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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40대가 화두에 오르길래

| 조회수 : 1,717 | 추천수 : 5
작성일 : 2005-06-05 00:53:16
.
일기 파일을 뒤졌더니 이런 글이 튀어나왔어요.
40을 갓넘겼을 즈음인가 봐요.
----------------

일과 후 동료들이랑 당구 치고 있다는 남편에게 둬번 전화해서는,
빨리 들와서 나랑 놀자고 했다.
마침 시아버지가 시골가시고 안 계신 토욜이었다.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은 오지 않았다.

섭섭한 마음 참을 수가 없어서 초등학생밖에 안되는 아들한테 투정을 했다.
아이는 위로한답시고 둘이서 노래방을 가자는 거였다.
앞집 선생 불러다가 같이 가서 신나게 노는 중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둬 번 오는데도 안 받았다. 삐진 거지 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르고 났더니 기분이 좀 풀렸다.
그제야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전화는 왜 안 받았느냐고 하면서,
맛있는 거 먹자고 한다.
외식하자는 소리.
모시고 살던 어른 출타중에 우리끼리 오붓하게 즐기는 외식은 정말 좋다.

"사이좋게 드시고 오세요." 아이는 빠지겠다고 했다.
나 노래할 때 이것저것 주워먹은 탓이리라.

일부러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칼국수집을 택하여 걸으며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마흔이 넘은 여자를 아내로 두고 있는 남자는
이제 여자의 정서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그랬더니 남편 실력으로 한다는 짓이 고작, 살며시 손을 잡는 거였다.
남편의 여편 달래는 방법은 늘 이랬다.
투정하는 마눌을 별말 없이 안아준다든가
등짝을 쓰다듬어준다든가....

나는 이 정도로는 별감동이 안 온다고 말해줬다.
그냥 한 풍경 속에 점이 되거나,
일상 속에서 작은 감동과 맞부딪치거나,
가슴속 충만한 그 무엇이 절실히 그립다고 주워섬기며 걷는데
남편이 느닷없이 "뛰어!" 하는 거였다.

얼핏 봤더니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빡이는 게 아니겠는가!
옘병! 도움이 안 돼!

칼국수 먹으며 얘기를 많이 했다.
사십이 넘으며 갑자기 변화된 내 정서,
아이의 교육 문제,
시아버지와의 갈등 등등.

그런데
그런 문제를 자꾸 꺼내놓다 보니까
말없이 듣고 있는 남편이 갑자기 측은해지는 거였다.
결혼 후 13년 동안 단 하루도 저를 위해 쉬어 본 적이 없는 남편 역시
힘들거나 외롭기는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저는 어디 투정할 데가 없다는 거지.

식사 후 장보기를 잔뜩 해서 나오는데
마트 문앞에서 전기안마기를 팔고 있었다.
남편이 관심을 보였다.
그 안마기 파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내 어깨에 안마기를 대어 주는 거였다.
일정한 진동이 전신을 울리며 자극하는데, 제법 시원했다.

남편이 낼름 산다. 15만원!
사는 거 내버려 뒀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고생하는 내 어깨를 위하여 샀다는데,
그 정도의 관심이라도 끌어낸 걸 다행으로 여기며
내 맘속에다가 충만을 부추겼다.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스마플
    '05.6.5 1:58 AM

    아.. 부러워라.
    저도 40이 되어서 남편이랑 그 정도로 알콩달콩하면서 살면 좋겠어요.
    현재상태론.. 가능해 보이지만.

  • 2. 오~드리~
    '05.6.5 8:55 AM

    금희님 이글을 읽다보니 기분좋은 웃음이 나오네요!
    글이 너무 귀여우세요!
    그리고 따뜻하고 참 행복해 보이세요^^`

  • 3. 이효숙
    '05.6.5 12:27 PM - 삭제된댓글

    글이 참 맛깔나네요.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한번 내보세요.
    가슴속에 충만한 그 무엇이 그리우시다면.....
    한번 도전해 보세요.

  • 4. 강금희
    '05.6.5 4:21 PM

    원 과찬의 말씀들을....

    40대의 알콩달콩이 가능해 보인다는 마플님의 현재상태가 좋아 보이네요.

  • 5. 보들이
    '05.6.5 5:53 PM

    금희님 글을 읽으니
    마흔이란 나이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넉넉함, 여유 ,배려. 관록...이런것들이
    제가 평소 생각하는 마흔과 어울리는 말입니다 ^*******^

  • 6. 뽈록이
    '05.6.5 11:29 PM

    나도 닮고 싶다.이런모습들을...

  • 7. 아자
    '05.6.6 2:20 PM

    정말 부럽네요..나도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텐데...^^

  • 8. 정서은
    '05.6.6 3:44 PM

    강금희님,
    놀러왔어요.
    세상은 참제미있죠.....
    장미꽃이넘넘아름답군요.
    제가49세모여라의 외침이 이렇게까지....

  • 9. 바다사랑
    '05.6.7 1:46 PM

    강금희님 반가워요.
    저도 쥐띠거든요..60년!!
    이름이 참 정감있어요.
    애들은 지들끼리 바쁘고 엄마는 엄마일 하라할때는
    조금 섭섭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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