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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대 도예전공 바자전 구입기

| 조회수 : 9,435 | 추천수 : 129
작성일 : 2009-11-30 13:21:32
미국 생활 중 모으게 되었던 Wedgewood의 찻잔들이예요. 결혼 후엔 왜 그렇게 그릇에 집착이 심하던지.. 매달 하나씩 사 모으기도 하고, 비자금을 털어 사기도 하고..  이 찻잔들과 함께 8피스니가 좋을까 12피스가 좋을까하며 테이블 세팅에 필요한 그릇을 다 모았지만.. 지금은 무용지물이라는 거..ㅠㅠ 손이 가질 않네요.. 손이..ㅋㅋ
제 부엌에 매일 쓰는 그릇들이예요..일본 브랜드인 미카사(Mikasa)의 제품인데 제가 이 그릇의 문양을 딱히 좋아한다기 보다는 다른 시리즈의 그릇에 비해 여러 가지 모양의 그릇이 많았어요. 사각 볼, 사각 접시, 작은 볼, 큰 볼..등등말예요.. 음식을 하다 보니 왜 그렇게 그릇이 많이 필요했던 건지..앞으로도 지각의 변동이 없는 한 한 십년쯤은 더 쓸 것 같아요ㅠㅠ


아래 사진은 작년에 서울대학교 도예전공 바자전에 가서 사온 그릇이예요. 제가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건 온갖 부엌도구들을 넉넉하게 꽂을 수 있는 저 깊고 넓은 용기(?)예요.  이 녀석을 사갖고 오기 전까지는 부엌도구들이 세 군데쯤 나뉘어서 꽂혀 있어서 어수선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한군데에 모조리 넣을 수 있어서 넘 좋아요.   그리고 과일을 좋아하는 제가 야심차게 사온 과반도 늘 쓰는 그릇이구요.  과일을 좋아하지만 내리 한 가지 과일을 못 먹어 여러 종류의 과일을 사다 놓아야 해서 과일을 사서 저 과반에 듬뿍 담아 놓곤 해요.   작은 크기의 물 컵은 첨 사올 땐.. 뭐에 쓰지? 하고 사왔다가.. 물 컵으로 특히 아이 물 컵을 많이 써요.. 가끔 약도 거기에 타 먹이고, 초컬렛같은 것도 한 두개 담아주고.. 생각보다는 손이 많이 가는 컵이 되었어요.. 그리고 조금 큰 컵 보이시죠? 사실 이 녀석은 치맛 속을 들추면 예쁜 줄무늬가 바닥에 있는데ㅋㅋ 이번 여름 내내 얼음 네 개를 넣고 아이스커피를 줄기차게 만들어 먹었어요.. 집에 찻잔이 많지만 늘 쓰게 되는 컵은 이 컵들 이예요.
사실 작년에 친구의 소개로 바자전엘 가게 되었는데.. 제겐 중요한 계기가 되었어요. 음식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예전에는요..ㅠㅠ) 그릇에 관심이 많아요. 근데 제가 매일 쓰는 그릇은 무늬가 너무 많아서 애써 음식을 만들어  담아놓으면 그 색이 살지 않더군요. 그래서 하얀색 식기로 모든 식기를 바꾸었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야 겨우 밥그릇만 바꾼 상태고 어디를 가든 하얀색 식기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서울대 공예과에서 주로 만드는 생활자기는 백자였어요.. 이렇게 흰 그릇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제게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죠. 이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고만 고만하고 비슷비슷한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재료에 대한 신뢰도가 적은 저로서는 대만족인 구매였구요..
모든 그릇이 다 정형화되어 있진 않았어요. 찻잔도 같은 모양이지만 크기도 조금씩 달랐고.. 유약에 따라서 같은 흰색이라도 청색을 띄거나 파란색을 띄는 등 조금씩 그 색도 달라보였어요. 같은 모양의 그릇은 질리도록 봐왔던 제겐 그 다른 모습이 더 좋더군요.. 눈으로만 살펴 보다 그릇을 들어 한번 손에 쥐고 만져보았어요.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제 손안으로 오롯이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겐 새로운 차원에 경험이었는데.. 손에 쥐어 느낌이 오는 그릇도 있단 것을 첨으로 알았어요. Wedgewood의 그릇들은 그저 보기에 예뻐서 샀거든요. 이후에 인사동엘 가서 꽤나 유명하다는 생활자기 파는 곳엘 갔는데 절대 손도 못 대게 해서 맘 상해 그냥 나와 버릴 만큼 이젠 꼭 손에 닿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작년에 바자전이 찾기 쉬운 서울의 어떤 건물에서 바자전을 했음 좋겠다 생각했었어요. 제가 대학교 건물 찾는 것에 울렁증이 있거든요.. 서울대 안에 들어가 미대쪽으로 들어서니 관악산의 한 자락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날따라 무척 추운 날이라 차가운 공기가 코를 톡 쏘는 듯 했구요. 숲 속에 위치한 서울대를 부러워하기는 아마도 이때가 처음이었을 꺼예요. 찾기 쉬운 장소만 찾아 왔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어요. 애써 찾아 가니 이렇게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가 있잖아요.. 바자전이 열리는 곳은 바로 실기실 윗편이어서 전시된 그릇들이 만들어졌던 장소를 살짝 훔쳐보는 데에 각별한 즐거움이 있었어요.  겨울 아침 햇살과 잔잔한 음악이 가득하고 하얀 그릇이 즐비한 공간에서 마치 다락 속의 오래된 보물 창고를 뒤지는 것처럼 시간을 내어 찬찬히 둘러 봤더니 어느 순간 제게 필요한 그릇이 손에 쏙 들어왔던 행복한 시간이었어요..(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첫날 가니 음식도 많고.. 바쁜 멍멍이 교수님을 찾으시면 주차권도 주시고(혹시 다시 온다하면 두 장을 주실 수도?ㅋㅋ) 바자전에 나와 있는 모든 제품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실 꺼예요..
아.. 올해는 손잡이 달린 컵 몇 개 사오려고 벼르고 있어요..ㅋㅋ Wedgewood의 찻잔들.. 이젠 어쩌죠ㅋㅋ

돈까밀로와뻬뽀네 (oblomovna)

이화여자대학교 연구원으로..논문쓰고 책읽고 삽니다.. 여덟살인 딸내미랑 노래하는 곤충과 개구리를 공부하는 남편이 있습니다.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ylang
    '09.11.30 1:43 PM

    괜찮에요..깔끔하니....지방이라 가볼수없는게 아쉬울뿐.....
    전 그래도..웨지 산딸기 찻잔은 사고싶어요.....
    맨날 여기저기 그릇카페 벼룩 두리번거리는데....너무 비싸요...ㅠㅠ
    저렴해서 살라고 하면 맨날 순서밀리고....ㅋㅋ

    저도 하얀식기가 갑자기 땡기네요.....ㅠㅠ두툼한걸로

  • 2. 돈까밀로와뻬뽀네
    '09.11.30 3:36 PM

    올해도 이번 주 목요일에 바자전이 열린다는 소식이 있어요. 저도 첫날 가보려구요..^^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etc&page=1&sn1=&divpage=7&sn=off&ss=...

  • 3. ripplet
    '09.11.30 9:07 PM - 삭제된댓글

    조리도구 꽂혀있는 대나무 모양의 저 시리즈들..낯이 익은데 혹시 본교 출신 도예가 김영호씨의 작품이 아닌지요?
    몇해전에 이천 비엔날레에서 백자로 된 커피잔을 샀었는데, 알고 보니 그 해 도자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해외에서도 아주 유명한 분이더군요.
    나도 가고 싶어라~~ ㅜㅜ

  • 4. 바쁜멍멍이
    '09.11.30 9:36 PM

    ripplet님께서는 중견작가 이영호씨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말끔하고 정갈한 느낌의 백자를 만드시는 분인데 글씨도 이쁘게 잘써요. 프랑스 분들이 많이 좋아해 프랑스에서 전시회를 갖은 일이 있고 일본 분들도 참 좋아한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작은 대나무 형태의 물잔은 이번 프리미오 파이엔쨔 이태리 국제 공모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젊은 이민수 대학원생이 만들었구 조리도구 꽂혀있는 큰 실린더 형태는 아마도 이번 세계도자 비엔날레에서 은상을 받은 이기욱 졸업생이 만든 듯해요. 가시면 바쁘고 친절한 멍멍이를 찾으세요. 막 달려 갑니다.ㅋㅋ

  • 5. 장이
    '09.11.30 10:36 PM

    그릇도 그릇이지만, 님의 닉이 반가와 답글 답니다.
    어릴 때,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라지요 ^ ^
    서울대는 지척이지만, 목요일은 새벽에 지방 가서 한밤중에 올테니 가긴 틀렸네요. ㅎㅎ

  • 6. 돈까밀로와뻬뽀네
    '09.11.30 10:44 PM

    장이님.. 반가워요.. 제가 바자전 포스터를 보니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이던데요.. 지척이시라니
    한번 구경 가보세요..^^

  • 7. ripplet
    '09.12.1 8:48 AM

    맞아요 이영호 작가^^ 설명 감사합니다. 가보고 싶은데 여기도 지방이라~ ㅜㅜ

  • 8. 토리맘
    '09.12.1 9:53 AM

    그릇이 정갈하니 눈에 들어오네요..
    근데 닉넴..돈까밀로와빼뽀네 뜻이 뭔지요??
    궁금하면 집중이 안되서요..ㅎㅎ

  • 9. 돈까밀로와뻬뽀네
    '09.12.1 10:00 AM

    토리맘님...
    돈까밀로와 뻬뽀네는..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란 책에 나오는 두 주인공 이름이예요. 돈까밀로는 신부님이고 뻬뽀네는 신부님이 계시는 곳의 읍장이구요. 돈 까밀로는 과격한 신부님이고 뻬뽀네는 공산당 읍장이예요. 두 사람이 서로 정치적 노선이 달라 겉으로는 무지하게 티걱태걱하는데.. 알고보면 서로 좋아해서 죽고 못사는 사이예요. 몰래 몰래 서로 도와주고 아껴주고.. 무뚝뚝한 겉모습 속의 두 사람의 속마음은.. 정이 철철 넘쳐 흘러요..
    제가 아마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이런 건가봐요.. 공부한답시고 정말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 시리즈의 책만큼 절 위로해 주는 책은 없을 꺼예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서 세달을 계셨는데.. 밤이면 지치고 힘든맘...어찌할 줄 몰랐을 때 10권쯤 되는 책을 다시 꺼내 그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위로 삼아 읽고 잠들고 했었어요.
    함 읽어보세요..^^

  • 10. ubanio
    '09.12.2 1:58 PM

    돈까밀로님~
    뒤쪽에 찻잔은 암허스트 아닌가요?
    웨지 찻잔 볼수록 예쁜데요....

  • 11. 돈까밀로와뻬뽀네
    '09.12.2 2:58 PM

    ubanio님..
    뒤쪽에 있는 거 암허스트 맞아요.. 찻잔이랑 세가지 접시(큰거, 중간거, 작은거)랑 타원형 그릇까지 있는데.. 도통 쓰질 않네요.. 그래도 재산이다..하며 갖고는 있는데..
    전 그릇재질이 가늘고 여린 본차이나 보다는 투박한 백자가 더 좋아요..
    언젠가는 이런 취향이 달라질까요?ㅠㅠ

  • 12. ubanio
    '09.12.3 11:18 AM

    저는 암허스트 설탕기만 두개 있는데요.
    티팟과 저그를 구하고픈데 구하기가 어렵네요.

  • 13. 돈까밀로와뻬뽀네
    '09.12.3 6:03 PM

    ubanio님..
    전 미국에 있을 때 그릇들 ebay에서 많이 구했어요,.만약에 너무 너무 구하고 싶으시면 이베이에서 찾아보세요. 해외배송 되는 딜러가 있음 보내주기도 해요..^^

  • 14. 자몽
    '09.12.4 11:10 PM

    서울대 바자회.. .내일가도 많이있을까요?
    너무나 가고싶네요- 그런데... 저 다 현찰로 구입해야하나요???? 카드는 안되나요???

  • 15. 돈까밀로와뻬뽀네
    '09.12.5 1:48 AM

    자몽님..
    카드 결제는 안돼구요.. 계좌이체는 가능해요.
    저도 팔만 오천원 보내야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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