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의 달인쯤 되는 분이 그러시는데
겨울과 달리 여름 닭은 튀겨 놓아도 마르지가 않는다고 하네요.
살 자체가 다르답니다.
그 계절에 즐겨 먹는 건 모두 이유가 있다니까요.
노무현 대통령이 좋아하던 삼계탕.
삼계탕을 좋아했는지,
토속촌의 삼계탕을 좋아한 건지 이제 물을 수도 없지만...

종로구 체부동에 있는 토속촌.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 집이 매스컴을 탔죠.
그분이 좋아하는 단골집이라고...
여기서 재계총수들과 오찬을 가지기도 했구요.
저는 그 기사가 참 신기했어요.
저도 좋아하는 식당이었거든요.
그 분이 나와 비슷한 입맛이라는 게 반갑기도 하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저~기 먼 발치에서도 볼까 말까한...
옷깃을 스치기도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게 참 신기하더라구요.
일반 식당에서 재계 총수들과 식사를 하다니...
지금 들어도 참 신선한 뉴스네요.

입구는 이렇습니다.
미리 주의사항 말씀드립니다.
초복이나 중복, 말복 같은 복날은 절대!!! 가지 마세요.
가시려거든 2~3시간 줄 설 각오 단단히 하고 가시구요.
복날에 삼계탕 먹으려고 사람들이 줄 서있다고 사진 나오죠?
대부분 이 집입니다.
일본 관광객들이 버스 대절해서 먹고 가는 곳도 여기.

흠, 그렇다는군요.

입구가 좁은 것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꽤 깊어요.
여러 채 집을 사서 이은 듯 보여요.
점점 확장한 거겠죠?
이 집이 유명해진 이유가 또 있죠.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이 집도 수사대상에 올랐거든요.
(그야말로 저인망식 수사)
그리고 세무조사로 세금 10억원 추징되었어요.
10억원 때려 맞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네요.
노무현 국물만 튀어도 벼락 맞는다는 소문이 날만하죠?
요즘 검찰이 하는 짓을 보면 시골 점빵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쫌스럽고... 이유도 구차하고...
전봇대 뽑으러 다니는 대통령이나 유모차 부대 출두 시키는 검찰이나...
수준이 아주 딱 맞아떨어집니다.

이 날은 제일 안쪽에 있는 방에서 먹었어요.
수전증이 왔는지 사진이 흔들;;;;;;;;;;

제가 아흔 한 번째 손님이었나봐요.
마감 한 시간 전쯤 갔거든요.

닭도리탕은 그렇다치고 아구찜과 미더덕찜은 대체 뭘까요?
먹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는데...
메뉴를 볼 때마다 미슈테리~

깍두기와 김치도 참 맛있어요.
많이 익은 건 아닌데 묘하게 당기는 그런 맛이에요.
임신하고 한창 입덧할 때 속이 울렁거려서 진정되지 않더라구요.
24시간 풀가동으로 배 멀미하는 느낌이랄까...
근데 여기 깍두기가 생각나는 거에요.
문 닫히는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와서 먹었답니다.
여기 깍두기 먹고 속을 좀 진정시켰죠.
삼계탕은 거의 남기고...
임신 중에 고기를 못 먹어서 딸인 줄 알았는데...^^;

삼계탕을 주문하면 따라 나오는 인삼주
저는 이거 그냥 두고 나왔거든요.
그랬는데 어느 분을 보니까 삼계탕 안에 넣어서 드시더라구요.
것도 참 좋은 방법!
근데 이 날은 애랑 같이 먹느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어요.
(닭 안에 있는 찹쌀은 애가 다 먹었다는...-.-;;;)

토속촌의 삼계탕
삼계탕이 보통 7~8천원 사이.
비싸다 하는 곳은 12000원 정도...
근데 여긴 13000원이니 퍽 비싼 셈이에요.
어지간한 자신감 아니고서야 이런 가격책정을 할 수 있겠나요...?
(들어가는 거 따지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여길 남편과 맨 처음 왔을 때 남편 왈.
“뭐가 이렇게 비싸?”
근데 먹더니 비싸다는 말은 쏙 들어가고 음... 괜찮군.
여길 싫어하시는 분도 계세요.
제가 아는 분 중에 어떤 분은 진해서 싫으시다고.
말갛게 끓인 걸 좋아하시는 분도 있으시겠죠.
입맛은 다 다르니까요~

국물이 좀 진하죠?
코리안식 치킨 스프 같은 느낌.
외국에서는 감기 걸렸을 때 치킨 스프를 끓여준다면서요.
(한때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픈가 뭔가 그런 책이 유행하기도 했었죠?)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이런 느낌이 아닐까해요.
순하면서도 진한...
견과류를 갈아 넣었다고도 하고 율무가 들어갔다고도 하는데 비법은 아무도 모른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물어도 안 가르쳐줬다는데 제가 무신 수로.. =.=;;;;.

마감이라 불 꺼진 방도 많았는데 식사를 마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요.
어디쯤 앉아서 드셨을까?

저기였을까?

여기였을까?
2009년 5월 23일.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날 아침 슈퍼를 다녀온 남편이 그러더군요.
“뉴스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라고 나오는데...?”
골골하던 노인도 아닌데 웬 서거?
오늘 만우절인가...?
tv를 켰습니다.
뉴스 특보가 나오더군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뭐라고?
아니, 왜?
그 때까지도 현실 인식이 안되더라구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몰라, 너무 많이 울었어...(울먹울먹)”
이게...
사실이라는 거야?
이걸... 믿어야 한다는 거야?
남편과 분향소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향소로 가야 할지 선택해야 하더군요.
시청 앞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아마도 심각하리라 짐작)
봉하로 내려 갈 수도 없고...
아이 데리고 가기에는 민주당 당사도 좋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주차장도 넓고 붐비지 않는다고)
뭐랄까... 심정적인 동의라고 해야 할까요... 용서라고 해야 할까요...
정의 내릴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엉켜 민주당 당사에도 발이 안 가더군요.

다음날, 아이와 함께 조계사를 찾았습니다.
아이가 어려서 안 된다구요?
아뇨,
그러니까 더 데리고 가야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중에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너도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숨 쉬고 있었다고 이야기 해 줄 거에요.
그 얘기를 들으면 마치 기억이 나는 듯,
피부로 느껴지는 듯... 그런 기분이 들겠죠.
사진의 힘은 생각보다도 훨씬 크거든요.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아이들도 다 느낍니다.
엄마가 눈물을 뚝뚝 흘리니 불안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더군요.
‘엄마, 대체 무슨 일이야?’하는 표정으로...
다행이었어요.
남편이 제 눈물을 모른 척 해줘서...
줄 서고 있던 주변사람들이 모두 울고 있어서...

다른 날 같으면 감탄하며 올려다 봤을텐데...

저 긴 줄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요?
전하지 못한 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서거 당일부터 걸어놓은 조기.
마음이 수습되지 않아 계속 걸어두었어요.
49제까지 그냥 걸어두어야겠다 싶었죠.
그랬는데 무섭게 들이 부은 소낙비 때문에 안으로 들여놓고 말았어요.
그 분은 이런 게 또 부담스러우신가봅니다.
한동안 정신적 패닉 상태가 지속되었어요.
참 많은 생각들이 오가더군요.
퇴임식을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간 유일한 대통령.
서울 생활... 살아보면 별거 아니지만,
떨치고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서울을 벗어나면 못 살 것 같은 사람도 많거든요.
그런데도 고향을 택하셨죠.
환경과 농사에 관심이 많으셨다지만,
지역주의 타파에 정치인생을 전부 거셨던 것처럼
도시와 농촌의 장벽도 허물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짐작도 해보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제 삶도 뒤돌아보게 되더군요.
저는 결혼 전에 종로에 살았어요.
그러니까 종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셈이죠.
(친정은 경기도로 이사를 갔어요.)
결혼하면서 남편이 살고 있는 관악구로 오게 됐는데
아이 낳으면서 막연히 서초, 강남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에게 “이제 옆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거야.” 하고 진담 섞인 농담을 던지곤 했죠.
그런데요.
내가 왜 그곳에 가야하는지...
그“왜?”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더라구요.
그냥 남들이 다 좋다니까...
누구나 부러워하는 곳이니까.
꼽아보면 물론 좋은 점도 많죠.
편의시설도 좋고,
좋은 식당도 많고,
접근성도 좋고...
그런데 그게 제게도 절실하게 소용 되느냐에서 고민이 없더라구요.
저야 말로 타성에 젖어있던 거죠.
이런 고민 없이 입성(?)을 했더라면
그곳에서 뻐기면서 살고 있으리란 생각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눈 아래 놓고 보았을지도 모르구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그런 생각으로 살면 안 되지요.
아니,
어떤 사람이라도 그러면 안 됩니다.
노대통령은 제게 경보등을 울려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화합하려고 하셨던 그 뜻...
마음에 새기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미약한 힘이지만,

언소주의 운동과 삼성 불매에 동참했습니다.
일러주신대로 해지가 아닌 탈퇴를 했고,
(누가 일러줬는지 주어없다 이것들아!!!!!!!!)
자동이체 되고 있던 것들이 많아서 조금 귀찮은 일이었지만,
바른 길로 갈 수 있다면 귀찮은 할애비가 와도 기꺼이 해야 하는 일이죠.

새 카드를 발급 받았고
(자체 모자이크 처리)
사인도 일필휘지로 했읍지요.
(저렇게 서명해도 암시랑토 안혀요~ 다만 안전을 위해 카드 뒷면을 복사해두세요. 분실 시에 카드 뒷면의 서명과 대조할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하거든요.)

카드 개시도 멋들어지게 했는데...
마음이 개운치 않네요.
가야할 길이 멉니다.
앞으로 자본으로 언론을 주무르지 못하도록 지켜보겠습니다.
하루만 살고 말꺼 라면 시작도 않았을 겁니다.
그들이 주는 공짜 자전거를 타고 구독 대가로 받은 5만원으로 쇼핑이나 했을 테죠.
하지만,
우리에겐 다음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
이제 우리가 만들어야죠.
제 손으로 뽑은 첫 대통령이셨는데,
그렇게 보내드려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첫 사랑이 영원하듯이,
당신은 제게 영원한 대통령이십니다.
사랑할만한 사람을 사랑했고,
그 사랑에 후회가 없습니다.