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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한가한 오후입니다.

| 조회수 : 15,618 | 추천수 : 5
작성일 : 2021-02-25 14:29:21

# 설에 한우로 둔갑한 저의 어리버리 갈비찜은

올해도 식구들이 다 잘 먹어줬고, "맛있다"는 그 말 한마디에

스무 시간여에 걸친 설음식 고단함이 살짝 갔습니다.


짜다라 준비한 것도 없었는데 분주했고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그만큼 제가 명절하고 상관없이 살았다는 겁니다.

올케가 여태 준비하면서 얼마나 시집 욕을 했을꼬 ㅎㅎ

착한 올케입니다.


엄마집에서 밥 먹고 제집으로 온 올케와 차 한잔 했습니다.

오십이 넘은 동생과 올케, 그 사이 십년 넘은 시간이 비어져

어떻게 살았는지 서로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업한다고 미친년처럼 십년을 몽땅 털어넣었고,

올케는 불안한 중년을 늦은 공부와 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야기하다 올케가 눈물 한 바가지를 쏟아냅니다.

저는 누구보다 올케와 동생은 잘 살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바탕 쏟아낸 뒤 올케가 부끄러운 듯 웃습니다.

그래도 살만 합니더......


# 내일이 아버지 기제사일입니다.

정월대보름날이라 까먹지는 않습니다.

올케보고 이제 시집 일은 그만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제사를 모시겠다고.


아버지를 젤 좋아한 자식이고 닮기도 엄청 닮았습니다.

한량스러움입니다.^^


"믹스커피, 거봉포도(이게 제 철이 아니라 너무 비싸요^^),

경상도에서는 모두배기라고 부르는 모듬떡, 찹쌀떡

그리고 담배"

아버지가 생전 좋아셨던 음식(?)입니다.


밥과 국만 더하고 제사 지방대신 아버지께 편지를 쓸 생각입니다.

엄마 소식도 전하고 제가 얼마나 많이 아버지께 사랑을 받았고,

사랑했는지에 대해 말씀드릴 겁니다.

(저는 엄마한데는 도저히^^ 사랑이라는 말이 안 나옵니다.

아주 나중에?)



# 설 전에 엄마집 이불빨래 몽땅 모아 막 개업한 동네빨래방에 갔습니다.

누구는 빨래방에서 연애가 터지더만 저는 갖고 간 책은 폼이고,

마냥 세탁기 속 돌아가는 것만 쳐다보다가 왔습니다.




막노동 뒤에는 술 한잔 해야지요.

까여진 새우가 부담스러운 순간입니다.^^


다시 배달음식으로 한 끼 때우는 일상이 되돌아 왔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시켜먹습니다.

제대로 성공한 적도 없으면서 나도 모르게 앱을 누르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에 대한 부담이 제일 크고 맛도 없습니다.

편리함의 미덕만 있지요.




집 꼬라지가 ㅎㅎㅎ

2004년 5~6월생 아새끼들입니다.

올해 17세, 많이 늙었지만 매일 아침 산책가고 입맛이 까탈스러운 녀석들이라

제 반찬은 안해도 얘들 간식은 늘 준비합니다.

똑같은 거 이틀은 안 먹는 새끼들이라 속이 터지지만

우짜든지 잘 먹여주면 감사합니다.


한 녀석이 작년부터 자꾸 작은 방에 혼자 있습니다.

울집 대학생입니다.

밥먹고 딱 지 방에 들어가는 모습이.

제가 침대를 포기하고 셋이 같이 자려고 매트도 샀습니다.

나중에 이 얘들의 체온도 그리울 거고, 꼬무리한 향도

무엇보다 같이 있고 싶은 시간들이 짧아지고 있으니 나름 그랬는데



도루묵입니다.

자꾸 지 방 앞에서 멍멍거려 다시 자리를 마련해주니

저러고 있습니다. 정 떼려고 그러는지 맘이 아립니다.


# 2월 이맘 때 산을 자주 봅니다. 초록빛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땅에도 작은 싹들이 올라오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삶이 미리보기가 가능할까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봄이 오면 여름이 온다는 것!

내 삶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 사주를 보면 아주 기복이 심한 사주입니다.

실제로 다이내믹했습니다. 좀 재미난 인생이였습니다.

지났으니 하는 말이지만 ㅎ

제 하고싶은 건 다하고 살았으니 원도 한도 없습니다.

지금의 조용한 일상이 더 좋습니다.


20대는 천지분간도 못하고 세상의 중심이 나로 착각하고 살았고

30대는 회사생활을, 회사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고 노조도 만들었습니다.^^

40대부터 50대 중반까지 자영업을 했구요.

지금은 반백수에서 온 백수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백수로 되는 길이 왜리이 멀어보이는지 ㅎㅎㅎ


슬슬~ 제사 장을 보러 나가야겠습니다.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영우
    '21.2.25 4:50 PM

    새우 보니 꽃새우가 먹고 싶네요.... 살아있는거 어떻게 먹냐고 하더니
    제일 잘 받아 먹었네요~~제가 ㅋㅋ
    저와 비슷한 연배라 항상 사랑스러운 눈으로 글 읽고 있습니다

  • 고고
    '21.2.25 10:42 PM

    새우 좋아합니다. ㅎ
    사랑스러운. 오랫만에 듣는^^

  • 2. 나는
    '21.2.25 9:19 PM

    요새 늘 사는게 뭔가란 끝낼 수 없는 생각을 합니다.
    지지리 고생만 하시던 엄마 말년복은 있으시구나 하니 갑작스럽게 아빠를 앞서 보내시더군요.
    그래도 산사람은 살고 남아서 복을 누리시니 다행이다 했는데 혈액암 4기시네요.
    기가 막혀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직도 해야 할 고생이 남은건가요.
    삶은 그저 고행인건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긴 지옥인건가요

  • 고고
    '21.2.25 10:41 PM

    아, 넘고 넘어도 산이 버티고 있는 게 삶 아닐까 싶습니다. 시작이 있으니 당연 끝이 있다고 받아들여야 살아집니다. 위로가......

  • 3. juju
    '21.2.25 11:52 PM

    나이 앞자리가 또 한번 바뀌니 세상사가 다 꿈같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하네요. 인생은 원래 의미가 없는건데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는게 아닌가 싶고 그래야 버티고 존재할 수 있어 그렇겠거니 싶습니다.

    원도 한도 없이 살았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고고님이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 고고
    '21.2.26 6:39 PM

    욕심이 그리 많은 타입이 아니라, 넘들 보면 뭐 저 정도갖고 ㅎ
    폼생폼사로 일관한 실속없는 삶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의미부여 안하면 좀 인생이 심심하잖아요.^^

  • 4. 시간여행
    '21.2.26 10:23 AM

    이번 명절에도 전설의 갈비찜으로 맛난게 드셨군요~
    올케맘도 이해해주는 좋은 시누이시네요^^
    오늘도 좋은하루 되시길^^

  • 고고
    '21.2.26 6:40 PM

    하하하 전설이 아니고 야매갈비찜입니다.
    늘 속아주는 식구들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시누는 좋아도 시누입니다. ㅎㅎ

  • 5. 오리
    '21.2.28 9:24 AM

    기다렸던 고고님 글 보니 너무 반갑습니다.
    읽으며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내 삶을 한 번 돌아보기도
    합니다. 미리보기가 가능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늘 같은 일상처럼 느껴지지만 고고님 글은 잔잔한 영화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요. 잠시라도 마음의 휴식을 느끼는 지점이 되네요. 오늘도 잘 봤습니다^^

  • 고고
    '21.3.1 12:16 PM

    아고^^ 고맙습니다.
    미리보기가 되면 정말 인생이 아니지요. ㅎ
    맨날 사는 게 그만저만이지만 그 속에서 잘 놀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삼월 첫 날입니다. 따뜻한 봄을 기대합니다.

  • 6. 마야부인
    '21.3.1 12:10 AM

    가끔 눈팅만하는데 어쩌면 이리 글을 옆에서 이야기듣는듯 편하게 쓰는지 댓글을 안달수가 없네요 많이 배워갑니다~~

  • 고고
    '21.3.1 12:17 PM

    키톡은 워낙 오래 있던 곳이라 친구들한데 수다떠는 그런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 7. 챌시
    '21.3.1 1:39 PM

    혼자 자러가는 강아지, 그 속 마음이 무언지 모르지만
    코끝이 찡 하네요. 고고님 옆에서 소주한잔 놓고,
    다이나믹 한 살아오신 이야기, 그보다 더 기대되는 연애
    이야기 듣고싶은 비오는 휴일 입니다요.

  • 고고
    '21.3.2 4:15 PM

    첼시와 사랑만 할까요^^
    첼시는 한창 뛰놀 나이라 볼 때마다 감동입니다.
    우리집 새끼들은 연로하여 잠을 많이 잡니다. 서너 살 때는 말썽 많이 부렸습니다.
    엄니도 80대, 아새끼들도 노령, 저도 곧 진입하고 ㅎ

    연애, 많이 했는데 "그게 사랑이였어" 할만치 아름다운 연애는 없었고,
    그때의 갈망, 결핍과 나에 대한 인정 뭐 이런 것들이 연애로 총체적 난국을 불러왔습지요. ㅎ

    비오는 날은 파전에 막걸리입니다. ㅎㅎㅎ

  • 8. 뽀롱이
    '21.3.8 1:17 PM

    멋진 시누이님^^
    저도 이런 멋진 시누이가 되도록 노력 해야겠습니다 ㅎㅎ

    강쥐가 너무 키우고 싶은데 혼자있을 강쥐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타깝고 안쓰러운 감정에 아직은 자신이 없어서 산책하는 강아지들 쳐다만!!봅니다

  • 고고
    '21.3.19 3:15 PM

    올케를 같은 여자로 보면 좋은 시누이가 될 수 있지않을까^^

    나이가 많이 들어 하루하루가 길기도 짧기도 하는 시점입니다.
    산책강아지 좋습니다.
    제 집 앞에는 토실토실한 숲속고양이들이 많아 눈으로 사랑 많이 줍니다.

  • 9. Harmony
    '21.3.18 6:21 PM

    새우자태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남편도 부산의 해산물을 너무나 그리워하는데
    이 코로나시국에
    언제 가볼까나 싶네요.

    호사가 넘치는 아가들입니다.
    고고님의 비싼 호텔침구에 재우는
    아가들.^^
    애들이 오랫동안
    고고님과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 고고
    '21.3.19 3:17 PM

    부산은 역시 회가 좋고 어딜 가도 기본은 하니 좋습니다.
    제가 먹은 회 중에 최악은 수원에 있는 횟집, 강남 비싼 집은 부산보다 낫구요. ㅎㅎ

    호사가 넘쳐 권리인줄 아는 아새끼들입니다.ㅎㅎㅎ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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