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때 준비한 살림살이들은 이젠 내 나이에 맞는 주름이 생기듯이
그렇게 손때 묻어 가지만 내 놓을만한 살림살이는 아니다.
이 곳에서 예쁜 그릇들도..또 탐이 날만큼의 집안 꾸밈도
시골아낙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시골들어와 살면서 촌장에게 부탁하여 장독간 옆에 마련된 수돗가..
여름이면 시원한 물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여주고..
요즘 같은 겨울에도 따뜻한 지하수가 콸콸 나오는 우리집에서
시골아낙이 제일 많이 드나 드는 수돗가..

수돗가를 만들면서 한가지 더 준비한것은 넓적한 돌 하나 붙여 만든
빨래터..

돌 표면이 거칠어 삶은 빨래도 커다란 이불빨래도 맨날 씻는 걸레도
이 돌에만 문지르고 두들기고나면 깨끗..
거기다가 방망이까지 있으니 우리집 빨래감은 이 빨래터에만 오면 반짝반짝..

이렇게 들바람 산바람 모두 지나가야 빨래가 희고 깨끗..
7년의 세월이 흐르고 보니 빨래터에 지진이 났나보다.??
군데군데 지진의 흔적..
촌장은 아낙이 방망이질을 많이하여 이렇게 지진이 났다고 한다.

시골살이가 힘들고 속상할때 걸레 들고가 속시원하게 방망이질하고나면
속이 후련하였고
더운 여름 밭에서 일하고 내려와 헉헉 대다가도 시원한 지하수 한바가지면
더위도 뒤로 물러나던 빨래터..

세월 흐르고 보니 이 빨래터가 시골아낙과 울고 웃던 소중한 내 살림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