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나중에 촌장이 정년퇴직하고 나면 우리 이 시골 들어와 살자라고..
그 기원이 너무 빨리 찾아 와 버려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몰겠지만..
그렇게 시골살이 하면서 세월이 가고 아낙의 살림살이도 시골아낙스러워졌다.
마당에 시멘트를 바르면 흙이 날리지도 않고 농산물도 건조하고 비 오면 흙이
묻지도 않는다고 모두 찬성하는 마당에 발에 흙이 묻고 바람 불면 흙이
날려 집이 조금 엉망이 되어도 나만이라도 마당에는 흙이 주인이 되어야한다라고..
농사 짓는 집이니 마당이 넓어야한다는데 굳이 고집부려 마당가에 터억하니
장독대를 커다랗게 만들어 놓았으니..
그 모든것이 시골아낙이란 이름처럼 그렇게 시골스럽게 살고 싶음이었다.

남들이 살고 싶어하는 아파트에도 살아보았고 높은데서 낮은데도 내려보았었고
세월에 아낙 나이 한 살 한 살 얹어보니 사는게 뭐 대수냐 싶은 마음도 커 가고..
그렇게 시골아낙이 되어간다.
옛날에는 고물장수아저씨들이 엿 바꾸러 많이 왔다는데 요즘은 트럭으로 외치고 다닌다.
오래된 옛집이라 소소한 고물들이 많았다.
그중에 제일 아저씨들이 군침 흘리는 무쇠솥..

어머님 매 번 입에 달고 다니시는 부자집 막내 며느리였었다고
일꾼이 몇 명이나 되고 세경 매기는 머슴이 몇 명이었다고..
그래 그런지 무쇠솥이 꽤 많았다.
식솔들의 배를 채우던 무쇠솥이 이젠 고물 취급이었다.

어머님 살림살이 한 귀퉁이에서 옛 명성 사라지고 고물 취급받든 무쇠솥을 고물아저씨께
엿 바꿔 먹지않고 아낙 장독대 구석에서 텃밭으로 만들어졌다.
아담한 무쇠솥은 요술쟁이다.
상추도 키워내고 쑥갓도 키워내는..
그런데
옛 명성에 버금갈련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