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가전 이란 분야가 별로 없던 시절 전기 밥솥은 거의 유일한 가전 제품 이었고
그런 이유로 집집마다 대원 전기 밥솥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 였지요.
그런 잘 나가던 중소 기업 이지만...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그랬던 것 처럼
대원 역시 IMF의 높은 파고를 쉽게 넘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잊혀져 가는 대원 전기가 어느날 갑자기 제 눈에 들어 왔습니다.
아주 우연한 기회로...
후배가 전세집을 옮겼는데 농담 삼아 집들이 하라고 했더니
정말로 집들이 할테니 오세요...하는게 아닙니까
대신 메뉴는 삼겹살에 소주 뿐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오랫만에 집들이라는 걸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경을 쓰시는 분들은 아시겠으나, 삼겹살을 구워 먹게 되면 이상하게도...
기름이 튄 것 같지는 않은데... 다 먹고 나서 보면 안경에 뿌옇게 기름이 튀어 있는
경험을 해 보셨을 겁니다.
그게 참...이상하다 하면서도 뭐 삼겹살을 굽게 되면 당연히 그렇게 되나 보다 하고
넘어 갔더랬습니다.
그런데 후배의 요상한 그릴은 삼겹살을 열심히 구워도 전혀 기름이 튀지 않더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집에 고기 냄새도 안배고, 연기도 없다나...참 이상한 물건 이었습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측면이 전혀 뜨겁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남편이 측면에 손을 대 봤습니다.

정말 아무 느낌이 없었답니다. 살짝, 정말 아주 살짝 미지근 한 느낌정도 보다 더 차가운 것이
겨우 차갑지만 않은 정도 라고 하더군요.

남편도 신기 했는지 평소 겁많이 이 양반이 용기를 내어서 불판 바로 옆 철판도 만져 보더군요.
정말 무슨 마술 처럼 뜨거운 불판을 손으로...
측면이 전혀 뜨겁지 않은 겁니다. 오직 고기를 올려 굽는 구멍 뚫린 판만 뜨겁고
나머지 부분은 차가운 그릴...
저는 두말 할 것 없이 구매를 해야할 입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왜냐 하면 저희 집에는 29인치 한대, 21인치 한대...두대의 TV 를 각각 박살낸 개구장이 6살 4살 짜리
딸 둘을 키우고 있기 때문 이었습니다.(딸 맞는겨? ^^)
이 녀석들 때문에 고기 한번 구우려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닌데...
이거라면 안심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단...그게 어디서 나온거냐? 라고 물었더니...대원이랍니다.
아 그 밥솥 만드는 회사...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전기밥솥이란 편리한 물건을 만들어 주던 바로 그 회사
이젠 이름을 D&W 로 바꿨다 하네요.
암튼 그거 구해 보자 하니...
언니 이거 요즘 시중에서 못 구해~ 라며 딱 잡아 떼는 겁니다.
그래서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 봤습니다.
D&W도 검색해 보고, 대원 전기도 검색해 보고...처음엔 좀 어렵더군요
무슨 보일러 회사 같은데도 나오고 아무튼 그럭저럭 여기 저기 뒤져 보니 제가 본 제품은
나온지 좀 오래된 물건인데 지금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거 였습니다.
그래서 직접 본사에 전화를 했더니...조금만 기다리면 새로이 업그레이드 된 제품이 나온다고
친절하게 알려 주시네요
뭐 한달 이내로 나온다기에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달이면 나온다던 제품이 감감 무소식
속이 타들어갈 무렵 82쿡에서 꼼꼼보기에 안방그릴이란 물건이 나왔습니다.
제세히 보니 제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로 그 물건, 제품 이름이 바뀐 것도 모르고
옛날 이름으로 찿으니 없었나 봅니다....
아무튼 그래서 구하게 된 안방그릴...짜쟌~!!!

후배 집에서 본 것 보다 훨씬더 이쁘더군요 ^^
자 기계를 한번 살펴 봅니다. 우선 이 물건....정말 요상한 기계 입니다.
다른 구이판과 비교해 보면...

측면에 세로로 길게 구멍이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 생각하기를 저 구멍으로 연기와 기름을 빨아 들이는 구나? 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실제로 전기를 넣어보니 저 구멍에서 바람이 나옵니다.
어라? 여기로 연기를 빨아 들이는 것이 아니네?
네...사실 저 구멍으로 연기를 빨아 들이게 되면 그다음엔 그 연기가 어디로 갈까 고민을 살짝 했더랬습니다.
아무튼 이거 저거 생각 하기 전에 고기 부터 굽기로 했습니다.

이미 후배 집에서 한번 써본 가락이 있어서...그냥 거실 마루위에서 굽기로 했습니다.
예전 외국산 테X을 쓸때는 일단 야외용 은박 돛자리를 깔고 그 위에 넓게 신문지를 깐 뒤에 고기를 구웠습니만....그렇게 여러겹으로 기름을 막았지만 먹고 나면 온 사방이 미끌거려서 뜨거물을 걸래에 묻혀 닦고는 했는데...이 '안방그릴은'은 그냥 거실에서 구워도 문제가 없습니다.
특히 저희처럼 좌식생활을 하는 집에선 더욱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고기를 다 구워 먹고 불판을 분해하니...허걱! 기름이...

갑자기 저 기름을 보니 잿물 부어 비누를 만들어 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 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를 굽고난 뒤의 거실 마루는 멀쩡 했습니다.
게다가 고기 먹고 동네 마트에 잠시 나갔다 왔는데...전혀 고기 냄새가 느껴지지 않아 상당히 기분이 상쾌 했습니다.
이쯤에서 호기심이 발동 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 불판은 냄새도 없고 기름도 튀지 않는 것일까?
살짝 궁금해서 연구를 하려다가...인터넷이란 멋진놈에게 물어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제작사 홈피를 찿았습니다.
회사 이름이 바뀐 뒤라...홈피 찿기가 살짝 어려웠지만...결국 찿았습니다.
원리를 보니...우리가 맨날 이야기 듣던 콜럼부스의 달걀이 생각 나더군요.
이 그릴이 연기와 냄새를 잡은 것의 원리는 바로 ...
우리가 보통 고기를 구울때 나는 연기의 정체. 연기가 문제 였다는 겁니다.
즉 고기를 구울때 나는 연기가 사실은 진짜 연기가 아니라 고기에 포함된 지방이
열 때문에 미세하게 증발하여 공중으로 솟아 올라간 거라는 겁니다.
아주 미세한 기름 방울이 뜨거운 팬 때문에 위로 올라가면 찬공기와 섞이면서 사방으
로 떨어지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그릴 주위를 신문으로 깔아도 사방에 튄 기름 떄문에 방 청소를 해야만 했던 거라는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뜨거운 미세 기름 방울은 고기를 구운 곳 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으로 퍼지고 찬 공기와 만나 옷이나 기타 가재 도구들에 떨어져 냄새의 원인이 된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그럼 이 그릴은 어떻게 미세 기름 방울을 잡는가?

위에도 잠깐 언급 했듯이 이 그릴의 특이점 중 하나인 측면의 구멍입니다.
저 구멍에서 찬 바람이 나오면 그 바람이 대류 현상에 의해 팬에서 달궈져 증발하는
기름 방울을 응축 시켜 바닥으로 떨어 뜨리는 구조라는 군요.
그래서 보통 고기 구이판 보다 구멍의 갯수가 훨씬 많이 있는 거랍니다.
참 신기 하더군요.
내친 김에 울 남편이 좋아하는 고등어도 구워 봅니다.
이번엔 좀더 과격하게 새로 산 여름용 모시자리 위에 안방그릴을 올려 봅니다.
평소 생선은 냄새가 심하기 때문에 주방에서 굽지만 이젠 겁 없이 거실에서 굽기로 했습니다.
남편도 재미 들렸는지 자기가 하겠다고 하네요^^

치울 필요가 없으니 재미들렸나 봅니다. 덕분엔 저는 편하게 되었구요^^ .
거실에서 생선을 굽는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지만 생선을 다 굽고 나서도 당연히 비린내도 없고, 연기도 없고 바로 상 치우고 바로 애들과 놀 수 있었습니다.

굽는 도중에 신기해서 몇장 찍어본 사진 입니다.
그런데 사진이 잘 안나와서...연기가 빨려 들어가는게 안나왔습니다.

생선이 다 구워지도록 연기는 모두 빨려 들어가고 깨끗한 구이판 처럼 공기도 깨끗하고 바닥도 말끔 했습니다.
그리고 전작에 비해 업그레이드 된 부분...바로 프라이팬이 제공 된다는 점 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 설날 전을 부치느라 창문을 다 열어 놔서 막내가 감기에 걸린 기억이 있기에 정말 반가 웠습니다.
그때 기억이 나서 바로 전도 한번 부쳐먹자고 해봤습니다.
이번에도 준비는 제가 하고 요리는 남편이...이 사람 이런거 안하는 사람 이었는데...아주 잘 부려 먹고 있습니다.

부침개 부치기는 좀 작다 싶은 느낌이 들지만 한번에 두장을 구우면 결국 약간 큰 거 한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좀 정리를 해봐야 겠습니다.
- 안방 그릴의 장점
- 안전설계
- 고른 열전달
- 약간 아쉬운 점

냄새와 기름번들거림의 주범인 미세한 증기화된 기름 방울을 억제하여 냄새와 연기가 없이 고기, 생선,전 또는 부침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가 엄청 까다롭고 깔끔하신 편인데 안방그릴로 고기를 구은 뒤에는 따로 말씀을 안하시는 것 하나 만으로도 저희는 대만족 입니다.

안전핀이 눌러지지 않으면 전원이 켜지지 않는 안전 설계와 측면이 뜨겁지 않아 아이
가 있는 집에서 안전하게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전기 프라이팬이 열선이 하나로 둥글게 되어 있어 팬 전체에 열전달이 늦는
데 비해 열선이 팬 전체에 고루 들어 있어 열 전달이 빠르고 팬이 고루 데워 집니다.
청소의 용이함
완전 분해되는 구조 이기 때문에 열선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물로 세척 할 수 있고
특히 기름받이와 고기를 얹는 판은 식기 세척기에도 들어가서 편리합니다.
뚜껑이 없다.
뚜껑이 없어서 전골 요리에는 불리 합니다.
프라이팬이 너무 얕다
프라이 팬은 말 그대로 프라이팬...부침 요리 이외에 사용이 곤란 할 정도로 낮기 때문에 다른 요리를 하기에는 부적당해 보입니다.
조금 깊게 만들면... 다른 냄새나는 찜 종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살짝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원가와 연결된 부분이라...어쨌든 기대는 해 봅니다.
좀 더 깊게 만들어진다면...냄새나는 청국장 찌게를 집에서 아무 냄새 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야무진 꿈을 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