아버지께 푸념을 하지만
그분은 평생 그렇게만 살아오셨다며
엄마께 참으라고만 했습니다

반면 저의 아버지는 그분에게 기술읕 떨어지지만 정직과 성실만큼은
누구도 따라올수 없었습니다

건축이란게 정직만으로는 돈벌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내가 살집이라고 생각하여 제대로 지어야만 한다고 하셨습니다

건축을 맡기신분들은 그 건물이 얼마나 정직하게 재료를 썼는지
잘 알수가 없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다 그게 그거로만 보이거든요

그리고 밥을 드실때는 맛이 별로 없더라도
밥하시는 아주머니께(함밥집이라고 하지요?) 꼭 맛있게 잘먹었다고 인사를 했답니다

나중에는 식당 아주머니가 오히려 아버지께 고맙다고 했답니다
아무도 그런말해주는 사람이 없다면서...

아버지는 별로 맛이 없을때도 있지만
맛나게하려고 애쓰시는 아주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렇게 인사했다 합니다



세월이 흘러서 imf가 터지고 건축일이 사양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목수분들도 일을 못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저의 아버지는 연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날마다 일을 나가셨습니다

그 기술좋은 목수분 역시
아예 일이 끊겨서 집에만 계시게 되었다합니다
나중엔 그 목수분이 저의 아버지께 자기도 같이 일을 할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하지만 업자들이 저의 아버지 혼자만 필요하다고 하여
그 부탁을 들어줄수가 없었지요

아버지는 업자들에게 나보다 힘세고 젊은 목수가 넘쳐나는데
특별이 기술이 좋지도 않은 이 늙은이를 왜 부르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께 일을 맡기는게 가장 편하고
안심이 되기에 아버지만 부르는거라 하더랍니다




요즘 송원재씨가 쓰신 <제대로 영업할줄 아는 간부만 남아라>를 읽었는데
결국은 고객이 무얼 원하는지를 제대로 조사하고 대책을 끊임없이 세우는 간부만이
살아남을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송원재씨는 판매회사의 간부가 매출을 늘리게 하는 조언을 부탁할때마다
간부 스스로가 고객의 요구를 얼만큼 자세히 조사하여
새로운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되묻는다고 합니다

요즘 뭐든지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물건이 부족할때는 누구나 판매를 잘 할수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고객은 자기를 가장 알아주는 회사쪽으로 가게 된다고 합니다

이책을 읽고나니 저의 아버지도
평생 고객의 마음을 읽는 자세로 일을 해오셨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좀 더 이익을 보는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내집이라고 생각하며
정직하게 일하시는게
진정으로 고객을 위하는 길이니까요

저도 남보다 특별히 잘 하는건 없습니다
돈버는 재주도 없고 기술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게
내 인생을 사랑하는 길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둘맘
    '05.7.10 12:41 AM

    퐁퐁님, 반갑습니다... 저는 시댁에서 제사 지내고 상을 치운후 잠깐 컴에 접속했네요...
    예전에 님께 아이 피아노책들을 받았었죠.... 어렸을때 치던 피아노 저희집으로 옮기고 이제는 제 딸이 그책들을 보며 피아노에 흥미를 더해가고 있답니다.. 님께 항상 감사하고 있는데 좋은글을 올리시니 끝까지 다 읽고 작은 감동을 느끼며 몇글자 더해봅니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기가 제게는 때때로 어렵게 느껴지네요... 알수 없는 미래만 쫓으며 현재를 경시하며 듬성듬성 징검다리 건너듯 살때가 많기 때문이지요... 님의 글을 보면 이런저를 되돌아볼수 있어 좋습니다. 현재, 가족, 하루에 충실하자는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항상 좋은날 되세요...^^

  • 2. 모서리
    '05.7.10 1:27 AM

    너무 훌륭한 아버지를 두셨네요..행복하시겠어요^^

  • 3.
    '05.7.10 4:30 AM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4. 김영미
    '05.7.10 9:21 AM

    그렇죠?
    저도 그러러고 노력하며 살고 늘 아이들에게 강조하는대목이지요..

  • 5. 파란구름
    '05.7.10 1:43 PM

    참 부러운 아버님을 두셨네요, ^^

  • 6. 임현주
    '05.7.10 2:58 PM

    항상 좋은글에 감사드립니다...

  • 7. 깽끼부다
    '05.7.11 10:44 PM

    가슴이 뭉클합니다.
    참으로 훌륭한 아버님을 모시고 계시네요^^
    정직과 성실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축복으로 되돌아오더라구요.
    행복해 하실 님의 마음에 저 또한 기쁩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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