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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명절마다 시골갔던 기억

. . . 조회수 : 1,043
작성일 : 2025-10-04 14:38:24

정겹고 추억 가득한 그런 기억은 없어요.

기차는 비싸니까 

관광버스타고 막힐땐 열시간도 넘게  갔고

휴게소에선 부모님이 딱 호두과자 한봉지만 사주셨어요 (아버지 취향) 

끝없는 차멀미..이상한 냄새들.

터미널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도 한참을 들어갔고..

낡은 시골집에 도착하면 

비좁은 방 한칸에 남녀 뒤섞여 예닐곱명이 잤네요.

쥐가 뛰어다니고 

목덜미에 스르르 소름끼치게 벌레가 다녀요.

방 한구석엔 할머니 요강이 있고

비우지않아 지린내가 새어나와요.

방바닥 한쪽은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고 

아귀가 뒤틀린 문사이로 찬바람은 들어오고..

잠이 안와 몸부림치는 중에도

후드를 뒤집어쓰고 벌레가 몸속으로 오지못하게 해요.

다음날이 되면..

파리가 왱왱 대는 부엌에서 차린 밥상이 들어오고  

반찬통째 그대로 너도 나도 쪽쪽 빨던 젓가락 푹푹 담가요..

입맛이 사라져 흰밥만 겨우 몇술 뜨고 

그 때부터는 지루하고 지루하고 지루한 시골의 하루.

어른들은 방에서 두런두런 이야길하다 

결국엔 호통소리, 눈물바람 엔딩..

그렇게 다시 밤이 되고  쥐와 벌레가출몰하는 잠자리. 

다음날이 되면 다시 반복.

 

tv는 제대로 안나오고 

그마저도 할아버지 차지.

서울에서 온 손녀라고 다정히 돌아보는 법도 없이 

손가락질로 뭐 가져와라, 내다버려라. 똑바로 못하냐. 

 

 

 

 

서울 오는 날 

아빠는 줄을 서 있는  친척들에게 용돈봉투를 돌리고

나는 그들에게단  한번도 받아보지못한 세뱃돈이랄지 절값이랄지...그런 것들이 꼭 필요치는 않아도 부러웠던 시절.

 

명절마다 당신의 슬픈 핏줄만 확인하게되는 아빠는 서울오는 길에 유독 짜증을 부리고

그 짜증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엄마는 화풀이 대상이 되어버렸어요.

 

아빠 엄마  시골가기 싫어요.

할아버지 집 가기 싫어요.

정말 가기 싫어요.

마음 속으로 수백수천번을 외쳤던 초등,중등 시절..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공부를 핑계로 벗어날 수 있던 명절 시골방문.

공부하는 것이 백배 천배 행복했던 그 순간.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사라져버린 시골집.

그립다거나 애틋하단 생각이 하나도 안드는 

그 집..

 

지금도 어떤 아이들은 억지로 시골에 가고있겠죠.딱 한마디라도 해주세요..

 

힘들지?지루하지? 맛있는 거 뭐먹고 싶니.? 

 

어릴 때 시골집 기억이 너무 싫었어서 

결혼조건 1순위는 명절에 시골 안가는 남자였네요

연휴마다 집에서 푹 쉬며 

커피숍투어..애들도 그저 동네에서 실컷 놀고.

조금 있음 주문해둔 식자재 왕창 도착하는데 

 이쯤이야...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음식해서 

추석 당일 시부모님과 맛있게 먹고 오면 되니 

비로소 즐거워진 명절이네요.

 

 

 

 

 

 

 

IP : 115.138.xxx.20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5.10.4 2:48 PM (122.44.xxx.90)

    요새는 그런풍경보다
    조부모와 해외여행, 호캉스가 많더군요^^
    집에 있는 우리가 미안할 지경
    세상 참 많이 변했네요~

  • 2. ....
    '25.10.4 3:01 PM (115.138.xxx.202)

    그래서 더 신경쓰여요.가기싫은 시골집에 가고 있는 애들은..해외여행 가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울까요.저희땐 기껏해야 세뱃돈 받아 영화관 가는 친구들이 최고 호사였으니..

  • 3. 건강
    '25.10.4 3:11 PM (218.49.xxx.9)

    원글님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 4. 어머니
    '25.10.4 3:42 PM (118.235.xxx.219)

    시선으로 어린 시절 기억하시는거 아닌가요?

  • 5. ----
    '25.10.4 3:50 PM (211.215.xxx.235)

    그렇죠. 특히 기질적으로 냄새나 맛에 예민한 경우 시골가면 못먹고 못자고....화장실부터 공포스럽ㅈ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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